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화학과 김우연 교수 '인공지능 신약개발' 주제 발표
"제약 업계 '투자 대비 효율' 높이기 위해 AI 장기 투자" 제안

29일 열린 제약사 CEO 워크숍에서 카이스트 화학과 김우연 교수가 "AI 및 IT 기술을 신약개발에 적극 활용하자"고 발표하는 모습
29일 열린 제약사 CEO 워크숍에서 카이스트 화학과 김우연 교수가 "AI 및 IT 기술을 신약개발에 적극 활용하자"고 발표하는 모습.(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AI기술을 활용해 제약 관련 연구개발 비용과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

제약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2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모여 제약업계의 미래를 토론하는 워크숍을 가졌다. 눈에 띄는 대목은 카이스트 화학과 김우연 교수가 ‘인공지능 신약개발’이라는 주제로 나선 강연이었다. 

제약 업계는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오랜 기간을 들여 투자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여건 상 신약개발이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사전에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는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였다.

글로벌 제약업계 연구개발투자 규모를 보면 2019년 기준 205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투자규모는 국내 모든 산업을 통틀어 최고치 수준이고 ICT기술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IT 전자산업보다 규모가 큰 것이다. 역설적으로 투자 대비 효율 대비 리스크가 큰 산업이 바로 제약산 부문인 셈이다. 

카이스트 화학과 김우연 교수는 이날 워크숍 강연자로 나서 “1조원당 (신약개발) 1개 이하로 효율이 떨어진 상태이며, 투자 대비 효율은 매년 하락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평균 3조원의 연구개발을 투입해 신약 하나를 개발한다. 성공률은 1/9000 수준이다. 손익구조로만 따지면 비효율적인 산업이다. 결국 연구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이면서 성공률은 높이는 것이 제약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

신약 분야는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가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직결되는 분야다. 일례로 198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휴미라’는 2018년 기준 22조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MGH와 화이자가 산학협력으로 만든 관절염 치료제는 매년 7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규모 연구개발과 실제 신약개발 사이의 접점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기초연구에서 개발로 가는 중간단계가 취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질병의 매커니즘을 발굴하는 기초연구를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전임상 및 임상 등 개발 단계는 제약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기초연구에서 개발로 가는 중간단계, 즉 최적화나 평가 단계가 취약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 기초연구와 개발 사이 접점이 약한 부분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이러한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IT와 AI의 결합에서 문제 해결의 힌트를 찾자고 제안했다. 여러 산업에서의 공통 이슈인 ‘디지털전환’이 제약업계에서 이뤄질 경우 비용과 기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일례로 과거 게놈프로젝트는 1990년부터 2003년까지 14년이 걸렸지만, 2014년에는 2주만에, 단 100만원의 비용으로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기존 기술과 IT를 활용해 자동화, 병렬화 한 사례를 꼽았다. 어떤 매커니즘에서 질병이 발생하는지를 발견하고, 약을 설계한 다음 설계한 약을 합성하고, 테스트 하는데 이 와중에 기계적 단순반복을 병렬화 자동화하자는 것이 AI 신약개발의 요체라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한국산업을 견인할 업종 1위가 인공지능(36.4%), 그리고 2위가 바이오(30.3%)분야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이 두 분야가 효과적으로 합쳐진다면 매우 큰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해외 사례도 있다 ‘인 실리고 메디슨’이라는 해외 제약사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AI 및 IT기술을 활용해 3만개의 후보물질에서 1선도물질 전임상 단계까지 46일만에 완성됐다. 기존 방식으로는 2~3년 걸리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다. 이들의 발표에 따르면 94%시간을 절감하고 83%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에 대해선 “같은 기간과 비용으로 기존에는 1번 시도하는 것을 10번 시도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수치적으로 보면 성공확률이 10배로 늘어난다는 가정도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사업성을 고려해야 다는 점을 들어 “현재 수준으로 보면 하나의 타겟에 대해서는 인간의 연구력이 더 훌륭하다. 하지만 10년 후를 생각하면 AI와 IT활용을 더욱 늘려야 한다”며 “인간과 AI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한 혁신 측면에서 산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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