KB금융지주, 12일 자사주 2,303,617주 소각 완료
약 1,000억원 규모, 총발행주식수의 0.55%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평가…타 금융지주 행보도 주목

KB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 환원책 시현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다.(사진=소비자경제)
KB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 환원책 시현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KB금융지주가 12일인 오늘 소각을 단행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6일 이사회 개최하고 12일 자사주 2,303,61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총발행주식수의 0.55%에 해당하며, 약 1,000억원 규모다. KB금융지주가 이미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는 2,848만주 중 일부로, 주주 환원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쪽과 자사주 소각 작업은 다 끝났다"며 "주식수가 418,117,537주로 변동이 없어보이는 것은 등기하는 곳에서 처리하는 작업이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등기 작업이 끝나면, 26일, 27일쯤 되면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은행 지주사 최초의 자사주 소각에 나선 KB금융지주는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총 네 차례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2016년 2월 3,000억원 △2016년 8월 5,000억원 △2017년 11월 3,000억원 △2018년 12월 3,000억원 등 총 1조4000억원 규모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9일 ‘KB금융’에 대해 “은행 지주사 중 처음 실시되는 것”이라며 “진정한 주주친화정책의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소각, ‘자본금 감소 없어’

KB금융지주 측은 ‘KB금융그룹이 선진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KB금융지주의 경우 9월 말 현재 BIS총자본비율이 15% 이상이고, 보통주자본비율은 14%를 크게 상회하는 등 금융권 최고 수준의 자본력을 유지하고 있어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한차원 높은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자본비율 산출 시 보유중인 자사주는 이미 자기자본에서 차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자사주 소각이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KB금융지주의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 감소’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NH투자증권 조보람 애널리스트는 9일 “본 주식 소각 건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기 취득한 자기주식을 이사회 결의에 의하여 소각하는 것으로 자본금 감소는 없다”며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은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적극적이고 다양한 자본정책을 시도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주주환원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 따라

KB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에 이어 ‘국내 은행 지주사 중 최초’ 소각을 결정하며, 글로벌 금융사 대비 현저하게 저평가받고 있는 국내 금융사의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할 전만이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9일 은행 산업이슈를 통해 “1,000억원은 2019년 예상순이익 32,580억원 대비 3% 수준”이라며 “예상대로 배당성향이 25.1%가 될 경우 2019년 총 주주환원율은 28%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사와는 달리 국내 은행 지주사의 낮은 주주환원은 ‘은행주의 투자매력도’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사의 경우 자사주 소각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주주환원율 역시 2018년 기준 △미국 100% 상회 △호주·대만 60~70% 수준으로 높은 반면, 국내 금융사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업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비용을 안정화 함으로써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선제적이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재무적 안정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견고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활용하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지주 어떤 결정 내릴까?

KB금융지주는 저금리, 저성장 영업환경에서 은행의 성장성 한계 및 수익성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 견고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자시주 매입의 가치가 높아지려면 자사주 매입이 정례화되고 소각도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또 6월 18일부터 3,000억원(2.9%)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하나금융의 경우에도 자사주 관련 태도에 동참할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적극적 행보에 자사주를 매입한 여타 금융지주 역시 덩달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한지주가 지난 2018년 9월 2,000억원, 2019년 5월 4,000억원 등 총 6,000억원을, 하나금융지주가 2019년 6월 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 시현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KB금융지주와 같은 적극적 행보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10일 KB금융의 기업브리프를 통해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적극적인 주주를 위한 이익 환원 정책을 여타은행도 같이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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