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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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 CEO PI 전문가
최송목 CEO PI 전문가

통상 우리는 ‘시간을 활용한다, 보낸다’라고 말한다. 혹자는 나아가 ‘지배한다’라고 까지 말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인간은 시간 앞에 무기력하다.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우리 인간이다. 시간은 말이 없고, 보이지도 않고, 그냥 묵묵히 흐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시간이라는 열차에 다소곳이 잘 타고 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얌전하게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드물다. 삶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과 교차하면서 살아간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각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니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시간이면 부딪히거나 갈등이 없겠지만, 타인과 공통의 시간과 공동의 공간이 더해져 ‘같이’ 보내는 것 때문에 서로 상승효과를 주는 좋은 점도 있지만, 서로에게 해악을 끼칠 때도 발생하는 것이다.

시간은 다른 사람과 분명 교차한다. 공간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우리가 같은 공간을 함께하고 있다 해서 같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간의 다른 차원에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각자는 그동안 쌓아 온 각자 인생 보따리와 내용이 다르고 세계관도 다르고 차원도 다르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도 다르다. 이런 각자 인간의 만남은 따로 흘러가던 두 가닥의 시간이 겹쳐져 지금 현재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시간을 이해하려면 나의 차원이 아니라, 그의 차원에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서로 만나면 자기 시간의 활용에만 몰두하여 타인의 시간에 소홀하거나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어떤 이는 계획된 자기 일과 시간표에 정신이 팔려 단 1분이라도 낭비할까 봐 노심초사 염려한다. 때로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도 안절부절못하게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렇게 시간을 이기적으로 다른 사람을 자기 시간에 휘말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간이 타인과 부딪힐 때 각자가 가진 힘의 불균형은 하나의 힘으로 작용한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타인의 시간을 침범하기도 하고 침범당하기도 한다. 영역 다툼으로 서로 뺏고 빼앗기는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OOO씨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시간 좀 씁시다”라는 말을 한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네 일상이 모두 시간 사용에 관한 것이다. 나와 상대의 시간, 우리 시간 등 시간을 소비하며 사는 게 우리네 생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누구는 남의 시간을 함부로 사용하기도 하고, 누구는 쉽게 휘두르기도 하고, 반대로 누구는 남의 시간에 질질 끌려 다니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은 보이지 않는 힘이고 권력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가끔 외부 비즈니스 약속은 칼같이 잘 지키면서, 부하 직원이나 부인 또는 가족과의 시간 약속은 최하순위로 하거나 고무줄처럼 늘이거나 당긴다. 10분, 30분, 1시간 연기하기도 하고 오늘 약속을 내일로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도 쉽게 결정하곤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시간의 권력자가 된다. 이런 결정을 좌우하는 핵심 속성은 조직의 권위, 그가 가진 힘, 거부할 수 없는 도취된 믿음이다. 대부분은 권력 또는 돈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마주 앉은 상대방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건지, 그의 시간을 힘으로 지배하고 있는 건지, 침범하고 있는 건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자기 시간을 정당하게 지배하려면 주변 타인의 시간에 대한 인지와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최송목 《사장으로 견딘다는 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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