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 칼럼] 패키지 여행상품, 이대로 좋은가
[소비자주권 칼럼] 패키지 여행상품, 이대로 좋은가
  • 소비자경제
  • 승인 2019.06.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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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신문 칼럼] 동남아 지역을 여행했던 여행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본 소리는 여행 내내 가이드 눈치만 보다 왔다는 소리다. 내 돈 내고 내가 여행갔는데 왠 눈치? 더구나 가이드라면 여행 기간 내내 여행객들과 관광지를 동행하며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풍습 등을 설명하고 여행객들로 하여금 여행기간 동안 불편함이 없이 여행 전반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닌가?

몇 년 전에 동남아 지역 현지 가이드가 생활고에 못이겨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며칠 전에는 홍콩의 한 여행사 대표가 국내 대형여행사를 상대로 미지급금 반환소송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려 7년에 걸쳐 미지급된 비용 7억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이었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대형 여행사와 여행 계약을 할 때 여행경비를 지불 했고, 현지에 가서는 가이드 비용까지 현금으로 지불했는데 자살은 뭐고 소송은 뭐란말인가.

인터넷을 접속하고 특정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마우스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다보면 마치 자석처럼 스크롤바를 따라 집요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여행상품 광고다. 작게는 20만원대에서 많게는 수백만원대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주말 한가롭게 TV를 커는 순간 홈쇼핑 채널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고 역시 여행상품 광고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고색창연한 고성, 만년설이 비치는 호수, 거기다 제대로 알아먹을 수는 없지만 “특전, 혜택” 등등의 상품 호스트의 멘트. 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그 이후다. 아무리 저가항공의 시대라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굳이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제주도행 비행기만 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동남아 왕복 항공권 정도 구입할 비용인데 동남아 4박 5일 20원대, 유럽 8박9일 150만원대라니? 오지랖 넓게 걱정이 앞선다. 먹고 자고 관광지 방문하는 비용만 계산해도 얼만데 저래가지고 어디 수익이나 남겠나?

국내 대형여행사는 엄청난 저가 패키지여행상품 판매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10만 원 대 상품도 나온다. 상식적으로 계산이 안나오는 가격이지만 버젓이 광고까지 한다. 여기에는 국내 대형여행사, 현지여행사(랜드사), 가이드로 이어지는 하청, 재하청의 잔혹하고 불공정한 착취구조가 형성되어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가령 평소 60만원 하던 패키지 여행상품을 국내 대형여행사가 40만원으로 판매했다고 치자. 이 경우 20만원의 차액은 항공료 인하와 지상비(호텔숙박, 식사, 교통비, 입장료 등) 인하를 반영시키기 때문에 여행상품을 판매 한 국내 대형 여행사는 손해가 거의 없다.

이때 국내여행사는 현지 여행사에 여행객을 송출하면서 조건을 내건다. 60만원 상품일 경우 10~15명 정도 여행객을 송출했던 것을 40만원대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모객 기준을 두배인 15~30명으로 잡아 계산한다. 이는 서류상 할당 기준으로 한 모객 숫자가 많을수록 지상비 인하 효과가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이 계획한대로 되겠는가. 60만원대 상품을 40만원 대 상품으로 팔 정 도면 비수기가 분명한데, 모객이 그리 쉽게 되겠는가. 결국 모객이 저조 하거나 국내 대형여행사가 여행객을 기준에 미달해서 송출을 할 경우 피해는 현지 여행사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마이너스 투어”, “제로투어”의 시작이다. 현지 여행사는 여행이 시작도 되기전에 적자를 떠안는 셈이다.

심한 경우 국내 대형여행사는 지상비의 극히 일부만 보내거나 아예 안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행객은 얼마든 송출 할테니 현지에서 알아서 챙기라는 얘기다. 하지만 일정이 문제다. 대형 여행사가 여행상품을 판매할 때 홈페이지나 여행객에게 안내한 여행 일정대로 여행상품을 진행했다가는 본전은커녕 적자는 뻔하다. 여기서부터는 가이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악역을 맡아야 한다.

대충 여행객들로부터 동의를 구하고 일정을 변경한다. 선택관광 상품을 쭉 나열하며 풀옵션을 요구한다.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들과 바쁜 와중에 큰 맘 먹고 온 여행인지라 여행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 대체 일정도 마땅치않다. 안하면 왕따 분위기다. 선택관광이라고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왠지 사기당한 느낌이지만 군말 없이 각자 30-40만원씩을 지불한다. 물론 가이드 비용은 별도다.

여행객들의 풀옵션 선택이 저조 한 경우가 있다. 이때 “싼가격에 여행 오셨는데 이정도도 안해 주시다니 너무하십니다.”라는 가이드의 볼멘소리는 필수다. 대안으로는 쇼핑센터 방문이 있다. 여행 계약 당시 홈페이지에 쇼핑센터를 3-5회 정도 방문 한다고 공지 한터라 쇼핑센터 방문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방문을 언제 할 것인가 타이밍이 중요하다. 여행 마지막날 대부분의 일정을 쇼핑센터 방문으로 잡는다. 여행객과 가이드가 어느 정도 친해진터라 상품 구입 권유도 자연스럽다.

몇 년 전에 비해 가이드의 풀옵션 요구나 쇼핑권유가 강압적이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패턴은 그대로다.

한국의 대형 여행사는 홈쇼핑, 온라인쇼핑, 인터넷 광고를 통해 여행객을 모집한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누구나 대형 여행사의 모객 광고를 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물량을 투입해 모객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현지 여행사로 하여금 광고비와 행사비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심지어 TV예능프로그램의 협찬까지 요구해왔다. 이러한 일련의 불공정한 구조는 현지여행사(랜드사)가 필연적으로 무리한 일정변경과 선택 관광 강요, 쇼핑 강요 등 여행객의 안전은 물론이고 여행서비스의 질을 낮출 수밖에 없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수 십 년 동안 누적된 이러한 불공정하고 잘못된 여행문화 개선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여행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제보가 많았고, 그 폐해 또한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국내여행사-현지여행사(랜드사)간 불공정하고 착취적인 하청, 재하청 구조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여행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힘들다.

특히 초저가 여행 상품의 경우 심각성이 크다. 국내 대형여행사가 대책도 없이 저가 상품을 남발함으로써 현지여행사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일정변경과 선택관광 강요, 저가 호텔, 저가식비 등을 통해 여행 원가를 낮춘다. 따라서 이러한 잘못된 비지니스 구조를 정책적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우선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이런 초저가 상품은 선택에서 우선 배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행사는 단순히 여행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미래의 아름다운 추억을 파는 일이라는 생각을 우선해야한다. 누구에게나 여행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야 한다.
 

<칼럼니스트=박홍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문화소비자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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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짐 2019-06-21 13:56:41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