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와 ‘보안 관련 논란’ 휘말린 삼성전자
최근 성적표 및 해외 실적, 주식시장 전망 등은 OK
고성능 프리미엄 시장 선도할 ‘기술’ 앞세워 위기 탈출 나선다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경영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되면서 삼성의 미래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오너 리스크' 및 '지문 보안 논란'이라는 변수와 마주했다. 위기에서 벗어날 키워드로는 '기술'이 꼽힌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삼성전자가 2가지 암초를 만났다.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이 시작됐고, 갤럭시 일부 스마트폰에서는 지문 보안 관련 논란이 일었다. 오너 리스크와 보안 관련 논란을 깨끗하게 떨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지난 26일 끝났다. 임기 종료 하루 전에는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사내이사 임기 종료 후에도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기 이전까지는 경영 활동이 아무래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총수의 재판인 만큼 공판을 둘러싸고 법조계뿐만 아니라 재계 관심도 높다.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 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 정 부장판사는 "1993년 51세에 '삼성 신경영'을 선언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같은 나이가 된 이 부회장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라고도 언급했다. “총수도 두려워 할 정도의 준법감시제도를 만들 것, 총수로서 재벌체제의 폐해를 줄이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라”고도 주문했다.

법원이 재판 초기 피고에게 따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어서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법원이 왜 삼성의 경영을 걱정하느냐’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총수로서 해야할 일이 있으니 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삼성전자는 ‘오너 리스크’를 염두에 두어야 하다는 점이다. 이재용측은 유무죄 다툼보다는 양형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여부에 따라 경영 활동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재용 부회장의 두 번째 공판은 오는 11월 22일 열릴 예정이다.

◇ 지문 보안 관련 이슈에 소비자 신뢰 하락

삼성전자를 둘러싼 논란과 이슈가 또 있다. 갤럭시 최신 모델 등에서 발생한 ‘지문 보안’ 관련 이슈다. 삼성전자가 해명에 나서고 부랴부랴 소프트웨어 패치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실제로 국내 주요 은행들은 소비자들에게 해당 이슈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면서 “모바일 뱅킹이나 간편결제 앱 이용시 지문 인증을 사용하지 말고 패턴이나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 다른 인증 수단을 사용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보안 관련 논란이 일자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결제시스템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결제시스템 ‘위챗페이’가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 시리즈의 지문 인식 기능을 중단시킨 바 있다.

중국은행도 지난 19일 "고객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로 로그인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 갤럭시S10, 갤럭시노트10과 태블릿PC인 탭 S6의 지문 인식이 뚫린 문제로 최근 이들 3개 기종의 모바일뱅킹에서 지문 로그인 기능을 껐다"고 밝혔다.

보안 전문가들은 생체인증 기술이 편리하지만 보안에는 아직 취약할 수 있으므로 보완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기통신관련 국제기구인 ITU에서 의장을 맡고 있는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생체인증과 함께 비밀키 등 자신이 알고 있는 식별 체계를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신뢰다.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개별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관련 논란이 주가나 기업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제품군이 다양하고 시장이 넓어서다. 하지만 안전이나 보안 관련 이슈라면 소비자들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

최근 4개월간 갤럭시S10을 사용했다는 한 소비자는, “다른 사람 지문뿐만 아니라, 고구마 같은 걸 갖다 대도 잠금이 해제됐다는 후기를 봤다”면서, “전화기가 아니라 케이스 문제고,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패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기사에도 소비자들의 날 선 댓글이 다수 달렸다. 국내 유명 포털 N사에 등록된 기사에서 네티즌들은 “삼성의 품질경영에 엄청난 구멍이 생긴 것(rapi****)”이라고 비판하거나 “하드웨어 인식 문제라면 소프트웨어로 해결 불가, 환불만이 답(hjki****)”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소비자는 “(실리콘 케이스) 커버 돌기가 지문과 비슷한 것도 아닌데 왜 잠금이 해제되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냥 오돌토돌한 모양이면 무조건 다 열리나?(kkt2****)”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의 지문인식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최근 제기된 지문인식 보안 이슈에 대해 소프트웨어 패치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신뢰'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기업의 주가와 가치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 위기설 대두 속, 성적표와 실적은 여전히 OK

성적표와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와 ‘위기’라는 단어 사이에는 거리감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브랜드 가치 611억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순위는 6위로 지난해와 같다.

