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 화재 이후 통신인프라 대대적 개선과 점검
차세대 OSP 관리 시스템 ‘아타카마’ 상용화
5G 로봇 활용한 화재 감지 및 진화...“통신 인프라 혁신 지속할 것”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이 4일 대전 대덕구 OSP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통신인프라 혁신기술 및 향후 운용 계획을 밝히고 있다.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이 4일 대전 대덕구 OSP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통신인프라 혁신기술 및 향후 운용 계획을 밝히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KT가 차세대 통신 인프라 혁신 기술을 발표했다. 운용효율을 높여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재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기술이다. 화재가 나면 로봇이 불을 끄고 AI가 맨홀도 관리한다. 대한민국 통신망은 지금보다 더 빠르고 안전해질까?

KT가 4일 대전 대덕구 ‘OSP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통신 인프라 구축과 운용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OSP는 ‘Out Side Plant’의 약자로 맨홀과 통신주 등 ‘외부 통신시설’을 뜻한다.

KT는 통신구 230개(286Km), 통신주 464만개, 맨홀 79만개를 운용, 관리한다. 5G 시대 ‘초연결사회’가 본격화하면 OSP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운용되어야 통신 관련 데이터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오갈 수 있어서다. 외부 통신시설들을 빠르고 정확하고, 또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이 ‘OSP 이노베이션’의 요점이다.

◇ 타산지석 아현 화재, 대대적 점검과 개선 실시

지난해 KT는 아현지사 화재라는 뼈아픈 사고를 겪었다. 화재 이후 KT는 “3년간 4800억원을 투입해 통신재난 대응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현재 총 6개 분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비상시 우회경로 확보, OSP시설 전수조사 및 취약시설 개선작업, 건물 안정성 향상 작업, 아현지사 복구 작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KT는 그동안 통신 인프라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및 개선 활동을 벌여왔다. 재난 등의 변수에 대비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대규모 긴급 통신복구훈련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해도 빠른 조치가 가능하도록 역량을 높여왔다.

이 과정에서 KT는 5G 시대가 필요로 하는 OSP 혁신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5월 네트워크부문에 ‘인프라운용혁신실’을 신설하고, 통신 인프라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및 개선 활동을 펼쳤다. 대규모 긴급 통신복구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했다.

7월에는 차세대 통신 인프라 혁신기술 개발을 위해 융합기술원 산하에 ‘KT OSP 이노베이션센터’를 구축했다. 대덕 연구단지에 7만6,000㎡ 규모로 조성한 이 센터에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OSP 구축·운용을 위한 기술개발과 다양한 시험이 이뤄진다.

◇ 차세대 OSP 관리 시스템 ‘아타카마’ 상용화

KT는 이날 통신 인프라 설계부터 관제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아타카마(ATACAMA)’를 개발,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KT가 보유한 설계·운용·관제·장애복구 분야 전문인력들의 노하우가 데이터베이스화해 완성됐다. 개발비만 약 50억원 정도 소요된 대형 프로젝트다.

아타카마를 활용하면 관리가 빨라진다. 기존 구간별 수동 설계에 100분 걸리던 광케이블 망 설계 작업이 5분으로 단축된다. 20배 정도의 생산성 향상이다. AI 자동 설계로 시작점부터 종단까지 전 구간 최적 루트 설계가 가능하며, 이원화 루트를 자동 설계해 네트워크 신뢰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아타카마는 향후 KT통신망 기본 플랫폼으로 작용한다.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은 “기존에는 7가지 이상의 OSP관리 시스템이 존재했고 서로 분산되어 관리되느라 비효율적인 면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향후 해소되면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사장은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AI기반으로 시스템에 모두 적용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시스템이 하나로 일원화될 경우 보안 우려는 없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KT 융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 이영욱 TF장은 “시스템이 KT클라우드 안에서 3중으로 보안 처리되고, 데이터 역시 암호처리 되어 있다. 보안이 뚫릴리도 없지만, 설령 뚫린다고 해도 해킹 등의 위험은 없다”고 해명했다.

로봇으로 통신구 화재를 감지 및 진화하고, AI로 맨홀을 관리하는 OSP 관리 혁신솔루션도 눈에 띈다. 이는 기존 솔루션이 OSP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지만 가능하거나 개별 인력이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업무 효율성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KT가 취재진에게 공개한 재난 대응 솔루션 실험 관련 모습. 화재 발생시 내부 온도가 변하면 카메라(사진 위)가 현장을 촬영하고 로봇(사진 아래)이 소화액을 분사한다.
KT가 취재진에게 공개한 재난 대응 솔루션 실험 관련 모습. 화재 발생시 내부 온도가 변하면 카메라(사진 위)가 현장을 촬영하고 로봇(사진 아래)이 소화액을 분사한다.

◇ 사람이 가기 어려운 곳, 로봇이 달려간다

기존 화재 감지기는 긴급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대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센서가 부착된 특정 지점에서만 감지가 가능해서 문제였다. 센서 동작을 위해 필요한 전원이 또 다른 화재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통신구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유독가스 등으로 진입이 어려운 것도 숙제였다.

KT는 새롭게 개발한 화재감지 기술과 5G 로봇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신구 안에서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면 통신구에 설치된 5G 로봇이 통신구 상황을 파악하고 화재를 조기 진화한다.

레일형 5G 로봇 ‘사파이어(死Fire)’는 통신구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통신구 환경을 원격으로 감시·조종할 수 있다. 풀HD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현장 상황을 5G로 실시간 중계하고, 에어로졸 소화기로 소화분말을 분사해 화재를 초기에 진화한다.

맨홀은 땅 밑에 있어서 내부 상태를 확인하려면 사람이 직접 현장에 가서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KT는 이러한 맨홀 시설에 대해 원격에서 자동으로 실시간 침수 상태를 탐지하고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맨홀 관리 솔루션을 개발했다. AI 기반 분포형 음파계측 방식으로 맨홀 침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침수된 맨홀의 위치를 확인하면 5G 로봇이 해당 위치로 이동해 현장 작업을 수행한다.

자율주행 기반의 5G 원격조종 로봇으로, 스스로 맨홀 뚜껑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작업을 실시한다. 360도 카메라와 유해가스 센서로 맨홀 내부를 확인할 수 있어 안전사고 예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은 “5G를 중심으로 펼쳐질 초연결사회를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신 인프라의 근간인 OSP의 안정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KT는 OSP 이노베이션센터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통신 인프라의 신뢰성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통신망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시대다. 앞으로는 소비자들의 삶 속 여러 이슈들이 모두 통신망을 통해서 이뤄진다. KT의 재난 대응 솔루션이 주목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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