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5793억원 떼먹은 나쁜 임대인 425명
임대사업자 A씨 보증금 577억원 떼먹어
소병훈 의원 “‘나쁜 임대인 공개제도’ 도입 시급”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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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와 SGI서울보증에서 발생한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피해액이 2조원에 육박한 1조 9499억원을 기록했다. HUG에 신고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세보증금을 떼먹은 임대인은 576억 6900만원을 떼먹은 A씨로 밝혀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경기 광주시갑)이 HUG가 제출한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31일 기준 우리나라에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2건 이상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이하 ‘나쁜 임대인’)은 총 425명이다. 이들이 돌려주지 않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무려 5793억 4910만원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세보증금을 떼먹은 임대인 A씨는 2016년 9월부터 세입자의 보증금을 이용한 갭투기를 통해서 2020년 기준 477채의 등록임대주택을 매입했다. 그는 올해 8월까지 총 284가구의 보증금 576억 69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HUG가 571억 7700만원을 대위변제했으나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1억 5300만원으로 회수율이 0.3%에 불과하다.

2위는 2020년 기준 591채의 등록임대주택을 보유하며 일명 ‘빌라왕’이라 불리던 B씨다. 그는 올해 8월까지 총 192가구의 보증금 357억 9925만원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344억 3225만원을 대위변제했으나 회수한 금액은 3억 5266만원에 불과하다.

한편 올해 초 언론을 통해 보도된 ‘세모녀 갭투기 사건’의 주인공인 언니 D씨와 동생 E씨가 세입자 가구에게 돌려주지 않은 보증금은 490억 7600만원이다. 이들은 각각 271억 1100만원, 218억 6500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어 HUG가 올해 8월 말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가구에 대해서 대위변제한 금액은 444억 1600만원이다.

HUG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상위 10위 임대인 현황 (단위 : 건, 백만원)  [표=소병훈 의원실]
HUG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상위 10위 임대인 현황 (단위 : 건, 백만원)  [표=소병훈 의원실]

한편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2건 이상 돌려주지 않은 ‘나쁜 임대인’은 지난해 8월 257명에서 올해 4월 356명으로 38.5% 증가했으며, 올해 8월 425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65.4%나 증가했다.

또한 나쁜 임대인이 떼먹은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금액도 작년 8월 기준 2424억 3800만원에서 올해 8월 기준 5793억 4900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나쁜 임대인들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금액은 2019년 8월과 비교해볼 때 무려 2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 2건 이상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임대인 현황 (누적 기준, 단위 : 건, 백만원)  [표=소병훈 의원실]
HUG 2건 이상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임대인 현황 (누적 기준, 단위 : 건, 백만원)  [표=소병훈 의원실]

소병훈 의원은 “이처럼 급증하는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나쁜 임대인 공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쁜 임대인 공개제도’는 임대차계약이 만료된 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고의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은 나쁜 임대인의 이름이나 그들이 소유한 주택의 주소, 다른 가구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실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소 의원은 이와 같은 제도가 시행될 경우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5월부터 ‘나쁜 임대인 공개제도(Rogue landlord checker)’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 런던시는 “나쁜 임대인 공개제도가 도입된 이후 약 20개월간 약 18만 5000명이 나쁜 임대인 이력 확인 시스템을 통해서 임대인의 과거 법령 위반 사실을 조회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주택임대차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됨은 물론 임차인 보호가 강화되었다”고 밝혔다.

런던시청의 ‘나쁜 임대인 이력 확인 시스템’ [자료=소병훈 의원실]
런던시청의 ‘나쁜 임대인 이력 확인 시스템’ [자료=소병훈 의원실]

지난 5월 한국형 나쁜 임대인 공개제도 도입을 위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소병훈 의원은 “세입자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수백억 원씩 돌려주지 않고 있는 나쁜 임대인에 대해서 정부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갭투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국토교통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나쁜 임대인 425명의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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