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발맞춰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을 천명하고 있다. 쌍용양회는 쌍용C&E로 사명을 변경했고 삼표시멘트는 정관까지 변경했다.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 성신양회 등도 자원 재활용 등 친환경 설비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지난 8월 초에는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시멘트 업계의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35.8백만t에서 2050년 16.1백만t으로 55% 감축하는 목표가 포함됐다. 이를 위해 고체화석연료인 유연탄을 대체해 폐합성수지 60%, 수소열원 40%로 연료전환을 제시했다. 석회석 원료 대체율(12%)과 혼합재 원료 비중(20%)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멘트 업계는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의 연료 및 원료 사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 자신들이 폐자원의 재활용에 나서지 않았다면 늘어나는 폐기물을 처리할 여력이 없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고도 주장한다. 대표적인 굴뚝 산업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던 시멘트 업계가 ‘탈(脫)석탄’을 선언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플라스틱 등의 사용량이 늘면서 환경오염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2020년 5월 환경부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제조업은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 2위 산업이다. ‘굴뚝 자동측정기기’가 부착된 전국 631개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7종의 연간 배출량의 32%(6만 2546톤)가 시멘트제조업에서 발생했다.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전업의 6만 8324톤(35%)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시멘트 업계에만 관대한 반(反)환경적 기준과 특혜에 있다. 시멘트 업계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만 봐도 알 수 있다. 2007년 1월 31일 이전 설치된 시멘트 소성로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은 270ppm이다. 생석회·소석회 업계 210ppm, 유리제품 업계 180, 철강업계 170ppm보다도 훨씬 약하다.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3.5배 강한 약 77ppm을 허용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시멘트 사업장에 주로 설치돼 있는 질소산화물 오염방지시설의 효율도 대부분 40~60% 수준에 불과하다.

익히 알다시피 ‘질소산화물’은 만성 기관지염, 폐렴, 천식, 폐출혈, 폐수종 등 호흡기질환의 발병원이다. 인간과 자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미세먼지·산성비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질소산화물’은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플라스틱 등 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데, 자체 독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햇빛의 광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와 오존 등을 생성한다.

환경부는 2015년 1월 1일 이후 설치되는 소성로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80ppm으로 강화했으나, 시멘트 제조사들은 까다로운 배출기준을 피하려고 소성로의 개보수만 할 뿐 소성로를 신설하지 않고 있다. 유해물질을 대량 배출하고 있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의 통합관리 대상업종에서도 시멘트 제조업은 제외돼 있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등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배출시설 등을 통합관리하고,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이다. 환경오염통합관리 대상에 포함된 98개 업종의 산업체들은 강화되는 오염물질 배출기준에 맞춰 지속적인 시설투자와 환경개선 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환경오염의 우려가 큰 시멘트 제조업이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다. 폐기물을 연간 1천만 톤 넘게 사용하고,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제31조제2항에서 규정하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의 구체적인 종류,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소각시설의 경우 하루 100톤 이상 폐기물을 처리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적용되는 것과 비교해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각종 특혜와 허술한 기준을 개선하지 않고 환경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시멘트 소성로를 쓰레기 소각시설의 하나로 인정하는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과거에는 돈 주고 사 왔던 각종 폐기물을 처리비를 받으며 대체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 제조사들은 환경개선에 소극적이다. ESG경영을 외치며 친환경 시설투자에 나서겠다고 하나 믿기 어렵다.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조차 거부하는 시멘트 기업들이다.

이제는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 환경을 담보로 시멘트 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시멘트 산업을 개별법으로 놔두고 특혜를 줄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의 통합환경 관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법’의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포함되는 것도 당연하다. ‘대기환경보전법’의 유해물질 배출기준을 시멘트 소성로의 설치 시점이 아니라 개보수 시점이나 법률의 시행일을 기준으로 개정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생존과 직결되는 중대한 위험이다. 정부와 국회는 더 큰 위기와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불러오기 전에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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