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자율 주행에 관한 사용자 유형과 정서적 배경 연구 결과 발표
기술 발전 속, 자율주행차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와 우려 공존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스마트국토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자율주행차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스마트국토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자율주행차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당신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운전석에서 편하게 쉴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첨단 기술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심리적인 신뢰 문제다.

‘내가 핸들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정말로 괜찮은지’, 예를 들어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싣고 운전석에서 잠이 들어도 ‘내 차가 각종 돌발 상황에도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나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지’에 대한 신뢰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우디가 이 의문에 대한 힌트를 찾아 나섰다. 시장 조사 기관 입소스(Ipsos)와 협력해 이 의문에 대한 힌트를 찾아 나섰다. 세계 3개 대륙 9개국 2만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어릴수록, 고소득이거나 고학력일수록, 그리고 트렌드 세터거나 기술에 정통한 사람일수록 자율 주행에 대한 기대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나이가 많고 비교적 수입이 낮은 계층, 저학력이면서 신기술을 의심하는 운전자 대다수는 자율주행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 자율주행 기술 빠르게 발전하지만, 소비자 시선 기대와 우려 공존

자율주행 차량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기본적인 관심과 호기심은 매우 높다. 전 세계적으로 자율 주행에 대한 강한 관심 (82%) 과 호기심 (62%)을 드러났다.

첨단 기술 측면에서는 응답자들이 모빌리티에 대한 액세스 향상 (76%), 편의 향상 (72%), 안전 개선 (59%) 등의 잠재력을 기대했다. 응답자 중 과반수 이상이 자율 주행 테스트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반면, 통제력 상실에 대한 공포 (70%), 불가피한 상주 위험 (66%) 등 우려 또한 존재했다. 응답자 중 41%는 자율 주행 기술을 의심하고 38%가 불안감을 내비쳤다. 차량 제어권을 넘길 의향이 있는 상황을 골라보라는 질문에는 ‘자율 주차’나 ‘고속도로상의 교통 혼잡’ 등 주행 중 사고 가능성이 적은 상황들을 주로 골랐다.

아우디는 이 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신기술을 의심하는 운전자>다. 이들은 기존의 환경을 고수하고 자율 주행은 완전히 정착되었다는 확신이 든 이후에만 이용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안전 중심의 소극적 이용자>다. 이들 역시 자율 주행에 대해 꺼려하는 태도를 취한다. 자율 주행 차량은 먼저 몇 년 동안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후에 일반 도로 사용을 허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개방적 협력 운전자>다. 이 사람들은 기술의 이점을 인식하면서 업계나 과학기술계, 또는 정치권에서 자동차의 안전한 도로 이용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

나머지 두 계층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소비자다. <사회적 신분을 중시하는 트렌드 세터>는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나타낼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자율 주행 차량에 열의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술에 정통한 탑승자>는 자율 주행 기술을 매우 신뢰하며 이 기술이 사회 전반에 전파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에 참석, 전시장에 마련된 자율주행셔틀을 직접 타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에 참석, 전시장에 마련된 자율주행셔틀을 직접 타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운전대 놓으면 불안할 것” vs “AI 실력이 나보다 더 좋을 것”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기자는 이 조사 결과를 주위 30~40대 운전자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물어봤다.

운전경력 9년차에 승용차로 출퇴근 및 외근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직장인,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해 16년 동안 폭넓은 운전 경험을 쌓은 자영업자, 운전경력 2년에 주말 레저용으로만 주로 쓰는 주부, 그리고 <소비자경제> 편집국 기자 2명이 ‘아직은 불안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율주행차 사고 영상을 보고 불안해졌다”거나 “특별한 이유를 꼽기는 어렵지만 왠지 아직은 시기상조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운전대를 놓고 있더라도 뭔가 불안해서 계속 앞을 쳐다볼 것 같다”고 말한 운전자도 있었다.

다만 이들은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하고 기술 개발에 대한 뉴스가 계속 쏟아지면 불안감이 지금보다 덜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긍정적으로 답했다.

반대로 운전경력 14년에 서울 잠원동에서 경기도 기흥까지 매일 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는 10년이 넘었으나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필요할 때마다 가끔 운전대를 잡는 한 연극인은 “자율주행 시스템에 맡기고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두 사람은 “AI나 기계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피곤하거나 집중력을 잃은 사람이 실수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비율이 적을 것 같다”고 말하거나 “내가 운전하는 것 보다는 기계가 더 안전할 것 같다”면서 기술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아우디 자율주행 기술 개발 담당 토마스 뮬러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자동화 및 자율 주행은 모빌리티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잠재력을 지닌다" 고 말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기술적 발전과 함께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율 주행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점과 최신 기술에 대한 기대를 올바르게 정착시킬 방안에 관한 통찰력을 배웠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완성차 업계와 IT기업들도 해당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시장 확대 추세 속에서 소비자들의 인식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도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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