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선수가 생전 작성한 일기장 최초 공개…“내 인생에서 사라져줬으면”
도종완 청문회 위원장, 핵심 가해자들에게 동행 명령내렸으나 전원 불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22일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석한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22일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석한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가 22일 열렸지만 가해자로 알려진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 김규봉 감독, 안주현 팀닥터, 주장 장윤정은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2일 오후 5시까지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김규봉 감독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안주현씨는 우울증 등을 이유로 꼽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장윤정 선수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서 출석요구서가 반송되었다. 

문화체육관광위 도종환 위원장은 “동행명령을 거부할 경우에는 국회 증언감정법 제13조에 의거해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고발조치를 요구했기에 이는 양당 간사와 협의해 추후 조치방안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핵심 가해자가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다른 관계자는 국회에서 증언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도환 선수는 “나는 중학생 때부터 김규봉 감독에게 폭행당했다. 담배를 피우다 걸려 야구 방망이로 100대를 맞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6일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폭행 혐의를 부인했던 김도환 선수는 “오랫동안 함께 지낸 김 감독의 잘못을 들추기가 싫었고 내 잘못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죄송하다. 지금 이 말은 진심이다. 다른 말은 유족을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2016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 육상 훈련 중에 최숙현 선수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가격했다”고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전 주장인 장윤정 선수도 폭행을 주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주시청 정지은 선수는 “2016년 5월~6월에 보강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려갔는데 그때 옆에 있던 남자 선배 정현웅 선수에게 ‘좀 맞아야겠다’며 각목을 가져오라고 해서 각목으로 엉덩이를 맞은 적 있다”고 했다.

정현웅 선수는 “그 당시 장윤정 선수가 시켜서 했다. 별 것도 아닌 이유 만으로도 선수를 폭행하라고 직접 지시를 해서 각목을 가져오라고 해서 때린 기억이 있다”면서 “때리지 않았다면 저 또한 그 자리에서 왕따를 당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 선수는 “장윤정 선수가 최숙현 선수 멱살을 잡은 적이 많았다”며 “빵 강제로 먹인적도 있다. 쇠파이프로 폭행한 사실이 있다. 나도 폭행, 폭언을 당했다. 최숙현 선수가 말했던 그 사람들은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를 뜻하는 것 같다”고 김규봉 감독 등이 수차례 폭력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핵심 가해자 장윤정 선수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장 선수는 5일 경주시체육회에 낸 자필 진술서를 제출하고 “두 얼굴의 안주현 처방사에게 속았다. 우리는 피해자다”라며 “2019년 뉴질랜드에서 안 처방사는 최 선수를 폭행하고도 김 감독에게 ‘장 선수가 최숙현 선수를 괴롭혔다’라고 보고했다. 알고 보니 안 처방사는 최 선수가 녹취한 느낌을 받은 뒤 모든 정황을 ‘장윤정이 괴롭혀서 그랬다’고 꾸미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규봉 감독의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공개된 최숙현 선수의 다이어리. 사진=국회방송 NATV
청문회에서 공개된 최숙현 선수의 다이어리. 사진=국회방송 NATV

최 선수가 생전 작성한 다이어리도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다이어리에 따르면 최 선수는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를 원수라고 표현했다. 최 선수의 질의응답 형식 다이어리에서 최 선수는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원수는 두 명 이상이다. 장윤정, 김규봉, ○○○, 김정기(김도환 선수 개명 전 이름), XXX”라며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기억에서도”라고 썼다. 또 최 선수는 내가 아는 가장 정신 나간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 질문은 백번 물어도 똑같은 답”이라며 장 선수와 김 감독, 김정기, XXX 선수를 적었다. 또 다른 한 선수에 대해서는 “좀 바뀐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최숙현 선수 아버지는 “딸이 살아 생전에 경주시청, 국가인권위원회, 검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무도 숙현이의 말은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숙현이가 힘들어했다”면서 “몸을 던져 진실을 알리고자 한 숙현이의 바람을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에서 꼭 숙현이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 달라.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선에서 노력하는 지도자와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정부나 대한체육회에서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최숙현 선수의 어머니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관계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최숙현 선수는 목숨을 끊기 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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