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AS] "홈쇼핑에서 구매한 안마의자 사용 후엔 걷지도 못할 지경"
[불친절한 AS] "홈쇼핑에서 구매한 안마의자 사용 후엔 걷지도 못할 지경"
소비자원 "안마의자 구매 시 반드시 체험해 봐야"
리퍼제품 판매 시 '제품이력 제공 의무 강화' 필요
렌탈 해지 위약금 또는 환불 규정에 관한 표준약관 마련 시급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01.22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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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최근 몇년 사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전기 안마의자 때문에 골절이나 타박상 등 상해를 입고,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는 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 규모는 7천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10년 새 30배 성장했다. 안마 의자는 피로회복 등에 도움이 되는 기구로 효도 선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 안마의자가 건강에 독이 되는 사례가 있다.  

또 이용자의 체형에 맞지 않아도 환불이나 교환이 쉽지 않다. 비싼 금액이다보니 렌탈 사용도 늘어나고 있지만 중도 해약 시 과도한 위약금이 발생하고, 관련 표준약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 분쟁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 “유명 전기안마의자 사용한 뒤 오히려 몸 상태 악화돼"

이 모 씨는 작년 연말 수백 만 원 짜리 B사의 전기 안마의자를 홈쇼핑을 통해 구입했다. 

이씨는 “5년간 투병 생활 중인 남편을 간병하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조금이라도 회복해 볼 요량으로 구입한 안마 의자였다. 하지만 안마 의자를 사용하고 나면 발이 너무 아파 통증으로 일주일은 걷기도 힘든 상태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해당 안마의자 제조사 수리기사로부터 “제품에 이상은 없다. 하지만 본인(이 씨)은 사용하기 힘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환불을 요구했고 되돌아 온 답변은 불가였다. 이 씨가 구입한 제품은 한 번 사용한 이력이 있는 리퍼제품이다. 그는 “AS센터를 통해 사용 이력을 알고자 했으나 그것조차 거절당했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뿐만 아니라 “처음에 설치 기사가 와서 설치 할 때 내부에 머리카락이 수북해 수리기사가 민망해 할 지경이었다”며 “아무리 리퍼제품이라도 고가의 제품을 재판매하면서 내부 청소조차 하지 않은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씨는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가 없어야 한다”며 본지 '소비자 피해 제보'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취재진이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이 씨의 피해 사례를 문의했더니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환불 또는 AS가 가능하지만 이 경우는 제품에는 문제가 없고 고객의 단순변심에 해당해 반품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씨가 구매한 안마 의자. 이 안마의자는 누군가 사용한 이력이 있는 리퍼 제품이었다. (사진=소비자 제보)

 

◇ 업체, 소비자 체형 안 맞아도 단순변신에 의한 것... 보상 기준 없어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기 안마기 위해정보 심층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 (CISS)에 접수된 전기 안마기 관련 위해사례는 262건에 달한다. 

또 2015년 71건, 2016년 92건, 2017년 99건으로 매년 증가 증가했다. 이중 안마의자 관련 사례가 전체의 56.5%(148건)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안마 의자 이용 중 작동 불량이나 고장, 오작동 등 ‘기기 하자’ 관련이 42.1%(61건)이었고, 안마의자 사용으로 신체 통증 등을 호소한 ‘물리적 충격’ 관련도 41.3% (60건)로 못지 않게 많다. 

전기 안마기 위해정보 심층분석표.(자료출처=한국소비자원)
안마의자 상해증상별 현황(CISS). 이 도표를 살펴보면 안마의자는 머리부터 발까지 전신을 마사지하기 때문에 잘못 사용시 신체 여러 부위에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한국소비자원)

소비자원의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이씨의 경우 처럼 체형에 맞지 않아 발생하는 인체 상해 위험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원은 "체형에 맞지 않아 상해를 입을 수 있는 경우도 무조건 단순변심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케이스마다 다를 것”이라며 “사용하다가 조금 아픈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정말 심한 압력 때문에 상해 위험까지 우려되는 수준일 수도 있어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 역시 “경우를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정 원장은 "소비자가 작동을 잘못했을 수도 있다"며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했을 때 문제가 어느정도로 발생했는지 따져본 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 관계자는 기계 상 결함이 아니고서는 보상기준이 없다고 잡아뗐다. 이 관계자는 “자체 규정상 단순 변심이 맞다. 규정상 우리가 잘못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건 시장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며 “이런 경우들이 종종 있다. 고가의 가전인 만큼 반드시 체험을 해보고 살 것을 권하고 있으며 고객 대부분이 체험을 해보고 구매 결정을 하기 때문에 매출의 반 이상이 전시장에서 나온다”고 해명했다. 

