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돋보기 #⑥이재용] 韓日 각축 정점 삼성전자 수장…반도체 소재 기술독립 선봉장 될까?
[CEO돋보기 #⑥이재용] 韓日 각축 정점 삼성전자 수장…반도체 소재 기술독립 선봉장 될까?
사업장 직접 돌며 현장 경영...사내이사 임기 만료 D-2개월
상속세 재원 마련 등 내부 과제도 산적
‘삼성 황태자’ 뛰어넘어 전 세계 반도체시장 ‘황제’로 우뚝 설까?
  • 이한 기자
  • 승인 2019.08.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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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터닝포인트에 서 있다.

국정농단 재판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수사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일본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눈 앞에 놓였다. 10월 말까지인 사내이사 임기와 관련해서도 결단이 필요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황태자를 넘어 삼성의 진정한 오너로 올라설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 대외 노출 자제하던 이 부회장, 적극 언론 행보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에 변화가 보인다. 정확하게 말하면 행보 자체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 행보가 외부에 알려지는 방식이 바뀌었다. 지난 6월 1일로 돌아가보자. 이재용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주말에 긴급 소집해 오찬을 겸한 4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주관했다.

당시는 미중 통상전쟁과 이에 따른 화웨이 사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둔화, 삼성전자 실적 하락,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검찰 수사 본격화, 국정농단 사태 관련 대법원 판결 등이 얽히고 설킨 시점이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 등의 어휘를 사용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전자가 평소 이 부회장의 행보를 언론에 알리는데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일상적인 경영 일정을 일일이 언론에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5~6월을 전후로 이재용 부회장의 일정이 언론에 종종 공개됐다. 이례적인 행보였다.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 등을 앞두고 전략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도 해석했다. 우회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이 부회장의 경영상 중요성을 어필했다는 시선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이런 행보를 단순히 ‘이미지메이킹’ 정도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실제로 지금은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경영 변수가 많은 상태인데 과거 그룹 전반의 전략을 담당했던 미래전략실은 해체됐고, 전자 계열사간 사업조율 업무를 담당했던 사업지원TF도 최근 수사를 받는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 사업장 돌며 현장 경영, 반도체 전쟁 선봉장 자처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더욱 바빠졌다. 일본발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직후 현지를 찾아 시장을 점검했고 이후 경영진들을 잇따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5일 주관한 사장단 회의에서는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청사진을 내놨고 이후 주요 사업장을 돌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현장 경영의 출발은 충남 아산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6일 이곳을 방문해 반도체 후공정 라인 일부를 둘러봤다. 이날 이 부회장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의 각 단계에서 기술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후공정 라인부터 시작해 생산 전 과정을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9일에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평택사업장을 찾았다. 평택 1라인에는 차세대 D램 미세공정화를 위한 EUV(극자외선) 라인도 조성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핵심 소재 중에 EUV 라인의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가 포함돼 있다. 이 부회장은 이곳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이 연일 현장을 찾는 이유는 일본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1차 수출 규제는 삼성이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시스템반도체에 적용되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노린 것이다. 바꿔 말하면, 삼성은 한일 경제전쟁에서 우리의 선봉장이자 상대국 일본이 타겟으로 삼은 전략기지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그의 숙제다.

이재용 부회장은 칩 위탁 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합병 하는 수익성을 다각화를 추진한다. 삼성전자 기흥 사옥.
삼성전자 기흥 사옥 모습

 ◇ 사내이사 임기 만료 D-2개월, 이재용의 선택은?

삼성전자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최근 대내외 경영 변수들을 감안하면 오너의 책임경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연임하려면 늦어도 10월 11일까지 주주총회소집공고를 내야 한다. 그의 임기는 오는 10월 26일이까지고 상법 및 삼성전자 정관상 주주총회 개최 2주 전에 공고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두 달 안에 재선임 의지를 비쳐야 하는 셈이다.

다만 사내이사 재선임에는 변수도 적잖다. 올 봄으로 예상됐던 대법원 판결이 미뤄진 상태고 지금으로서도 어떤 판결이 어느 시점에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대외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였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어떠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재선임 안건 처리가 진행된다면 삼성전자 지분 8.9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입장도 관심거리다. 국민연금은 올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불법을 저질러 회사 가치를 훼손시킨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최근 경제 위기 속에서 이 부회장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 상속세만 9조원 예상...현금 마련 해법 주담대? 지분 매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보유의 삼성 계열사 지분을 모두 물려받으려면 상속세 규모가 얼마나 될까. SK증권 최관순 연구원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지분가치는 15.2조 원에 달한다. 가산세 20%를 포함하면 상속세는 약 9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연부연납을 가정해도 매년 1.5조원씩 6년간 상속세를 내야 한다.

2020년 기준 이건희 회장이 받게 되는 예상 배당금은 5146억원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배당은 1567억원 규모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모두 상속받는다고 가정하면 6713억원이다. 말하자면, 6년치 배당금을 모두 상속세로 낸다고 가정해도 9000억원의 가량의 현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SK증권 최관순 연구원은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주식담보대출을 활용 하거나 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계열사 내 지분율은 20.9%로 공정거래법상 의결권은 15%까지 인정되기 때문에 오너일가의 일부 지분을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의결권에 변화가 없어 일부 지분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자로서의 터닝포인트 지점에 서 있다. 법률적인 이슈와 일본발 변수, 반도체시장 자체가 처한 경영상의 어려움, 사내이사 임기 만료 등 현안이 산적했다. 말하자면 ‘숙제가 많이 남은’셈이다. 이 과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면 ‘삼성 황태자’를 넘어 ‘반도체 황제’자리를 굳힐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오디오·전장업체 하만 인수, 지난해 발표한 180조 원 투자계획, 올해 추진 중인 非(비)메모리 성장 전략 등 체질 변화·강화를 위한 역대급 투자를 진행 중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규모 투자 건을 진행하는 데는 총수의 결정이 절대적인 만큼 총수의 책임경영 의지가 중요하다고 보기도 한다.

덧붙여,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000명의 직접 고용을 결정했고, 10년 이상 지속돼 온 '반도체 백혈병' 논란 관련 중재안을 수용하기도 했다. 또 투자·고용·동반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직접 채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부회장이 여러 과제들을 딛고 해당 투자와 관련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인지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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