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노동 근무자 휴게시간-근무일 사이 ‘연속휴식’ 필수적으로 부여해야‘
이대서울연구팀, 24시간 격일제 근무자 1.75배 고정 야간 근무자 1.58배

서울의 한 물류단지에서 근로자들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물류단지에서 근로자들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노동계에선 새벽배송 및 택배업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야간노동자를 더욱 집중적으로 신경써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간근무 시에는 낮 시간 보다 노동의 피로도가 더 높으며, 건강이 악화되는 조건에 더욱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야간노동을 하는 근무자에게는 휴게시간-근무일 사이 ‘연속휴식’은 필수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인천 쿠팡의 배송캠프에서 60대 노동자 A씨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야간 근무자 60대 남성 A씨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발견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였으며, 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씨는 택배 분류 작업을 하던 중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화장실에서 동료에게 발견됐다. 현재 정확한 사망원인 파악을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다. 정확한 조사를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하겠지만 결국 또 야간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야간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특수건강진단’을 더욱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국내 한 연수팀에서 교대 근무자, 특히 불규칙한 근로시간을 가진 교대 근무자들의 자살사고 위험성이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수치가 월등히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9일 이대서울병원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제1 저자)와 임원정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이 교대 근무자들의 교대 근무 패턴에 따라 자살 사고를 가질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교대 근무자들이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자살사고를 느끼기 쉽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다양한 교대근무 패턴에 따라 자살사고의 취약성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교대 근무자들이 어떠한 경로로 자살사고가 높아지는지에 대해 근로시간, 수면시간, 우울증상을 매개인자로 해 직렬매개모델을 구축한 첫 연구라 의미가 크다.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와 임원정 교수 연구팀이 교대 근무자들의 교대 근무 패턴에 따라 자살 사고를 가질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좌측부터) [사진=이화의료원]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와 임원정 교수 연구팀이 교대 근무자들의 교대 근무 패턴에 따라 자살 사고를 가질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좌측부터) [사진=이화의료원]

연구팀은 ‘교대 근무와 자살 사고의 관계에서 근로시간, 수면시간 및 우울증상의 매개효과(The mediating effects of working hours, sleep duration, and depressive mood on the association between shift work and the risk of suicidal ideation in Korean workers)연구를 통해 2007년부터 2018년까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통해 우울증이나 심각한 내외과적 질환이 없는 3만 3047명의 건강한 근로자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다변량 로지스틱 분석으로 다양한 교대근무 패턴과 자살사고 사이의 관계를 비교했다. 또 매개분석을 통해 교대근무와 자살사고 사이에서 근로시간과 수면시간, 우울증상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일반근로자들에 비해 교대근무자들의 자살사고 위험성이 1.33배 높았다. 특히 불규칙한 근로시간을 가진 교대근무자의 자살 사고 위험성은 무려 1.92 배에 달했다. 24시간 격일제 교대근무자는 1.75배, 고정 야간 근무자는 1.58배의 자살사고 위험성을 보였다.

매개분석 결과, 긴 근로시간이 수면시간을 줄이고, 우울증상을 상승시키며 교대근무자들의 자살사고를 높였다.

연구팀은 추후 일주기리듬교란으로 인해 변화된 뇌의 상태를 반영하는 바이오마커를 뇌 영상 및 유전자 연구를 통해 규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교대근무자들이 어떤 기전으로 수면, 정서적 문제에 취약하게 되는지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예정이다.

본 연구의 제 1 저자인 김선영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대근무자들의 충분한 수면시간을 위해 적정 근로시간을 확립하고, 이들이 정서 및 자살 문제에 취약해지지 않도록 심리적 지원 등을 사내에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경제신문 유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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