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서비스센터 직고용 결정 이후 내부 파열음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삼성전자가 서비스센터 직원을 직고용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최근 LG전자도 전국 130여개 서비스센터에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 3900여명을 직접 고용 방침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화섬식품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관계자들은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그룹 노조혐오 규탄과 성실교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름 아닌 파견 비정규직이었던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직접 고용 이면에 노조설립에 대해선 LG전자 측이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LG전자가 서비스센터 직원들에 대한 직고용을 결정했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LG전자 서비스센터 직고용 결정 

LG전자는 직접 고용 계획 발표 다음날인 23일 각 서비스센터를 통해 자회사 설립 없이 LG전자로 직접 고용하며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전원 고용 승계 등의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직접 고용 시기는 이르면 내년 3~4월께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LG전자와 서비스센터 직원들 간 직접 고용 관련 세부 조건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정규직 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 

현장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아직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서비스센터 직원은 <소비자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아직 진짜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비스센터 직원은 "연령대가 높은 직원들의 경우는 정규직 전환과 함께 정년이 생기는 것이어서 모두가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서울 시내 한 LG전자 서비스센터.(사진=소비자경제)
서울 시내 한 LG전자 서비스센터.(사진=소비자경제)

◇ 기존 노조 센터마다 全 인원 강제 가입 유도?  

지난 15일 네이버 밴드에는 ‘LG전자 서비스센터 노조 준비를 위한 모임’이 결성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으로 노동조합을 창립할 것을 표명한 이 밴드에는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 1060여 명이 가입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노조 설립과 관련해 언론 보도가 나가자, 바로 다음날부터 이미 설립돼 있는 한국노총 소속 LG전자노조 측에서 반 강제적으로 가입을 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소비자경제>는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서울시내 몇몇 서비스센터들을 돌아본 결과 직원들의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대체로 "매일같이 기존 노조 관계자들이 찾아와 가입을 권유하는 것은 맞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고 있고, "(한노총 가입 권유가) 강제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주장이 나뉘었다.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매일같이 기존 LG노조 관계자들이  찾아와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서울의 한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매일같이 한국노총 LG전자 지회 관계자들이 찾아온다"며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센터 대표나 업무실장들도 무조건 한국노총에 가입하라고 하고 있다. 센터 전체 인원이 가입할 때까지 2명씩 상주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노총 LG전자지회 관계자로부터 한국노총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정규직 전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며 "대화 내용을 녹취할 수 없도록 휴대폰을 압수당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노조 가입 유도 방식이 강제성을 띈다면 그 자체로도 문제의 소지는 크다. 

법무법인 서상의 김종우 변호사는 “노조 가입이 고용의 전제 조건인 유니온숍 규정이 있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협약이 맺어져 있는 것이 아닌 상태에서 LG전자가 노조 가입을 강제했다면 이는 분명한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노총 LG전자지회는 이러한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주장들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노조가입을 권유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어떠한 강제력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노동조합 가입에 강제했다는 증거가 있으냐”며 “전혀 들어보지 못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노총 LG전자지회 가입신청서 (사진=소비자경제)

 

◇ LG전자 기존 노조와 서비스센터 직원들 대립하는 이유는?

LG전자가 서비스센터 수리기사들의 민주노총 가입을 실제로 막으려 했는가에 대한 의혹에 대한 증언은 엇갈렸지만 강제 가입을 유도한 지점이 없었다는 증거도 찾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기존 한국노총에 설립된 LG전자 노동조합 가입을 꺼려하는 분위기만으로도 정도경영을 외쳐 온 LG전자가 그간 서비스센터 직원들을 두루 살피지 못하면서 생긴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 지를 알 수 있다.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기존 한국노총에 설립된 LG전자 노동조합 가입을 꺼려하는 이유는 기존의 노동조합은 어용 성격이 짙어 자신들의 근로 개선 사항을 제대로 반영해 주지 못할 것이란 불신 때문이다. 

LG전자는 2000년대 초반 서비스센터를 분사했다.  LG전자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더라도 이후 협력사 직원으로 전락했고 올 초부터 서비스센터 불법 도급 논란이 꾸준히 일어왔다.

LG서비스센터 수리기사들은 기본급 없이 하루 12시간 강도 높은 근무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건당 수당은 1건당 천원 단위부터 시작해 많게는 4-5만 원 가량. 차량지원도 없을뿐더러 공구마저 기사 개개인이 직접 구입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특히 수리기사들을 옥죄는 것 중 하나는 ‘당일 처리율’ 제도가 있어 실적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하소연도 잇따랐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올해 초 부터 LG전자의 불법도급 운영에 대한 노동부 조사를 요구한다는 청원 글이 쇄도했다. 올해 11월에만 LG전자의 서비스센터의 하도급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원만 15건 가량이 올라와 있다. 

LG서비스센터 직원 직고용은 이러한 열악한 근로 환경과 급여 체계를 개선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나서 노조원 가입을 권하는 것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지만 노동자들이 먼저 이에 대해 불신을 갖는 지점에 대해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 서비스센터 직원은 “기존 노동조합에 가입할 경우 근로조건 개선이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는 말만 정규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에어컨 수리를 할 경우 고층아파트에서 외벽을 타고 넘어가 수리를 하면서 떨어져 죽는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도 늘 갖고 있지만 한국노총 가입 시 산재 보상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18일 자신을 '옆 집 사람'이라고 지칭한 청원인의 글도 올라왔다 

그는 “노조설립은 불법이 아니며 그것을 막고 있는 엘지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갇혀 사는 새는 새장 문을 열어줘도 세상 밖이 두려워 나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처음엔 그랬지만 지금 싸우면 1년이고 지금 외면하면 계속”이라는 말로 LG서비스센터 직원들을 향해 호소했다.

◇ LG유플러스 비정규직은 직고용 대상 포함 안 돼 

LG전자는 지난 22일 전국 130여개 서비스센터의 서비스 엔지니어 등 총 3900명을 직접 고용키로 했지만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직원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LG유플러스는 대신 전국 72개 홈서비스 센터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2600명 중 2020년 800명, 2021년 500명 등 총 1300명을 자회사로 직접 고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머지 1300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없는 상태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지부는 지난 9월17일부터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에서 나머지 1300명의 정규직 전환과 자회사 꼼수 고용 철폐를 요구하는 총파업 농성을 벌여 왔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홈대리점은 설치 AS 등의 서비스 업무 이외에 영업 등 다른 업무도 수행하고 있어 직고용 시 사업구조 변경으로 인한 영향이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에서 터져 나오는 의혹들과 관련 LG그룹 차원의 답변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 했지만 "계열사로 문의해 달라"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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