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환자 아닌 동생에게 부작용 설명...환자 자기결정권 침해한 것”

설명의무를 위반한 의료진에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내려졌다. (사진=픽사베이)
설명의무를 위반한 의료진에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내려졌다. (사진=픽사베이)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최근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가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의료진에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의료과실은 없지만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이 인정된 것.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의 판결을 일부 뒤집은 판결에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9년 대퇴부 골절에 의한 골수염 등 후유증을 앓던 환자 A씨는 치료를 위해 B대학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A씨에게 대퇴골 연장술을 제안했다. 

A씨는 B병원의 의료진이 제안하는 대로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 골수염이 재발, 항생제 치료를 받고 골유함 미비 등으로 뼈 이식 수술을 추가로 받았다. 수술 이후에도 A씨는 무릎 관절 강직 발생 및 운동범위 제한 미개선으로 박리 수술과 금속정 제거 및 대퇴사두근 성형술을 받았다. 

이러한 수술과정을 통해 A씨는 우측 대퇴길이가 1cm 연장되었지만 무릎 관절 운동범위는 수술 전보다 악화되었다. 

이에 A씨는 B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의료행위상 과실로 노동능력을 상실하는 등 후유증을 입었다며 B병원에 1억3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했다.

A씨는 수술 부위 감염으로 골수염 재발 위험이 있음에도 병원 측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 수술 전후 과정에서 감염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소홀히 한 점 등으로 병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진이 수술 전 A씨에게 직접 수술 후 부작용 및 합병증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본인이 아닌 동생에게만 설명을 하는 등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병원 첫 내원 시 B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수술 후 무릎 관절의 운동범위 회복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은 바 있지만 2개월 뒤 수술 당시 작성된 수술 동의서에는 부작용과 후유증이 수기로 작성돼 A씨의 동생이 서명했다. 

1심과 2심에서 재판부는 A씨의 수술 결정 및 감염관리 소홀 등 후유장해에 대해서는 병원 측의 의료과실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에서 재판부는 의료진은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 예상되는 후유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치료 여부를 환자가 직접 선택하게 할 의무가 있음에도 B병원 의료진이 감염 및 수술 후 부작용과 후유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가 의사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B병원 의료진이 동생에게만 해당사항을 설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수술 시행 결정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아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인정, B병원에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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