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족이 늘어남에 따라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주류에 붙는 세금의 기준을 오는 2020년부터 가격에서 용량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맥주족이 늘어남에 따라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주류에 붙는 세금의 기준을 오는 2020년부터 가격에서 용량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0년부터 소주·맥주 등 주류 전체에 대한 세제를 종량세로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올해 안으로 각 주류협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앞서 7월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맥주에 대해 종량세 개편을 논의했지만 보류한 바 있다. 수입맥주 행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소비자 반발과 다른 주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주세개편...정부와 국산주류 업계 의견 확연히 달라

맥주에 대한 주세 제도를 현행 출고가 기준의 '종가세' 대신 알코올 도수나 전체 양으로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은 국산 맥주업체들의 불만에서 시작됐다.

현행 종가세 제도상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국내 이윤과 판매관리비 등을 더한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는 반면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수입맥주의 경우 국내 이윤이나 판관비 등은 과세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수입가격을 낮춰서 신고할 수 있어 손쉽게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국산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수제맥주업체는 제품의 양에 따라 세금을 일괄 부과하는 종량세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라며 "주세개편을 통해 수입맥주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지난 7월 입장문을 통해 "종량세 도입의 목적은 국산을 애용하자는 것도, 증세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한 뒤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확립해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그 효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서 종량세 도입을 촉구했다. 

지난해 편의점 수입맥주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국산맥주를 뛰어넘은 데 이어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56.3%로 국산맥주(43.7%)보다 높았다.

이에 국산주류업계는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는 품질이 좋은 주류를 만들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여서 수제맥주나 고급 주류 개발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 주세법 개정.. 증세를 위한 꼼수?

일각에서는 이번 종량세 개편이 정부가 증세를 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맥주값이 오르면 정부에게 내야 하는 세금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종량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비싼 맥주를 더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며 "이에 4캔에 만원 하는 행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세 개편은 '증세'가 아닌 '과세체계 개편'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금의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세금을 많이 내던 국산맥주는 줄여주고 세금을 적게 냈던 수입맥주는 더 늘려 동일하게 하자는 것"이라고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소비자에게 인기가 좋은 맥주들은 지금보다 세금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 종량세 개편...소비자 부담 가중시킬 우려가 커 

앞서 한국주류수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종량세로의 개편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금이 낮아지는 맥주는 일부 수입맥주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맥주는 세율이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라는 것.

이와 관련, 한 수입맥주 관계자는 "수입가가 높은 맥주의 경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입가가 낮은 1000원대 수입맥주는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보통 소비자들이 찾는 맥주의 가격은 큰 변동이 없겠지만 저렴한 맥주의 경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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