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대림산업 유관사업 확장·GS건설 신사업 개발 박차
HDC현대산업개발, 관광·리조트 다각화…아시아나 인수 참여

건설 경기 불황에 상장 대형 건설사들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사진은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인 GS건설 자회사 자이에스엔디에서 선보인 국내 최초 환기형 미세먼지 저감장치 시스클라인 적용 사례.    (사진제공=GS건설)
건설 경기 불황에 상장 대형 건설사들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사진은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인 GS건설 자회사 자이에스엔디에서 선보인 국내 최초 환기형 미세먼지 저감장치 시스클라인 적용 사례. (사진=GS건설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고착화 될 것에 대비해 미래 새 먹거리 창출을 위한 사업영역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코스피에 상장된 대형 건설사들의 신사업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더불어 건설경기 자체가 꺾였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축적한 현금을 미래 먹거리 개척을 위해 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각 대형 건설사의 신사업 전략이 판이하게 달라 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할 기업과 실패할 기업이 엇갈릴 전망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 4대 대형건설사(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HDC현대산업개발)의 이익잉여금 규모는 반기 기준 13조3928억원을 기록했다. 1년새 1조4852억원(12.47%) 성장한 규모다. 이익잉여금이란 회사가 설립 이후 벌어들인 이익 중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적립한 과거 이익의 누계금액이다.

이는 과거 몇 년간 지속됐던 해외사업 악성(현안)프로젝트 종료에 따른 손실을 덜어내고, 주택 분양 호황기 이익을 적립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 해외 민관합작투자로 현지 국책사업 수주 확대 

이들 4개 대형 건설사는 축적한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제각기 신사업 방향을 수립했다. 건설사들의 신사업 투자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유관사업을 확장하는 경우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 1등에서 보듯 실적 개선을 해외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현금여력을 건설산업의 확장으로 전략 방향을 세우고 현금자산을 해외 민관합작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 일환으로 현대건설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국영건설업체 후따마 까리야(PT Hutama Karya)社와 현지에서 추진될 정부 주도의 주요 국책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MOU 체결로 토목과 플랜트, 발전, 건축 등 건설 모든 분야에 걸쳐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현대건설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인프라 사업에 전문성을 가진 후따마 까리야와의 전략적 협력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후따마 까리야와의 MOU 체결은 유관 사업 확장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양사는 MOU에 따라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의 2기 정부에서 추진 계획인 수도 이전사업, 찔레곤과 빠띰반을 잇는 도로와 철도 사업 외 자카르타 북부 방조제 사업과 대형 국책 정유 및 석유화학 공사, 대형 플랜트 사업에 대해 상호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대건설은 해외 공공 인프라 PPP(public-private partnership·민관합작투자사업) 구축은 물론 민간·주거 개발사업 참여 기회 확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MOU를 통해 현대건설의 풍부한 해외경험과 높은 기술력 및 금융주선 능력과 인도네시아 대표 기업인 후따마 까리야의 현지 경험이 맞물려 한국과 인도네시아 대표 회사의 상호 협력이 양국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지난 9월 태국 석유화학 회사 '피티티 글로벌 케미칼(PTT Global Chemical)'과 손잡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석유화학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이는 기존 사업과 연속성을 가지는 동시에 플랜트 시장 진출에 대한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GS건설은 건설영역과 비(非)건설영역 한계를 두지 않고 신사업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GS건설은 스마트팜, 수산업, 모듈러 주택 등 유관사업과 비유관사업을 아우르는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건설 토목에 국한되지 않는 사업 다변화로 성장모멘텀 모색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은 기존 건설사업과의 연계 시너지 등을 그리기 어려우나 그룹 차원에서 건설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며 “하지만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 상장이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주택시장 밸류체인 확대도 손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이에스앤디 코스피 상장과 관련 이 회사 김환열 대표이사는 “이번 상장은 자이에스앤디가 주택개발 사업을 본격화하여 ‘종합부동산서비스’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건설업에 대한 시장의 편견과 달리 자이에스앤디는 높은 수준의 외형성장과 내실강화를 이뤄왔고, 성장성이 높은 중소규모 주택 공략, 고부가 사업 강화, 베트남 부동산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지속성장하는 모습을 증명해내겠다”고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HDC현대산업개발은 관광사업을 회사 신성장동력으로 사실상 확정한 모양새다. 면세점과 호텔, 리조트, 운송 등 관광 관련 업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얼마 전 대형 골프·스키 리조트 한솔오크밸리 운영사 한솔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49.59%를 580억원 가량에 사들였다. 한솔개발 사명도 ‘HDC리조트’로 바꿨다.

오크밸리는 원주에 위치한 골프·스키 리조트로 회원제 골프장인 오크밸리CC(36홀)와 오크힐스CC(18홀), 대중제 골프장 오크크릭GC(9홀) 등 총 63홀의 골프장과 스키장, 콘도(1105실)를 갖췄다. 부지면적만 1135㎡로 단일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오크밸리 기존 시설을 리뉴얼해 골프 코스를 신설하고 고급 타운하우스를 조성하는 등 단계적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오크밸리 인수가 정몽규 회장이 주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크밸리 인수를 계기로 향후 非주택 사업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 회장의 포부라는 것.

HDC현대산업개발은 오크밸리 인수 전에도 호텔, 리조트 사업을 해오기는 했다. 호텔HDC는 서울, 부산에서 특급 호텔 파크하얏트를 운영 중이다. 강원도 고성 아이파크 콘도를 보유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정선에 휴양 리조트 ‘파크로쉬리조트앤웰니스’를 개장하는 등 호텔, 리조트 사업을 키워왔다. 이번에 오크밸리까지 품에 안으면서 레저 사업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단숨에 ‘M&A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HDC현대산업개발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HDC현대산업개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조1772억원 수준. 단기금융상품 4542억원을 더하면 1조6000억원 가량 현금 동원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미래에셋대우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며 ‘M&A 시장 큰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입찰은 현재 마감돼 연내 우선협상자선정을 앞두고 있다.

한편 세번째로 소개된 신사업 진출 및 M&A가 대형 건설사들에게 결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공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사업 다변화 초강수를 둔 HDC현산을 놓고 업계에서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산이 항공·물류업 경험이 없는데다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9조원을 넘을 정도로 부담이 큰 탓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는 아쉬운 결정이다. 면세점과의 사업 시너지가 나올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를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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