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신임 회장 "예금보험료 인하 가장 먼저 추진" 
일부 저축은행 대표의 중앙회 길들이기 논란... 박 신임회장 "전혀 사실 아니다"
노조 "지배구조 근본적으로 바꾸는 싸움 계속 이어나갈 것"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저축은행중앙회 임시총회에서 18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으로 선출된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신임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에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선출됐다. 

◇ 신임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에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저축은행중앙회는 2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18대 중앙회장에 박 전 사장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박 신임 회장은 이날부터 3년간 중앙회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박 신임회장은 1차 투표에선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2차 투표에서 재적회원 과반 수 이상을 득표해 당선됐다. 이로써 최종 후보로 올라 경쟁했던 남영우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65·기호 1번)는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 

박 신임 회장은 지난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2001년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 과장, 2005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2009년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 단당과 2011년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장을 거쳐 2012년에는 금융정보분석원 원장과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지냈다.

업계에서는 박 신임 회장이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 근무당시 저축은행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데다 금융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네트워크를 갖춘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 신임 중앙회 회장, "예금보험료 인하 가장 먼저 추진" 

박 신임회장은 중앙회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예금보험료 인하를 추진해 나갈 뜻을 밝혔다. 

그는 당선 후 기자들과 만나 “업계에서 제일 아파하는 게 예금보험료”라며 “시중은행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예금보험료 인하를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저축은행 예보료는 0.4%로 은행(0.08%)의 다섯 배 많다. 아울러 박 신임회장은 장단기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은행과 차별성 없는 대손충당금 및 부동산 대출규제 문제, 소형 저축은행의 부담이 되고 있는 지배구조 규제 완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 창립 50주년(오는 2022년)을 맞아 저축은행 발전 종합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박 신임회장은 “저축은행 위상을 재정립하고, 영업기반 확충 위해 여·수신 단순한 수익구조에서 수익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당국의 지배구조법 정신에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배구조법상 두게 되는 각종 위원회 등 규제를 풀겠다”고도 했다. 

다만 금리문제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정부의 최고금리(연 24%) 추가 인하 움직임에 대해선 “업계의 대손상황이나 수익 상황을 보고 다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정부의 입김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민간 출신 4명, 유관기관 출신 3명 등 7명이 지원해 흥행에 성공했으나 각종 잡음을 남겼다.

또 저축은행중앙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면접 과정에서 불거진 일부 저축은행 대표의 중앙회장 연봉과 지배구조에 관한 논란과 관련해서는 항상 선거에는 음해성 투서 등이 있기 때문에 노조에서 나왔던 문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노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선거 전 주말 사이 “회추위 위원인 일부 저축은행 대표들이 내부 방침이라며 일방적으로 연봉 삭감 등의 내용을 통보를 해 온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해 답을 주지 않았다”며 “그런 까닭에 연봉 삭감 등을 수용한 대가로 총회추천을 받았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노조측에 전달했다. 

◇ 일부 저축은행의 회장 길들이기 논란은?

앞서 저축은행중앙회 노동조합은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소속 일부 저축은행장들이 차기 회장 추천 과정에서 출마 후보 길들이기를 시도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한이헌 전 국회의원은 저축은행중앙회 회추위가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 전형을 치르면서 후보자들에게 '회장 연봉 삭감'을 통보했다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남은 후보자들은 연봉삭감을 받아들이는 것을 조건으로 추천을 받은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능력 검증보다는 일부 저축은행 대표들의 거래로 총회 추천이 이뤄진 것이므로 회장 선거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차기 중앙회장 선거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의 더케이호텔 입구 앞에서 회장후보들에게 연봉삭감과 인사개입 내용이 담긴 각서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은 '저축은행 대표 갑질 양현근은 물러나라'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주말 후보자들의 적극적인 소명으로 고려했던 투표장 점거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사들의 갑질과  중앙회장 선거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현 지배구조의 문제에 대한 의혹을 말끔이 씻어낸 것은 아니다. 

노조 관계자는 “회원사 대표의 일방적인 갑질 경영과 월권행위에 대해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싸움은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원사의 중앙회 길들이기 의혹을 받은 민국처축은행 양현국 대표를 비롯한 일부 회원사 대표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중앙회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추위 구성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요건은 저축은행 대표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이는 지부장단 회의에서 논의하게 되는데 일부 저축은행 대표가 이사회 이사나 지부장단회의의 지부장을 오랫동안 맡으면서 기득권을 쥐는 형국이다보니 업계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힘든 구조라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박 신임회장이 향후 3년간 업무 능력 등을 통해 총회 추천이 일종의 거래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중앙회가 당연히 회원사의 이익대변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중앙회가 금융위원회의 다양한 위탁업무를 수행하므로 공익성을 가지고 금융업을 해야 한다”며 “중앙회가 그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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