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울리는 패키지여행 피해사례…제도적 대안 절실
소비자 울리는 패키지여행 피해사례…제도적 대안 절실
소비자원, 여행상품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 시대별 분석
2016년 이후 최근까지는 안전이 가장 큰 이슈...계약 해지 관련 분쟁 많아
여행사 ‘갑을’구조 깨고 시장 상황 개선할 제도적 장치 필요
  • 이한 기자
  • 승인 2019.08.09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추석 황금 연휴 기간 해외여행 수요가 작년보다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소비자경제)
패키지해외여행 피해가 늘면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사진에 등장하는 항공기 및 항공사는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 A씨는 전화로 세부 3박4일 여행 상품을 예약하고 485만원을 결제했다. 그로부터 2주 후, 현지에서 테러가 발생해 외교부가 해당 지역 ‘여행 유의’ 경보를 발령했다. 현지 대사관에서도 테러집단에 의한 외국인 납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씨는 여행사에 상품을 취소하고 환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여행사에서는 현지 치안에 문제가 없고, 특별약관이 적용된 상품이므로 환불이 안된다고 버텼다.

# B씨는 지인 3명과 함께 10박 12일 코스의 스페인 3개 도시 투어 상품을 계약했다. 그런데 현지 테러로 17명이 희생되고 외교부가 여행 자제지역으로 지정했다. B씨는 상품을 취소하려고 했으나 사업자가 30%를 위약금으로 공제하고 잔액만 환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피해사례들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이후 모두 위약금 조정받거나 환급 처리됐다.

그럼에도 한국소비자원에는 해외 여행패키지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본 소비자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현지 호텔에서 조식을 먹다가 이물질을 씹어 치아가 파절됐는데 배상을 거부한 사례부터 현지 선택 관광 프로그램에서 제공한 해산물 식사를 한 후 식중독에 걸렸으나 배상을 거부한 사례, 현지 쇼핑센터에서 구매한 라텍스 제품에서 라돈이 측정돼 반품을 요구했으나 책임을 회피한 사례까지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큰 맘을 먹고 떠나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이모저모 비교하다보면 종착점은 결국 가성비 있고 저렴한 패키지 상품들에 눈길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는 거기서 시작된다. 소비자의 선택이 쏠리다보니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여행 계약 체결부터 여행 시작 전 계약변경, 해제, 여행계약의 이행, 여행시작 후 변경, 해지 등 시간적 흐름에 따라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속시원하게 해결이 안되는 사례들도 많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에는 여행사의 계약위반이나 일정변경, 쇼핑강요 등 여행자들의 불만과 옵션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데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주를 이뤘다.

이런 추세는 2010년대 들면서 바뀌고 있다. 패키지여행 상품의 부정확한 정보제공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많이 발생했고, 특히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상품가격외 여행일정, 취소규정, 숙박시설 기본정보, 쇼핑 품목, 선택관광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체일정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여행업계 잘못된 관행 등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여행업협회가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을 마련해 2014년부터 전면 시행했다. 표준안 제도는 가격, 취소수수료, 쇼핑정보, 가이드 경비 명시, 선택관광 미참여 시 대체 일정 제공 등 주요 부분에 대해 소비자들이 알기 쉽고 명확하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여행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도록 한 것.

이후 관련 내용들이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지만 2016년 이후에도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파리테러, 발리 화산 폭발, 최근의 헝가리 여객선 침몰 등 안전에 대한 피해가 여전히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마미영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 서비스팀장은 “연도별 소비자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부정확한 정보제공 등에 대한 불만과 피해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여행 중 현지에서의 안전 여부가 중요한 이슈”라고 밝혔다.

마 팀장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여행 관련 피해주가 접수 건수는 355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접수된 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해제 관련 피해가 2909건으로 가장 많았고 품질과 A/S 241건, 부당행위 210건, 안전 관련 98건 순으로 나타났다.

계약해제 관련 피해는 질병 등 소비자 사정이나 기상악화 등 여행지 현지 위험성 때문에 계약의 해제됐을 때 환급이나 배상이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과다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

계약해제 관련 피해 접수 사례가 많은 것에 대해 소비자원에서는 “현실성 있는 기준 마련”을 대안으로 내놨다. “여행사 표준약관, 소비자해결기준, 가이드북 등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에서도 패키지여행에 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패키지 여행문화를 바꿉시다’라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주권 문화소비자센터 박준영소장은 “국내여행사와 현지여행사 간의 구조적인 문제와 이에 따른 무리한 일정변경 및 선택 관광 강요 등의 문제가 있는데, 이러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호해 줄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이에 대해 “하청, 재하철 구조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만큼 잘못된 비즈니스 구조를 정책적으로 개선하고 소비자 역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초저가 상품은 선택에서 배제하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런 경향을 해결하기 위해 “여행도매업자와 여행소매업자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도 나온다. 대형종합여행사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것 보다는, 거대 여행사가 항공권과 호텔 등과 장기 계약을 맺고 좋은 여행상품을 만들고, 소매 여행사가 그것을 판매하며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 관광레저경영햑과 윤병국 교수는 “현재 일반여행업 국외여행업 국내여행업으로 구분된 현행 업종을 하나로 통합해 도,소매업으로 이원화시키고 규모에 따라 국내외 기획여행상품을 취급하는 도매업과 모객만 하는 대리접 형태 소매업으로 재편하자”고 제안했다.

패키지 여행은 전체 여행시장 대비 규모가 점점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다. 소비자들의 해외여행 경험이 늘어나고 정보를 얻는 루트도 다양해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랜 불신 역시 그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내실 있는 패키지 여행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제도적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