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 이식술 생존수단에서 치료법으로 가능성 열려

심장과 연결된 소아의 인공심장을 살펴보는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사진=세브란스병원)
심장과 연결된 소아의 인공심장을 살펴보는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사진=세브란스병원)

 

[소비자경제신문=곽은영 기자]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었던 인공심장 좌심실 보조 장치(LVAD)가 단순한 생명 유지 수단에서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 수단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세브란스병원 박영환•신유림 심장혈관외과 교수와 정조원•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입원한 1세 영아와 여중생 두 환자가 인공심장 LVAD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했다고 밝혔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혈액순환 저하로 폐, 간, 콩팥 등 각종 장기가 기능을 잃으면서 사망에 이르는 중증 심장질환으로 현재까지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로 긴급 후송된 1세 환아의 경우 좌심실 기능이 정상 수준의 5% 이하로 떨어져 심장과 폐기능을 대체할 체외막산소화장치인 에크모 없이는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의료진들은 LVAD 이식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해 지난 1월 8일 이식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환아는 심장기능을 회복하면서 걸음마를 시작하는 등 정상적 발달과정을 거치고 소화기능을 회복해 입원 시 6.5㎏이던 체중이 9㎏까지 늘었다. 이후 심장 기능을 회복한 환아는 지난 6월 말 LVAD 장치를 모두 제거하고 지난달 6일 퇴원했다.

수술을 집도한 박영환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지금까지 LVAD 이식은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 유지를 위한 연결 고리의 역할에 그쳤으나 이번 사례로 상실된 심장기능 회복을 촉진시켜 정상생활로 복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해 의미가 크다”라며 “성공적 수술과 더불어 맞춤형 약물치료와 적극적인 간호가 뒷받침 돼 좋은 예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조원 소아심장과 교수는 “향후 주기적인 검진과 약물치료 병행으로 심장이식 없이 정상적인 신체 발달과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 목표”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영아뿐 아니라 국내 최초로 청소년 환자에게 성인과 같이 체내에 LVAD를 이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성인 환자는 몸 속 공간이 충분해 LVAD를 몸 안에 넣고 몸 밖에는 휴대폰 크기의 동력 및 조절장치를 차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아나 청소년은 신체 구조상 몸 속 공간이 부족해 좌심실의 심장혈관을 몸밖에 있는 LVAD 장치와 튜브로 연결해야 한다. 이 경우 동력과 제어장치가 달린 3단 서랍장 크기의 장비도 같이 연결해야 해 활동이 크게 제한돼 왔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지속된 흉통과 구토증상을 보이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진단받고 입원한 1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인형 LVAD 이식 계획을 수립해 지난 5월 15일 성공리에 수술을 마쳤다. 이는 그간의 소아∙청소년 대상 LVAD 이식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환우는 지난달 17일 퇴원했다.

수술을 집도한 신유림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체구가 작아 협소한 심장과 그 주변장기 사이에 LVAD 기구를 삽입하기 어려웠으나 다행히 세밀한 내부 장기 구조 분석과 수술 계획으로 청소년 환자에 대한 LVAD 이식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는 “청소년 환자가 휴대용 LVAD 이식을 통해 질병 치료와 일상생활을 병행함으로써 정상적인 신체 발달과 심리적 안정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심장 이식 없이 심장기능이 잘 회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00년 국내 첫 성인형 체외 LVAD 이식술 및 2017년 11월 2살 남아에 대한 국내 첫 소아 좌우심실보조장치 이식술을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 수술을 진행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에 “국내 최초로 청소년에 대한 체내 LVAD 이식에 성공하면서 소아와 청소년 인공심장이식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라며 “이번 두 환자 사례는 단순히 생명 유지 수단에 머물렀던 LVAD 이식이 근본적인 심장 치료와 기능 회복에 성공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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