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 수요 급증…집값 하락 전망으로 구입 포기
분당 · 판교 · 위례·개포 등 수요 높은 지역 ‘상승 여전’

[소비자경제신문 정수남 기자] 출범 3년차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는 2017년 상반기 출범 이후 부동산과 대출 규제책 등을 지속적으로 내놨으며, 투기지역을 지정하는 등 집값 안정을 위한 안테나를 상시 가동하고 있다.

다만,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으나, 수요가 높은 지역의 상승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최근 분양한 송파 위례의 헬리오시티 18평의 거래가는 4억5000만원으로 한달새 1억원 정도가 올랐다. 위례신도시 전경.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으나, 수요가 높은 지역의 상승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최근 분양한 송파 위례의 헬리오시티 18평의 거래가는 4억5000만원으로 한달새 5000만원 정도가 올랐다. 위례신도시 전경.

7일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전세거래가 증가했다.

앞으로 집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자택을 팔고 전세로 들어가거나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사기보다는 전세를 선택한 것이다.

이들이 현 정부 집권 기간에는 집으로 재태크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한 행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2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신고 건수는 1만9783건으로, 2월 기준으로 2017년 2월(2만1453건) 이후 가장 많았다. 1월은 1만7776건으로 1월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셋값도 떨어지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9510가구의 대규모 단지인 송파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되는 등 공급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서울 주택의 전셋값은 지난해 12월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2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0.69% 떨어지며 월간 변동률로는 2009년 1월(-1.74%) 이후 10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전세값 하락은 시중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은행 등 은행 빅5의 지난달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65조8497억원으로 전월보다 2.4%(1조5608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2월 증가세 38.2%(18조1845억원)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며, 지난해 10∼12월 평균 증가율(2.8%)보다도 낮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 수요가 몰리고 있으나, 전세자금대출 증가가 많지 않다.전셋값이 떨어지고 있어 집주인이 전셋값이 올리지 않고 현 수준으로 연장하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판교와 분당 등의 집값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판교 모습.
판교와 분당 등의 집값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판교 모습.

반면, 성남 분당과 판교, 송파 위례신도시, 강남 개포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분당 정자동에 자리한 한솔마을5단지(전용 41㎡)의 최근 매매가는 4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 정도 상승했다.

한솔마을 인근 느티마을의 24평형 매매가 역시 6~7억원으로 비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현지 신한솔공인중개사사무소 측 분석이다.

위례의 경우 4년전 분양당시보다 30평대 아파느 가격은 2억원 정도가 올랐으며, 인근 성남시 신흥주공아파트 재건축 역시 1년사이 1억원에서 2억원이 뛰었다.

판교 30평대의 경우 정부가 아파트를 잡겠다고 하자 15억원으로 뛰었으며, 탄천을 사이에 두고 판교와 구분되는 분당 야탑도 같은 규모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초 전년 말보다 1억5000만원이 급등했다.

현재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개포 주공의 30평대는 30억원 선으로 가격이 형성됐다는 게 현지민의 말이다.

은행원 황 모씨(54,남)는 “1994년 13평의 개포주공아파트를 7000만원에 구입했다”면서 “재건축이 끝나면 추가분담금 2억원 정도를 더 내고 30평대로 옮길 예정이다. 이 평수의 현재 시세는 30억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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