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원금은 기계값 할인, 약정할인은 통신요금 할인...
스마트폰 구매할 때 기계값 VS 통신요금 어떤 할인이 더 좋을까?
고가 요금제 사용자는 약정할인이 일반적으로 유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지난 3일 오후 11시 5G 스마트폰을 개통하며 세계 첫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사진=연합뉴스)
통신사들은 공시지원금과 약정할인 제도를 통해 소비자 유치 경쟁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경제, 금융, 산업 등 매일 쏟아지는 경제용어와 뉴스의 초점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소비자경제는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경제’ 코너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 관련 기사와 용어들을 쉽게 풀어드립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줘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획기사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휴대전화 대리점에는 종종 ‘공짜’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갤럭시 노트 10 등 최신 스마트폰 출시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정말 최신형 스마트폰을 공짜로 준다는 의미일까요? 아니오 속지 마세요. '할부로 구매하니까 지금 당장 내는 돈은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는 있습니다. 24개월, 또는 36개월 기준으로 약정을 걸면 매달 요금을 깎아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대부분 약정할인으로 구매합니다. 나만 특별히 싸게 해주는 건 아니고 통신소비자 대부분은 이런 방식으로 새 스마트폰을 교체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기자는 지난 6월6일 아이폰XS Max를 구입했습니다. 기기변경 하고 나오면서 대리점에는 돈을 하나도 내지 않았습니다. 판매 담당자의 긴 설명을 정리하면 “매달 12만원 정도만 내면 되는 조건"이었죠. 당장 들어가는 돈이 없고, 어차피 통신요금이 매월 7~8만원은 나오니까 크게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저는 스마트폰 사는데 얼마를 쓴걸까요?

새로운 휴대전화를 사서 직접 사용하는데 필요한 돈은 단말기 구입비와 통신 요금입니다. 단말기 구입비는 출고가(기계값)에서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뺀 돈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시지원금은 통신사에서 깎아주는 돈이고 기타 할인 금액은 판매점이나 대리점 등에서 행사나 프로모션 등을 통해 할인하는 돈을 뜻합니다.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깎아주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할부로 구입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수료가 붙습니다. 할부수수료는 24개월 기준으로 연 5.9%입니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매달 나눠 내니까 얼마 안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신형 고가폰의 경우 할부수수료만 10만원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요금은 기본료와 월정액에 약정할인금액을 뺀 돈입니다. 약정은 일정 기간 통신사를 계속 이용하겠다고 약속하고 요금을 할인받는 제도죠. 쉽게 말해 ‘최신형 스마트폰을 싸게 파는’ 제도가 아니라 ‘통신사 서비스를 계속 쓰는 조건으로 전화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기자는 아이폰XS Max를 170만 5000원에 공시지원금 없이 구매했습니다. 이 돈을 흔히 ‘할부원금’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24개월 할부로 계약했더니 수수료가 10만 6760원 붙습니다. 스마트폰 구입비는 181만 1760원, 그래서 2년 동안 매월 7만 5490원을 단말구입비(기기값)로 냅니다.

◇ 170만원짜리 스마트폰…매월 12만원 할부 되는 공식은?

요금제는 6만 9000원짜리를 선택해 2년 약정으로 25% 할인 받았습니다. 25%는 정해진 할인율입니다. 그래서 매달 내야 할 요금은 5만 1730원입니다. 단말구입비와 요금을 더하면 기자가 내야 하는 ‘핸드폰비’는 결국 12만 7220원입니다.

여기에, 대리점에서 소개한 스마트폰 보험료를 추가해야 합니다. 강제로 권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액정 한번만 갈아 끼우려고 해도 20만원을 훌쩍 넘길 수 있으니 보험을 드는 것이 마음 편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No'를 외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바꾸려고 생각했고, 외식 몇 번만 줄이면 되는 돈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해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장 나가는 돈은 없죠. 하지만 24개월 ‘약정의 노예’가 됩니다. 물론 나눠 내니까 당장 부담은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더라도 어차피 '폰 요금'은 매달 나가는 고정비니까 괜찮아' 하면서 소비를 정당화 합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사인할 때는 마치 싼값에 새 전화기를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새 스마트폰을 들고 룰루랄라 대리점을 나섭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180만원이 넘는 물건을 덜컥 구매한 것입니다. 보통의 소비자라면 자동차나 대형 가전제품을 제외하면 그만한 돈을 한번에 결제할 일이 흔치 않습니다. 그리고 모르긴 해도, 스마트폰은 2~3년 내에 또 '신상'으로 바꿀 확률이 대단히 높은 제품이죠.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어떻게 구매해야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을까요? 우선 중요한 원칙 하나를 소개합니다. 예전에는 대리점을 방문하면 무조건 ‘할부원금’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매월 내는 요금’이 더 중요한 기준입니다. 실제로 나가는 돈이 얼마냐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할부원금’이 널리 알려지면서, 요즘 통신사들은 할부원금을 낮춰주는 대신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유지비’라고 정의하겠습니다. 할부원금보다 유지비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할부원금 7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요금 9만원 내면서 사용하면 2년 유지비가 286만원, 할부원금 90만원에 6만원 요금제를 사용하면 234만원입니다. 기계값이 싸다고 70만원 짜리 제품을 구매하면 나중에는 결국 더 많은 돈을 낼 수도 있습니다.

◇ 기계값 깎아주는 공시지원금 VS 요금 할인받는 약정할인

유지비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기계값을 깎아주는 공시지원금, 또 하나는 요금을 할인받는 약정할인입니다. 관련 정보는 통신사들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 초이스’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별로 공시지원금과 추가할인 등이 계속 변할 수 있으니 각 사 홈페이지 등에서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재 국내 25% 약정 할인 가입자 수는 2511만명에 달합니다. 지난 2017년 9월 요금 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된 이후 공시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요금 할인을 받는 것이 유리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이 경향에 일부 변화가 생겼습니다. 5G 활성화를 위해 파격적인 공시지원금이 일부 생겨나면서 소비자들이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떤 제품을 선택하고 요금제를 무엇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화요금이 많이 나오는 사람은 약정할인을 받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싼 요금제를 고를수록 할인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동구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2년간 운영한 적 있는 전직 통신업계 관계자는 “저가 단말기는 공시 지원금을 받는 것이 유리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약정할인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갤럭시노트 10+를 SKT 8만 9000원 요금제로 24개월 약정 계약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경우 공시지원금을 선택하면 42만원을 할인받고, 요금할인을 선택하면 53만 4000원을 할인 받습니다. 요금할인이 훨씬 유리하죠. 반면 구모델인 갤럭시 S6를 SKT 4만 6200원 요금제로 개통하면 공시지원금(28만 4000원)이 요금할인(27만 7200원)보다 조금 더 유리합니다. (8월 20일 공시 기준, 26일 오후 2시 현재 '스마트초이스' 사이트 검색 결과) 

스마트폰은 고가의 제품인데다 교환주기도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짧은 편입니다. 당장 들어가는 돈이 없다고 덜컥 구매하기 보다는 지원 혜택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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