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저축은행 담보 불화 기획전 등 구성해 매각 나서…공실 상가 공간 제공 사회적 가치 실현
예보 "저축은행 사태 예금 돌려받지 못한 예금자 위해 모든 자원 총동원"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 파산 담보 부동산인 서울 중구 황학동 소재 빈 상가 4개호를 청년예술가 창업 오피스와 마을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제공했다.(사진=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 파산 담보 부동산인 서울 중구 황학동 소재 빈 상가 4개호를 청년예술가 창업 오피스와 마을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제공했다.(사진=예금보험공사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2011년은 저축은행업계에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2011년부터 시작된 ‘부실저축은행사태’는 2015년까지 총 30개의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이어졌다.

△삼화 △부산 △부산2 △중앙부산 △도민 △대전 △전주 △보해 △토마토 △프라임 △파랑새 △제일 △에이스 △솔로몬 △한국 △한주 △토마토2 △진흥 △경기 △더블유 △서울 △영남 △신라 △스마일 △한울 △해솔 △골든브릿지 등의 30개 저축은행이 지금은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저축은행사태’는 현재진행 중이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예금보험공사는 파산 저축은행의 부실대출 담보부동산을 관리·매각하며 자금 회수에 나서는 중이기 때문이다.

◇ 큐레이터가 된 ‘예보’, 왜 예술작품이?

예보가 지난 4월 개최한 ‘파산금융회사 담보 부동산 매각설명회’에는 미국 제프쿤스(Jeff Koons) 등 국내·외 유명작가의 미술품이 등장했다. 예보는 이날 미술품 15점을 포함한 총 100여개의 물건을 선보였다.

지난 석가탄신일을 앞두고는 조선시대 불화 등 다양한 불교 미술품으로 ‘석탄일 기획전’을 꾸며, 매각에 나서기도 했다. 토마토파산재단에서 실물을 볼 수 있었던 이번 기획전에는 불화, 불교용품 등 불교미술품 총 1,490점이 나왔다.

이처럼 예보에는 유망작가의 미술품과 가치 높은 불화가 많다. 그 이유는 보유 작품이 파산한 저축은행이 담보로 취득했던 것이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예금을 대지급한 예보가 담보물을 관리하며 매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예보는 그동안 미술품 전문 매각기관인 옥션사 경매를 통해 담보물을 매각하여 왔다. 고가의 불화 등은 대부분 매각되었다고 한다.

예보는 잔여 미술품 2,106점 역시 매각해 파산한 저축은행의 5천만원 초과 예금자, 후순위채권 피해자 등에게 지급하고, 예금대지급 등으로 투입한 지원자금을 회수해 나갈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 예보는 왜 공실 상가를 청년예술가에게 줬을까?

예보는 지난 19일 중구청과 공동으로 ‘황학동 아크로타워 공익활용 상가’ 오픈행사를 개최했다.

아크로타워 상가는 예보가 매각을 위해 4차례 공매를 실시하였으나, 일부 후면상가는 매각되지 않고 여전히 공실로 남아 있었다. 이에 예보는 미매각 상가를 중구청과 함께 2개호는 청년예술가 창업 공간으로, 나머지 2개호는 지역주민 배움터와 지역 협동조합 등의 공유 오피스로 활용하기로 했다. 공실상가 공익활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 및 매각 가치도 제고하기 위해서다.

예보가 이처럼 중구청과 손잡고 공실 상가에 주인 찾기에 나선 까닭은 저축은행 사태 당시 파산한 30개 저축은행의 부실대출 담보부동산을 관리·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아물지 않은 저축은행 사태, 돌려받지 못한 예금자 위해 예보는 뛴다!

이처럼 예보가 남은 미술품과 부동산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저축은행은 파산으로 막을 내렸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시 5,000만원을 넘는 금액을 보유했거나 후순위채권에 투자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예금자를 위해서다.

이러한 예보의 입장은 최근 있었던 예금보험공사 창립 23주년 기념행사에서 위성백 사장의 기념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위 사장은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를 언급하며 “과거 피해를 입은 예금자들을 공사가 잊지 않고 기필코 예금을 돌려주는 일 또한 너무나 중요하다”며 “2011년 부산저축은행에 예금했다가 5,000만원 초과 예금이거나 후순위채권에 투자해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예금자 3만 8천여명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자는 부산저축은행 대출금으로 캄보디아 캄코시티에 투자하였는데, 8년이 지나도록 변제를 거부하고 있다”며 “공사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이 자금 6천여억원을 반드시 회수하고 예금자들에게 꼭 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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