업체 측의 설명으로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구입한 소비자의 잘못이 크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 인터넷홈쇼핑 리퍼제품 판매 시 '체형에 맞지 않아도 환불 불가' 고지는? 

체형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경우 구제받을 길이 없지만 안마의자는 체험이 불가능한 TV홈쇼핑 또는 인터넷 홈쇼핑 몰을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다.  이에 환불 등과 관련한 고지가 어떻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이씨가 안마 의자를 구입한 인터넷 홈쇼핑 몰에서는 이씨가 구입한 것과 같은 B사의 A등급 리퍼제품이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해당 홈쇼핑 관계자는 "리퍼제품이 판매된다면 큰 글씨로 '발품불가' 등의 고지가 쓰여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반품, 교환 정보'는 가장 하단에 작은 글씨로 고지되어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반품 및 교환 환불 사유 3에 개인차로 인한 교환 및 환불은 불가하며 구매 전 제품 테스트를 권장한다는 내용이 작은 글씨로 고지돼 있다(출처=모 인터넷홈쇼핑 홈페이지)

인터넷 홈쇼핑이 아닌 TV홈쇼핑에서도 소비자가 안마 의자를 구입할 때 알아야 할 주의점 등에 관한 정보 제공은 부족하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노약자를 위해서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하기 때문에 강약 조절에 대한 고지, 신장 155센티미터 이상 190센티미터 이하에서만 조절이 가능하다는 고지 등이 나간다"며 "이런 이슈(상해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들이 많다보니 ‘매장에서 체험해 보고 구매하라’는 권유와 함께 작은 글씨로 고지도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안마의자의 사용 제한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업자가 안마기에 대한 올바른 안전정보 제공 또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 등을 충분히 해야 하지만 효도 상품이라는 광고에 밀려 이용 제한자 등에 대한 홍보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소비자 스스로 "안마의자 이용 가능 여부 등을 살펴보고 매장에서 직접 체험한 후 구입해야 한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B사의 전기안마의자 홈쇼핑 매출은 15-20%에 달한다. 홈쇼핑 입점 수수료를 제한 수익률인 것을 감안했을 때 홈쇼핑을 통한 안마의자 판매대수는 전시장에서 판매된 것과 비교해서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안마의자 이용가능 여부를 반드시 따져보고 매장에서 직접 체험해 본 후 구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출처=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은 안마의자 이용가능 여부를 반드시 따져보고 매장에서 직접 체험해 본 후 구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출처=한국소비자원)

 

◇ 사업자의 중고 제품 이력 제공 의무는? 

리퍼제품의 사용이력에 대한 정보 제공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B사의 리퍼 제품은 S등급과 A등급으로 나뉜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포장만 뜯고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새 제품으로는 판매하지 못한다”면서 “거의 새 제품인 경우는 S등급으로, 사용한 이력이 있거나 고장이 난 부분을 고쳐 재판매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제품은 A등급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구입한 제품은 A등급(낮은 등급)이다. 하지만 이씨는 A등급이라는 것 외 제품 이력은 알 수 없었다. AS센터를 통해 자세한 제품 이력을 알아보고자 했으나 거절당했고 본지 취재진이 제품 이력을 요청했으나 역시 소용없었다. 

업체 측은 “제품 이력을 상세히 알릴 의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은 “중고자동차 성능점검표처럼 모든 프로그램이 정상 작동하는지에 대한 성능표 정도는 소비자가 받아볼 권리가 있다"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렌탈 해지 시 위약금 과도해도 표준약관 없어 

이씨는 리퍼제품이라 구매한 경우지만 안마의자는 주로 렌탈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해지 시엔 위약금이 발생하지만 불공정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표준약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B사 제품의 경우 렌탈 중도 해약 시 위약금이 발생한다. 18개월을 기준으로 미만인 경우는 남은 약정금액의 20%에 설치비용 28만원을 더한 금액이 위약금으로 책정된다.

18개월이 넘은 경우는 남은 약정금액의 10%에 회수 비용 14만원이 추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표준약관이 없어 불공정 기준을 가려낼 수가 없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표준약관의 부실에 대해 제기하자 "필요가 발생하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현 시점에선 이번 안마의자와 같은 사례에서 나타나듯 소비자를 위한 제대로 된 표준약관 조차 없다보니 소비자만 '을'이거나 '봉'되는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비단 안마의자 문제만 아니라 제조판매업체는 업체대로 소비자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선 소비자 분쟁과정에서 양측이 수용할 만한 정부 차원의 소비자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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