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가정의학과 전문의연세휴가정의학과원장문정해

 #예서는 고3이다. 명심하자. 부모는 학습 코디를 전적으로 신뢰한 채, 자녀의 신변관리에만 신경 쓰면 된다. 혹여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경우, 다른 모든 것은 끝까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더라도, 예서가 고3이라는 사실과 그 어떤 험한 길도 학습 코디이신 김주영 선생께서 철저한 플랜으로 헤쳐 나갈 것을 끝까지 믿어야 한다. 십계명을 지키듯 그분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며, 결국엔 예서를 선한 길로 인도하시고 지옥 같은 입시에서 구원하실 것이라는 믿음만이 예서와 우리 가문을 궁극의 피라미드 꼭대기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어느 신화에 따르면, 원래 신은 세상 아주 가까이에 있어 인간이 손을 위로 쭉 뻗으면 신을 만질 수 있었다고 한다. 허나 아무리 신이라도 가끔은 쉬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하도 인간들이 위로 손을 뻗어 엉덩이도 찌르고 눈도 찌르고 하니 신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인간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이제는 더 이상 손을 뻗어 신을 만질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나 김주영은 학습 코디이다. 학습 코디는 예서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관장한다. 본래 신은 아니지만 신이 돼야 한다. 예서가 손을 쭉 뻗으면 언제든 만질 수 있는 존재로, 인간과 참 가까웠던 어느 신화의 그 신의 모습으로 중생해야 한다. 혹여 사건사고에 휘말리더라도 예서가 고3이라는 사실과 그 어떤 존재도, 심지어 예서엄마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끝까지 믿어야 한다. 나에 대한 전적인 신뢰만이 예서가 그토록 갈망하는 신세계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필자 역시 현실세계의 부모이다. 양가감정이 든다. ‘이쯤 되면 막하자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요즈음 같이 미로 같은 입시제도에서 우리 아이를 미아로 만들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만일 주변에 김주영 같은 학습 코디가 나타나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를 지도해 준다면? 나는 그를 가까운 신으로 모시고 싶지 않을 것인가? 내 자녀의 인생의 조력자로 말이다.
 
김주영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공부와 입시는 모두 책임질 테니, 예서 엄마는 건강만 챙겨 달라고 말한다. 여기서 예서 엄마의 표정이 압권이다. 이제 한시름 덜었다는 듯. 하지만 건강이란 생물학적, 사회적, 영적인 영역이 모두 조화롭게 웰빙(well-being)인 상태를 의미하며 모름지기 지켜내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입시제도 이상으로 복잡하고 많은 노력이 든다. 김주영 같이 챙겨줄 의료 코디 역할이 필요한 실정이다.
 
주치의가 필요하다. 내가 의미 있는 삶, 가족과 보내는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하는 동안, 나를 알고 내 가족을 알고 나의 고민을 알고 나를 필요한 길로 이끌어 줄 존재가 필요하다. 신에 비견될 만큼 무소불위의 막강한 존재는 아니더라도, 생로병사의 멀고 외로운 길, 나와 함께 동행할 동반자와 같은 사람,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늘 함께 할 수 있고, 칼바람 부는 이국 땅에서도 전화 한 통 걸어 무엇이든 불어 볼 수 있는 존재, 손을 쭉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주치의가 하나쯤 필요하다.
 
서울 한 복판에서 피습을 당해 큰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의연했던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는 한국민에게 "같이 갑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격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란셋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고 2030년 한국여성의 평균수명은 90세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장수의 시대가 맞춤치료를 담당할 주치의를 요청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일차의료 만성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대한가정의학회 등 각급 의료단체에서도 주치의 제도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희망적이다. 무조건 대학병원을 찾던 데서 벗어나 나만의 주치의 찾아 동네병원을 방문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진 것도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다.
 
명심하자. 우리는 이제 주치의를 들여야 한다.
 
세브란스 가정의학과 전문의
연세휴가정의학과 문정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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