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21일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회사, 신한생명 사장을 교체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이번 인사는 금융권 전체에서도 "역대급으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신한은행장이다. 위성호 행장은 임기 2년을 채우는 것으로 물러나게 됐고 진옥동 지주 부사장이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이밖에도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민정기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설영오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대표이사 사장, 윤승욱 신한신용정보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나게 된다. 

특히 올해 재수사가 시작된 ‘신한사태’ 및 ‘남산 3억 원 사건’에 연루된 위성호 행장과 김형진 사장이 교체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 김병철 신임 신한금융투자 사장, 정문국 신임 신한생명 사장 

◇ 진옥동 차기 은행장 내정자는 누구? 

61년생인 진 내정자는 1981년 덕수상고를 졸업한 후 기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해 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행에 재직 중이던 93년 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96년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1월 신한은행 경영지원 부행장을 맡은데 이어 같은해 3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에 올랐다. 

신한금융그룹 내에서는 일본 오사카지점, SH캐피탈 사장, SBJ은행 사장을 거친 일본통으로 불린다. 10여 년간 일본에서 근무하며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대주주를 관리를 해 온 덕에 주주들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그룹의 미래성을 내다본 세대교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역점을 두는 시점에 해외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은행 경영을 맡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맞물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점쳐진다. 

◇ 신한금융투자 대표 김형진►김병철 

지난 3월부터 신한생명을 진두지휘했던 온 김형진 김한금융투자 사장은 9개월 만에 물러나고 신한금융투자의 신임 대표로 이 회사의 김병철 부사장이 선임됐다. '은행맨'이던 김형진 사장과는 달리 김병철 신임 사장 내정자는 채권시장의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한 '증권맨' 출신이다.김 신임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동양종합금융증권(현 유안타증권)에서 금융상품운용팀장, 채권팀장 등을 거쳤고, IB본부를 이끌었다.이후 2012년 신한금융투자 S&T그룹 부사장에 임명됐고, 현재까지 신한금융지주 투자운용사업부문장 부사장을 맡아왔다.

◇ 신한생명 신임 사장에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 내정...인수합병 고려 

신한생명 신임 사장에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내정됐다. 정 내정자는 AIG생명 상무를 거쳐 알리안츠생명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에이스생명 사장을 거쳐 오렌지라이프 사장직에 올랐다.

앞서 9월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했지만 조직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등의 문제로 인수합병은 미뤄졌다. 이번 신한생명의 인사는 신한금융그룹이 본격적인 인수합병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신한사태 소송 연루자 물갈이...속내는? 

‘신한사태’ 및 ‘남산 3억 원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 선장에 오른 위성호 행장과 김형진 사장이 교체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 행장과 김 사장은 각각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104년간 우리은행이 지켜온 서울시금고지기 자리를 뺏어왔고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베트남 기업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주관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업계 최초로 외국 기업의 역외채권 발행 주관도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위 행장과 김 사장의 연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이를 두고 신한은행이 지난 10년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신한사태’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신한사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리를 내주게 됐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조용병 회장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장이나 계열사 사장들이 신한사태로 처벌을 받게 되면 그룹 회장의 입지도 좁아지는 만큼 조용병 회장이 미리 손 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조 회장이 자신과 손발을 맞추던 그룹 내 부사장을 은행장으로 선임한 것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조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로 1년 넘게 남았지만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기소된 상황에서 자신의 연임에 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 임원들을 미리 정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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