인터브랜드는 기업 재무 성과, 고객의 제품 구매 시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 브랜드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치를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2016년 518억 달러(7위)를 기록한 후 3년 만에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2016년 518억 달러(7위)를 기록하며 500억 달러 벽을 돌파한 후, 3년만에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12년 브랜드 순위 9위로 처음 10위권에 오른 이후 브랜드 가치와 순위가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에 대해 “미래 선도 기술 분야에서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이 있고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유지하며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기 하루 전에는 미국 IT 전문 매체인 씨넷이 삼성전자의 세탁기와 건조기를 ‘스마트 기능’과 ‘뛰어난 성능’ 부문에서 '최고의 페어(Best Pair)’ 제품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건조기는 미국 시장조사 업체 JD파워가 최근 실시한 ‘2019 생활가전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도 총점 880점(1000점 만점 기준)을 받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독일 제품평가 매체와 영국 일간지도 삼성 건조기를 호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은 삼성 건조기가 3분기 브랜드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부터 연간 1위를 기록 중이며 올해도 3분끼까지 매 분기 1위 추세다.

◇ 증권가, “이미지 타격 있어도 기업 가치에 근본적 영향 적을 것”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흐름도 좋은 편이다. 9월 초 기준 4만 3000원을 오가던 주가는 10월 28일 정오 현재 5만 1400원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긍정적인 전망을 많이 내놓았다. 지문 보안 등의 이슈가 브랜드 이미지에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주가나 기업의 가치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베스트증권 최영산 연구원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문 보안 관련 이슈는)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문제”라고 전제하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적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고, 실적은 판매량과 연동되는데 지금으로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패치가 비교적 빨리 이뤄졌고, 보안 문제로 인해 금전적인 피해를 본 실제 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에 일부 타격이 가해질 수는 있으나 주가가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과거 갤럭시 노트 발화 이슈 등과 비교해서도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안전이나 보안 관련 이슈가 생긴 경우, ‘실제로 피해가 발생했는지’도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이슈는 그 정도까지로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잘하고 있는 부분들로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BK 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개선은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하면서 “재고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가격 저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동반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SK증권 김영우 연구원은 “그동안 수익 창출이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되었던 반해 향후 3년간의 변화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통신장비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신용평가에서 발행한 2019그룹분석보고서도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점진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월한 시장 지위와 원가경쟁력, 다각화된 제품포트폴리오 등을 바탕으로 우수한 사업경쟁력과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변수와 맞닥뜨린 삼성전자, 해법은 결국 기술과 투자

기업은 결국 성과로 말한다. 변수와 마주한 삼성전자도 기술에서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9월부터 업계 최초로 3세대 10나노급 D램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고성능, 대용량 D램 라인업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기존 대비 읽기응답 시간과 지연 시간을 개선한 제품, 속도와 용량을 향상 시킨 제품들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기술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리서치 아메리카에서 ‘테크 포럼 2019’를 개최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CE부문장 겸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김현석 사장은 "앞으로 기술의 발전 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UX)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맞춰 가는데 업계가 함께 소통하며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오너 리스크와 지문 보안 관련 이슈로 삼성전자는 변수를 만났다. 수출규제 등 여러 악재속에서 투자를 늘려가며 해법을 찾아가던 와중에 또 다른 숙제와 마주한 셈이다. 이 숙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것이 4분기와 내년 이후 삼성의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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