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유공소방관 3명 장학금 전달…대대적 홍보
소방당국 “15명 선으로 추천했다가 예산없다며 거절”
재난을 마케팅 도구 의혹…기금운용, 수익률 요구하자 "대외비" 거부

포스코청암재단이 강원도 산불 진화에 공적을 세운 소방관 3명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사진제공=포스코청암재단
포스코청암재단이 강원도 산불 진화에 공적을 세운 소방관 3명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사진제공=포스코청암재단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포스코청암재단이 강원산불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유공자 선정기준과 과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포스코청암재단이 수여자 선정을 각본대로 진행한 것이라는 증언이 나와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포스코청암재단(이사장 김선욱)은 13일 포스코의 경영이념인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의 실천 일환으로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 또는 의인의 자녀가 안정적으로 학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포스코히어로즈펠로십’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포스코히어로즈펠로십 첫 수여자로 지난 4월 발생한 강원도 산불화재 진화에 큰 공을 세운 속초소방서 정호봉 소방령, 고성소방서 김병령 소방경, 인제소방서 박정훈 소방경 3명이 각각 선정됐다.

속초소방서에서 열린 이날 전달식에는 포스코청암재단 김선욱 이사장과 오동호 상임이사, 김영조 속초소방서장, 진형민 강원도 소방본부 행정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펠로증서와 함께 자녀 장학금 1000만원씩 수여됐다.

정호봉 소방령은 속초 관내 주요 시설인 도시가스 통제시설 주변을 방호해 화재로 인한 피해가 속초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속초의료원 입원환자를 대피시키는 등 인명피해를 최소화 시킨 공적을 인정받았다. 김병령 소방경은 경동대학교와 봉포리로 이어지는 강풍에 실린 산불 경로를 차단해 민가와 상가, 관공서로 이어질수도 있는 대형 화재를 막았다. 박정훈 소방경은 산불 발생 인근 신축 공사장 인부와 관계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등 인명구조 활동과 예방순찰을 강화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대처한 공적이 각각 인정됐다.

포스코청암재단 히어로즈펠로우십 홍보 화면. 자료=포스코청암재단 홈페이 캡처
포스코청암재단 히어로즈펠로우십 홍보 화면. 자료=포스코청암재단 홈페이 캡처

하지만 포스코청암재단이 강원산불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선 포스코히어로즈펠로십의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강원도 대형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한 소방관은 “불길 차단과 주민 대피는 참가한 소방관들 모두가 같이 한 일"이라며 “전 소방관들이 목숨 걸고 불길 차단 및 잔불정리에 나섰는데 마치 선정된 3명만 살신성인으로 진화작업을 한 것으로 호도될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선정과정의 투명성 역시 의혹의 대상이다. 외부 추천과 관련 '강원도 소방본부에서 애초 3명만 추천했는지' 여부에 대해 묻자 포스코청암재단 관계자는 “사실이다. 강원도 소방본부에서 유공자 3명을 추천·통보해 와서 우리가 자체 심사위원회를 꾸려 (장학금 지급의)가부를 판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청암재단 관계자는 “강원도 소방본부에서 추천한 3명을 장학금 지급 대상자로 선정했다”며 “수여자 선정은 심사위원회 및 외부 추천을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 추천을 한 강원도 소방본부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강원 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 전화 통화에서 “포스코청암재단 측에서 추천을 해 달라고 했을 때 최소 10~15명 수준으로 많은 사람들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며 “하지만 포스코청암재단 측에서 너무 인원이 많으면 장학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며 줄여줄 것을 요구해 왔다”고 어이없어 했다.

취재 결과 당초 강원도 소방본부는 5명을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심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애초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장학금 수혜를 재원조달 문제로 축소한 포스코청암재단 측 태도에 소방본부에서는 2명을 관할 소속, 공로기여도 등을 이유로 제외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포스코청암재단이 원하는 대로 3명만 추천해 통보, ‘엎드려 절받기’ 식으로 장학금을 받았던 셈이다.

포스코청암재단이 예산 문제로 당초 강원도 소방본부와 협의내용을 번복한 것과 관련 장학금의 재원 조달 방법도 포스코청암재단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

포스코청암재단 관계자는 “장학학술지원재단인 우리 재단은 기금을 운영하고 여기서 난 수익으로 장학사업을 한다”면서 “지난 2005년 설립된 이후 매년 기금 운영해서 수익률울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수익금액과 기금조달 방법 및 수익 내역서 공개를 요구했으나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이번 장학금 전달은 재난을 도구삼아 급조된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스코청암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히어로즈펠로십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장학금 출연 목적이 애초에 없다가 산불이 이슈화 하면서 보여주기, 생색내기 식 행사로 치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포스코히어로즈펠로십은 지난해 말부터 준비해 온 것”이라며 “재난을 갖고 보여주기 식 선심성 행동이란 비판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포스코청암재단은 청암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이 1971년 6천만원으로 설립한 제철장학회가 모태로, 2005년 8월 포스코청암재단으로 확대 개편됐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로 넓혀 글로벌 장학∙학술∙문화사업을 통해 아시아 국가간 상호교류와 공동번영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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