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내년 2월부터 국내에서 생산, 유통되는 모든 계란 껍데기에 계란의 산란일자를 농가에서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축산물 표시기준 제정고시가 단행되는 것과 관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내년 4월 25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식용란선별포장업도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행해 농가에 부담만 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 천안병)·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 비례) 주최로 11일 열린 대한양계협회 주관 ‘정부의 계란안전성대책 문제점 대토론회’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가 자리한 가운데 정부가 시행 중인 계란안전성 대책에 대한 양계농가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 포장지에 싸여 있어 보이지도 않은 산란일자 표기...누구를 위한 것? 

내년 2월부터 국내에서 생산, 유통되는 모든 난각에 농가들이 직접 산란일자를 표시해야 한다. 난각에 산란일자를 표시하는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지난해 8월 계란 살충제 파동 이후 소비자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단행됐지만 정작 지난 4월 25일부터 가정소비용 모든 계란은 포장, 유통하도록 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구매 전에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양계농가들은 “계란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통과 보관 온도가 중요한데, 산란일자 기준에만 맞춰 팔지 못한 계란은 모두 농가 손해로 돌아온다”며 하소연했다. 

실제 서울의 한 마트를 찾아보았지만 난각코드에 찍힌 산란일자를 확인하고 달걀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었다. 

(사진=소비자경제)
(사진=소비자경제)

식약처는 “난각코드에 산란일자를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달걀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지만 농가입장에서는 좀 더 실효성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는 것. 

◇ 지원도 없는 식용란선별포장업 농가 자체적으로 하라?

뿐만 아니라 내년 4월 25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식용란선별포장업도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행해 농가에 부담만 준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 주체에 대해 명시한 문구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2018년 기준 전국산란농가는 1300여농가, 유통상인은 2600여 명에 달해 두 배나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새로 개정되는 식용란선별업을 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 단 12곳에 불과하다. 

농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원도 없이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시행하게 되면 농가 단위로 자체 시행하도록 몰리면서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고 성토했다. 

남기훈 대한양계협회 부회장은 “농가마다 최소 5억에서 많게는 20억, 30억까지 빚 안 진 사람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선별포장업이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하게 되면 혈관검출기, 파란검출기 등의 시설을 갖추는데만도 최소 2억에서 5억 가량이 들 것이다. 이는 군대에 가라면서 총까지 사들고 가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라고 비유했다. 

(사진=소비자경제)
(사진=소비자경제)

한 산란계 농가는 “선별포장업을 스스로 하기어려워 위탁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20~30km 떨어져 있는 선별포장업장까지 다녀야 하는 수고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회장은 “이러한 정부의 계란 안전성대책이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일원화해야 하는데, 지금의 대책은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대책”이라며 “선별포장과 산란일자 문제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양계협회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계란안전성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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