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2,3번 출구 방향에는 SC제일은행 본점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데, 바로 이곳에 '세계의 저금통'이 전시되어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종각역 2,3번 출구 방향에는 SC제일은행 본점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데, 바로 이곳에 '세계의 저금통'이 전시되어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종각역 2번과 3번 출구 방향에는 SC제일은행 본점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이 곳의 '세계의 저금통' 나라를 건너가면 바로 SC제일은행인 것입니다. 그 전에 잠시 100여 종은 훌쩍 넘어보이는 저금통을 들여다봅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제일은행' 로고가 찍힌 저금통도 보입니다. '맑은 마음 밝은 장래 세 살 버릇 여든까지'리고 적혀 있습니다. 세 살 버릇이 100세까지 가는 지금과는 사뭇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을 모으던 그 시절은 든든하게 배가 부른 돼지저금통 하나면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복스럽게 생긴 빠알간 돼지저금통이 배가 불러 더 이상 못먹겠다 할 때쯤 엄마의 손을 빌려 배를 갈라 500원, 100원, 50원, 10원을 가늠하는 건 나름 씀씀이를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그렇게 돈을 모아 산 인형의 머리카락을 공들여 빗질하며 나도 크면 이렇게 '예쁜 공주님이 되어야지' 하고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는 했습니다.

이제는 상상 속 어른이 되어 현실을 살며 현금보다는 신용카드, 또 그보다 휴대전화에 탑재된 각종 '페이'를 사용하는 게 익숙한 평범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동전을 넣는 부분이 없는 지갑을 사용해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고, 돼지저금통도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다만, 고지서가 날아오면 여전히 씀씀이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고는 합니다. '그때 내가 왜 썼을까'를 자책하며 말입니다.

문득,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른이'의 푼돈도 그때 그 시절  뭐든 다 살 수 있었던 500원짜리 동전처럼 느껴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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