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탈선해 부서진 서울행 KTX 열차 내부가 사고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지난8일 코레일 직원 1명을 포함해 16명이 다친 KTX 강릉선 탈선 사고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가중 됐다. 사고 자체가 대형사고로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으나 많은 사상자를 수반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최근 열차사고가 이어지면서 매번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다짐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사고 후 코레일의 미흡한 대처와 부실 관리운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등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 코레일 사고 나는 매번 "조치 매우 미흡" 
 
이번 사고에서도 코레일의 사고 대처는 미흡했다. 사고 직후 일부 승객들은 열차 밖으로 탈출해 소방서에서 제공한 버스를 탔지만 대다수 승객들은 추위 속에서 한참 떨었고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1시간가량 대기했다.
 
강릉역에 도착한 이후에도 코레일은 2만 7500원가량 승차권 환급 안내만 할 뿐 대체 이동 수단은 전혀 마련하지 않아 승객들과 마찰을 빚었고 일부 승객들은 상경을 포기했다. 또 승무원들이 객차가 많이 기울었는데도 큰 사고가 아니라고 안내하고 직원이 1명만 나와서 승객 대피를 도왔다.

코레일은 앞서 지난달 24일 발생한 오송역 단전사고에서도 사고 발생 이후 조치가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각선 “현 정부 실세인 오영식 사장 취임 후 코레일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총리가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지 3일 만에 대형사고가 터진 데 대해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올 2월 취임한 오 사장은 재선 의원 출신으로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역임했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선후배다. 일각에서 정부 관계자는 “힘센 정치인 출신이 사장으로 오면 공공기관들이 부처 지시도 잘 안 따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바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강릉선 KTX 탈선 사고 현장을 찾아 “이런 사고가 또다시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책임자 문책론을 꺼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근 철도 관련 사고↑, 변명 못해..고개 숙여 죄송"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강릉선 KTX 탈선 사고 현장을 찾아 “이런 사고가 또다시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책임자 문책론을 꺼냈다.

김 장관은 이날 복구 작업이 한창인 열차 탈선 현장에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으로부터 사고 관련 브리핑을 들은 뒤 취재진 앞에서 최근 잦은 철도 관련 사고에 이어 열차가 탈선하는 대형 사고까지 발생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최근 철도 사고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코레일 사장이 두 번이나 국민께 사과하고 사흘 전에는 국무총리가 코레일 본사를 찾아 강하게 질책하고 사고 재발을 막아달라고 지시했음에도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며 “저희로서도 더는 이런 상황들을 좌시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국토부가 최근 코레일의 정비 실태나 사고 대처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는데 또 이런 사고가 발생해 더 변명의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도 강릉선 KTX 개통으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강원도민의 편리함이 증대됐다고 소개하면서 “이번 사고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운영 시스템이 얼마나 정밀하지 못했는지 드러났다.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함께 응분의 책임을 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국민 앞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번 사고가 해외철도 사업 수주와 남북철도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 철도 수주를 하겠다,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다 이런 큰 꿈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새로운 사업을 수주하겠다고 말하는 게 민망스럽다”며 “완벽한 수습을 통해 대한민국 철도 수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실망을 주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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