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보험가입 시 보험회사들의 고지의무 불이행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A씨는 대만으로 출국을 앞두고 1년짜리 소멸성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설계사의 상담을 받았다. A씨는 상담 당시 “최저로 책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설계사가 책정한 금액은 A씨가 생각지도 못한 120만 원“이었다. 

A씨는 “왜 여러 가지 옵션을 물어보지도 않고 넣었느냐”고 항의하며 “금액 설정 다시해 보내달라고 하자 설계사가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상정보를 다 알려주었는데, 이부분은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채 29국 출국했다. 

<소비자경제>가 해당 보험회사 지점에 연락했지만 해당 설계사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점 관계자는 “해당 설계사가 현재 휴가 중”이라며 “A씨의 보험금액이 높은 이유는 의료비 부분을 높게 책정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객 정보와 관련해서는 “A씨 본인이 원할 경우 바로 삭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시민주권회의 소비자감시팀 박순장 팀장은 “보험 가입 시 보험 회사가 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 이라고 판단했다. 

보험소비자에게 정확한 설명을 해주고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 보험금액을 산정해야 함에도 그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제대로 된 고지를 받지 못해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의 제보는 끊이질 않는다. 

소비자 B씨는 “3개월만 납부하시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설계사의 권유에 솔깃해 치아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만삭이었던 B씨는 임신하면 치아가 안 좋아진다 해서 더욱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총 5만 원 정도를 3개월 납부하면 크라운 보철 치아 손상 모두 100% 보상되고 2년 이내 임플란트는 50%, 2년 뒤 100% 치아 2개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B씨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그 다음 날 전화가 다시 가입하고 싶어도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개월이 흘러 B씨가 치과를 찾게 된 후 보험사에 연락하자 크라운관련 치료는 개당 10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B씨는 “가입 시 금액이 정해져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따져 묻자, "배째라 식으로 나왔다"며 “상담원이 힘든 직업인 것을 알지만 가입 할 땐 친절하게 하더니 이런 상황이 되니 소비자원에 제보하려면 하란 식으로 나오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분노했다. 

이밖에도 C씨는 "설계사의 안내에 따라 실비보험에 가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단순 건강보험이었다"며 울화통을 터뜨렸고 D씨는 설계사가 별다른 설명 없이 한 달치 대납을 미끼로 보험 가입을 시켰다"며 제보해 왔다. 

보험 설계사 정보 조회 소비자불만 개선 필요 

보험관련 업계 관행이 개선되지 않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업계는 소비자가 개별 보험설계사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e-클린보험 시스템’(가칭)을 만든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소비자들이 보험을 권유한 보험 설계사와 소속 보험대리점(GA)이 믿을 만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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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20년부터 보험 계약서에 개별 보험설계사의 불완전 판매 비율도 표시된다. 불완전 판매율은 상품 설명을 제대로 했는지, 계약 유지율은 소비자 관리를 잘하는지를 보여주는 정보다.

이는 소비자가 보험 모집인과 GA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소비자가 직접 ‘우수 설계사’를 가려내는 신뢰성 지표를 조회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13개월 또는 25개월 동안의 계약 유지율도 업계 평균치와 비교해 제공된다. 

기존에도 설계사에 대한 '모집경력 조회시스템'은 있었지만 정보 제공 범위가 좁은 데다, 보험사만 설계사의 평판조회 목적으로 접속할 수 있었다.

새로 개발되는 시스템은 보험사는 물론 소비자와 설계사들을 모아 영업하려는 GA도 접속할 수 있다. 일단 전산보안 역량을 갖춘 소속 설계사 500명 이상 대형 GA만 조회가 허용되는데,  '설계사 빼가기'를 방지하기 위해 GA는 해당 설계사의 동의를 받아야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제도란 의견도 있지만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30만 명이나 되는 보험설계사 정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며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기 쉬워진다는 우려도 발생한다. 

조 대표는 "설계사 조회 방안보다는 설명을 어떻게 쉽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한다든지, 중요한 자료를 제시하는지 등을 검증하는 방안 마련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본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점별로 해봤자 실적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개선이 될 수가 없다"며  "법인 책임을 강화해 최소 본사차원에서  독립적으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내부 감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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