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획] ‘스트리밍 라이프’와 ‘초개인화’ 나비효과, 저물어가는 TV시대
[소비자기획] ‘스트리밍 라이프’와 ‘초개인화’ 나비효과, 저물어가는 TV시대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매체, 이제는 TV 대신 스마트폰
저물어가는 TV시대 키워드 ‘스트리밍 라이프’와 ‘초개인화’
통신사 관련 서비스 강화, Mobile killed the TV star?
  • 이한 기자
  • 승인 2019.12.10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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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물건을 고르는 눈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골라서 추천해주는 시대다. '구독경제'시대를 사는 2020년의 소비자들은 그걸 즐기기만 하면 된다. '초개인화'와 '편리미엄'이 가능해진 셈이다. 사진은 '넷플릭스'를 이용 중인 해외 소비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981년 버글스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를 불렀다. 2020년에는 ‘Mobile killed the TV star’라는 가사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스트리밍 라이프’와 ‘초개인화’ 그리고 ‘구독경제’등 다양한 소비 키워드가 그 배경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TV는 라디오를 제치고 수십년 동안 인류 최대의 미디어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제 그 자리를 개인용 스마트 단말기에 내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스트리밍 라이프’와 ‘초개인화’ 경향이 소비 시장을 뒤흔들면서 TV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

1981년 케이블 TV채널 MTV가 설립됐을 때, 첫 방송에서 영국 밴드 버글스의 노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틀었다. 영상(비디오)이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는 제목과 가사의 노래다. 실제로 70~80년대를 기점으로 TV는 라디오를 완전히 꺾고 인류 최대의 미디어 자리에 올라섰다.

지금은 어떨까. 얼마 전 기자는 미디어 업계 종사자 지인들 여럿과 함께 식사하면서 드라마 얘기를 했다. 저마다 지금 무슨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있는지, 그게 왜 재미있고 어떤 면에서 흥미로운지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 드라마가 수목드라마인지, 아니면 주말드라마인지 얘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상대가 추천하는 드라마를 곧바로 그 자리에서 검색해봤다. 대화 중에 한 경제지 기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요즘 누가 TV봐요?”

‘동네 사람들이 마당에 둘러앉아 TV를 함께 봤다’는 얘기는 이제 근현대사 책에 나올법한 얘기가 됐다. 거실 TV를 두고 가족끼리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는 장면도, 가족끼리 주말 예능을 함께 보는 장면도 이제는 낯설어졌다. TV가 가족의 공유물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화 되는 시대, 그 와중에 TV자체가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구현모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구에게나 똑같은 콘텐츠와 같은 화면을 보여주는 기존의 방식은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영상 콘텐츠는 각자의 공간, 각자의 취향, 각자의 단말로 소비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매체, TV 대신 스마트폰

TV는 반세기 넘도록 인류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였다. 하지만 최근 거센 도전에 직면해있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함께 보는 시대가 저물고 소비자 각자 가지고 있는 개인 디바이스에서 본인이 원하는 영상을 찾아 보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다. 이제는 일반 소비자 기준 100% 가까이 보급된 스마트폰으로 각자 필요한 영상을 찾아보는 시대다. 텍스트보다 영상에 더 익숙한 세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2018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TV이용 시간은 전 연령대에서 골고루 높게 나타난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매체’를 고르라는 질문에서는 스마트폰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57.2%로 TV(37.3%)를 앞질렀다.

중요한 것은 추세다. 2013년까지는 TV응답자가 더 많았고 2014년에는 거의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가 2015년부터 역전됐다. 이후 그 간격이 더 벌어졌다.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함께 본다는 비율도 55.2%에 달했다. TV를 켜놓고도 절반이상은 스마트폰을 함께 본다는 의미다. 이 응답자 역시 최근 3년간 매년 3~4%포인트씩 늘었다.

세대별로 나눠보면 그 차이는 더욱 확실해진다. 10대 소비자의 경우 스마트폰(82.5%)과 TV(7.6%)의 격차가 압도적이었고, 20대 소비자에도 스마트폰 81.5% TV 11.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앞으로 스마트폰이 TV와의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저물어가는 TV시대 키워드 ‘스트리밍 라이프’와 ‘초개인화’

TV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배경은 ‘스트리밍 라이프’와 ‘구독경제’ 그리고 ‘초개인화’ 및 ‘편리미엄’ 트렌드로 이해할 수 있다. 1인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적 배경도 있다. 혼자사는 원룸이나 투룸에서 초대형 벽걸이 TV를 보는 것 보다는 개인 단말기로 보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고 효율적일 수 있어서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 등이 집필한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 내년 주요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한 단어다. 다운로드 없이 네트워크를 통해 음성이나 영상을 재생하는 기술로, 내려받아 저장하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독경제’는 넷플릭스가 이끈 경향이다. 과거처럼 신문을 구독하고 정수기나 안마의자를 렌털하는 형태가 아니다. 오랫동안 쌓여온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과 취향을 빅데이터화하고 개인별로 큐레이션해서 이른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마다 초기화면이 다르다.

‘초개인화’는 바로 이 큐레이션과 연결된다. 초개인화는 소비자 각자의 취향과 상황에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트렌드코리아 2020’은 이 키워드에 대해 최첨단 기술이 지향하는 종착지는 결국 ‘나에게, 그것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맞추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모두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영상을 추천한다. 통신사들도 자사의 OTT서비스도 추천 기능이 얼마나 세분화되어 있고 꼼꼼한지를 경쟁적으로 홍보한다.

이 지점에서 추가로 짚어봐야 할 것이 ‘편리미엄’이다. 편리미엄 역시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 제안한 키워드로, ‘편리한 것이 곧 프리미엄’이라는 의미다. 이제 소비자들은 영상 콘텐츠를 굳이 고르거나 대형 TV를 소유하지 않아도 추천받은 영상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빅데이터 등을 통해 추천받았기 때문에 만족도 역시 높다.

◇ 통신사 관련 서비스 강화, Mobile killed the TV star?

이런 경향속에 통신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KT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초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OTT서비스 seezn(시즌)을 출시했다. 과거에 시청한 영상만 가지고 추천 영상을 띄워주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과 날씨까지 분석해 동영상을 추천한다.

새로운 추천 방식도 도입했다. AI가 안면인식 기능을 통해 시청자의 표정을 읽어 감정을 분석한다. 얼굴의 근육 움직임을 체크해 기쁨, 슬픔, 화남, 등 기분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이다.

KT 김훈배 뉴미디어사업단장은 관련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820만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OTT서비스를 구축했으며, AI신기술을 OTT에 적극적으로 접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지상파와 연합해 웨이브를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시작 한 달여 만에 약 264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초기 공격적인 프로모션 등으로 일평균 사용자 수가 넷플릭스를 앞지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아직 자체 신규 OTT 출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하현회 부회장이 미국 넷플릭스 본사에 방문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통신사들이 스마트폰 등 개인 단말기를 통한 영상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스마트폰은 TV와의 비교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981년 버글스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를 불렀다. 2020년에는 ‘Mobile killed the TV star’라는 가사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스트리밍 라이프’와 ‘초개인화’ 그리고 ‘구독경제’등 다양한 소비 키워드가 그 배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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