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효과와 부작용 검증 임상시험 부족…치료 중단하면 성 기능 회복

강원지방경찰청은 5일 항공대와 7개 경찰서, 인접 지방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광역·기동 성범죄 대응 훈련을 했다. 이날 훈련은 상해 및 성폭행 후 피해자를 납치·감금해 도주하는 상황을 설정해 진행됐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경찰관이 상황전파와 공조요청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훈련 장면. (사진=연합뉴스)
강원지방경찰청은 5일 항공대와 7개 경찰서, 인접 지방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광역·기동 성범죄 대응 훈련을 했다. 이날 훈련은 상해 및 성폭행 후 피해자를 납치·감금해 도주하는 상황을 설정해 진행됐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경찰관이 상황전파와 공조요청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훈련 장면.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국내에서 성충동 약물치료법이 시행된 지 8년이 흘렀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라고 불리는 이 치료법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성범죄자에게 적용된다.

성충동 약물치료법은 약물을 주입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 성욕을 억제하는 원리로 이뤄진다. 약물 투여 및 심리치료 등으로 도착적 성 기능을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치료법으로 범죄자 동의 없이 시행된다.

성충동 약물 치료법은 국내에서는 2014년 2월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에게 처음으로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 이전부터 성도착증세는 물론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보여온 점을 고려할 때 복역 도중 성도착증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법은 제정 이후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 침해 논란에 위헌법률심판까지 제청되는 등 논란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약물치료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실제 재범방지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최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성충동 약물치료의 재범방지 효과에 대한 근거 확인을 위해 국내외 임상연구들을 검토, 성충동 약물치료 효과의 문제점과 법적 요건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며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효용성에 대한 논점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성충동 약물치료 판단 시점의 문제 및 사용되는 약물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박 교수는 “성호르몬의 생성을 억제, 감소시키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범죄 재발을 방지함과 동시에 과도한 신체적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라며 “문제는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무작위대조시험연구(RCT)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실제 진행된 연구가 없을 뿐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연구 대상자 수가 적어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증명하기에는 증거가 빈약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충동 약물을 사용한 환자에서 골다공증부터 심혈관질환, 성인병, 우울증까지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되는가 하면 국내 국립법무병원에서 성범죄로 입원해 치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약 70%가 부작용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으로는 체중증가, 고환 크기 감소 등 경미한 반응부터 골밀도 감소, 우울증 등 중증의 반응까지 다양했다.

게다가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바로 부적절한 성적 환상 및 행동이 재발했다가 다시 약물을 사용하면 이러한 환상과 행동이 호전되었다는 다수의 보고가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효과가 절대적이거나 영속적이지 않고 중단 시 성기능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은 치료를 중단하면 재범 가능성이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연구를 통해 성충동 약물치료가 성범죄자의 재범방지에 효과적인지 과학적 근거는 미약한 반면 약물치료와 관련된 부작용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성범죄는 처벌받아야 마땅한 강력범죄이고 재발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범죄자들이 성범죄로 인한 형벌과 더불어 약물의 부작용에 따른 고통까지 이중 처벌을 받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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