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손실 9285억 육박…작년 4Q 이후 3분기 연속 적자
호주 광산 개발 현지 당국에 제동…8천억 들인 사업비 날릴 판

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취임 1년 6개월이 지난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대표이사 사장이 2가지 악재로 좌불안석이다. 누적되는 적자의 악순환 속에서 호주에서 광산 개발까지 뛰어들었다가 1조원에 가까운 투자금까지 날릴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올해 영업손실 자체 전망치만 1조5천억원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2분기에만 2986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상반기를 통틀어서는 영업손실이 9285억원에 달한다. 반기 기준 9000억원대 영업손실은 2012년 상반기(2조3020억원 적자) 이후 처음이다.

한전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흑자를 내다가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에만 2조20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영업손실 자체 전망치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2019~2023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한전 영업실적(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1조5000억원 적자, 부채비율은 지난해 98.7%에서 올해 111.8%로 급등할 전망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이 발전단가가 싼 석탄, 원전 대신 값비싼 LNG, 신재생 전력 구매를 확대하면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차입금도 계속 불어나는 모습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62조800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 매각 등의 효과로 2016년 53조6000억원까지 줄었다. 그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차입금이 불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말 61조원까지 늘어났다.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7~8월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을 확대하면서 한전 부담은 더욱 커졌다. 전국 1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원 수준의 할인 혜택을 받으면서 한전은 할인금액 2847억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 유연탄 확보 호주 바이롱 광산개발 투자금 8000억원 고스란히 떼일 판  

영업 손실로 인한 적자 경영 외에도 지난 2010년부터 호주에서 추진해온 바이롱 광산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된 것도 김종갑 사장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한전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독립계획위원회(IPC)는 지난달 18일 “한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에 동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IPC 결정에 따라 광산 개발이 불가능해졌다. 호주 바이롱 광산 개발로 유연탄 확보에 나섰다가 오히려 나랏돈을 고스란히 떼일 상황이다.  

또 다른 사업 반려 사유로 IPC는 “지하수 오염이나 자연 훼손 등 장기적 환경 영향에 중대한 우려가 있다. 지속가능 개발 원칙에 반하고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어 “사업 개발에 따른 효과는 현재 세대가 향유할 수 있지만 환경 영향은 이후에 장기간 지속되고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전이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해 왔다. 당시 호주 앵글로 아메리칸社로부터 약 4000억원을 들여 광산을 인수했다. 남동발전 등 한전 발전자회사가 사용할 유연탄을 확보하기 위해서 였다는 게 한전 측이 내놓은 해명이다.

한전은 3500억원 이상을 들여 토지 매입과 탐사 개발에 썼다. 이후 한전은 광산 개발계획을 수립해 2015년 호주 정부에 개발 허가를 신청했다. 이렇게 현재까지 투입된 사업자금은 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총 사업비는 1조3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한전은 2021년부터 40년간 연 350만톤의 석탄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석탄개발이 이뤄지면 발전용 유연탄으로 매년 5000억원 수익을 예상했다. 그간 적자행진을 이어온 한전이 수익성 개선의 대책 중 하나로 역점을 둔 사업이다.

하지만 광산 개발에 대해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이번 IPC의 바이롱 광산 개발사업 반려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현지 주 정부와 IPC간의 보고서간 간극이 너무 커서 처음에는 경황이 없었고 당혹스러웠다”며 “그간 실무자를 현지에 파견해 IPC 결정의 부조리를 부각시키는 등 대응해 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광산의)매각이나 청산절차 진행은 고려하지 않고 사업권을 재허가받기 위해 호주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까지도 현재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전 호주법인은 2010년 7월 바이롱 광산의 지분 100%를 인수한 이래 9년째 개발 인허가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 호주법인에는 한전의 발전자회사 5개사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적자행진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수익성 개선의 일환으로 9년간 8000억원 넘게 개발사업을 추진해 온 바이롱 광산 프로젝트의 제동 등으로 김종갑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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