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리아 열풍 속 전투식량, 맛다시 등도 소비자 유혹
여성소비자 호기심, 남성소비자 추억을 자극하는 마케팅
"대한민국에 군대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유행"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군대 관련 먹거리 (사진 = 위메프 홈페이지 캡쳐)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군대 관련 먹거리 (사진 = 위메프 홈페이지 캡쳐)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만일 어떤 남자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 이렇게 얘기한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노스 코리아’ 접경지역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은퇴 군인이다. 6주 동안 전문 군사훈련을 받고 군인이 됐다. 훈련 과정에서 독가스 체험을 했고, 외줄다리를 건너거나 절벽에서 밧줄 타고 내리는 연습도 했다. 완전 무장한 상태로 40Km를 걸어보기도 했다. 나는 총을 분해한 다음 다시 결합할 줄 알고, 250m 떨어진 표적을 소총으로 쏘아 명중시킨 경험이 있으며, 실탄이 없을 때는 총에 칼을 꽂아 그 칼로 사람을 공격하는 기술도 배웠다. 복무 시절에는 한국 전통 무술 태권도 자격증도 땄다. 게다가, 나는 만기 전역 후에도 7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군대에 입소해 사격 훈련을 했다.”

이 얘기를 듣는 외국인의 반응이 어떨까. 아마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표정으로 그 사람을 쳐다볼 것이다. 겁에 질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반응은 뻔하다. “그게 뭐? 다 하는건데!”

대한민국 소비자라면 누구나 본인 또는 가까운 지인이 군대를 이미 다녀왔거나 아니면 지금 군인이거나, 또는 언젠가 군대에 가야 한다. 우리나라 소비자 중에서 ‘군대’와 완전히 단절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는 군대 관련 마케팅이 늘 활발하다. 군대와 관련된 패션 용품이나 먹거리 관련 용품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지금 인터넷 쇼핑몰을 보자.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쇼핑 카테고리에는 6월 25일 오전 현재 전투식량이 19607건, 건빵은 무려 46918건 등록되어 있다. 군인들이 소위 ‘깔깔이’라고 부르는 방상내피(방한용 동계의류) 제품은 무려 244279건이 검색된다. 모든 방상내피가 밀리터리룩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방상내피가 ‘군용 깔깔이’라는 점을 앞세워 홍보한다. 볶음고추장의 일환인 맛다시가 2143건, 수요가 거의 없을 것 같은 군용반합도 1722건 등록되어 있다.

사람들은 왜 군인 아이템에 관심을 가질까. 이에 대해 유통업계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국내 시장으로 한정해서 보면, 밀리터리 관련 제품은 특별한 유행시즌이 없다. 하지만 유행하지 않는 시즌 역시 없었다”고 진단했다.

군대 관련 제품은 늘 소비자 곁에 있다는 의미다. 이 컨설턴트는 “요식업계를 중심으로 군대 관련 인테리어나 메뉴가 늘 뜨고 또 졌는데 임팩트 있는 트렌드가 수년 이상 유지된 사례는 없다. 그런데도 최근 전투식량과 ‘군대리아’가 다시 유행한다. 밀리터리는 국내 시장에서 이렇게 끈질긴 힘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영자가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군대리아를 먹어 화제가 됐다. 케이블채널 ‘맛있는 녀석들’에서 방영한 군대 P.X ‘먹방’은 수차례나 재방송됐다.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배우 이준혁은 동료 윤균상에게 ‘맛다시’를 선물해 화제가 됐다. 해당 화면을 보고 여성 패널들이 “무슨 맛인지 너무 궁금하다”며 호기심을 보이자 남성 출연자가 “군대에서는 흔한데 민간에는 없는 맛”이라고 말해 많은 이들의 공감과 호기심을 자아낸 장면도 있었다.

인기를 반영하듯,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단체급식장 그린테리아 셀렉션에서 지난 연말 '군대리아'를 특식메뉴로 내놨다. 편의점 CU에서는 군대버거를 출시했고 P.X 인기 제품 중 하나인 크림우동에서 착안한 ‘모찌모삐 크림우동’도 출시했다. 10살 유튜버로 유명한 ‘띠예’는 지난 16일 ‘전투식량 먹방’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심지어, ‘전투식량닷컴’이라는 전문 쇼핑몰도 생겼다.

군대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젊은 시절을 군대에서 보낸 3040 ‘아재’들의 추억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과거에 군대에서 사용하거나 먹었던 아이템을 추억 회상 용으로 소비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군대에 대한 호기심이 있거나, 또는 개성 있는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한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밀리터리룩’을 선호하는 2030 세대나 친구들을 군대에 보낸 20대들이 주로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여성소비자들은 방송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접한 군대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남성소비자들은 20대 초반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소재로 군대 관련 제품을 소비한다. 군대가 존재하는 한,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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