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단체들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 요구하고 나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소비자경제신문=곽은영 기자]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 사고 소식이 연일 보도되면서 관련 법안과 환자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강릉의 한 정신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조현병 환자에 의한 의사 폭행사건 및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자에 의한 경찰 살인사건 둥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는 것.

조현병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16년 조현병 환자였던 남성이 강남역 인근 노래방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3월에는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 용의자가 조현병과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처럼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관련 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사회적 경계심 또한 커지고 있어 정신의학단체들이 섣부른 사회적 낙인을 우려하는 한편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조현병학회는 정신질환자의 범죄와 연관되는 폭력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 수도 일반 인구의 범죄율보다 높지 않은데 일련의 사건들로 폭력성과 아무 관련 없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으로 상처받을 것이 염려된다며 입장을 밝혔다.

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행동이 온순하며 증상 중 환청과 망상,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등도 있지만 알려진 공격성은 일부 환자에서 급성기에만 나타난다. 특히 환자의 폭력적인 행동은 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극히 일부에서 알코올이나 마약 남용, 폭력 피해의 경험, 폭력 사건 노출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학회는 “공격성 예방의 핵심은 치료와 보살핌”이라며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정신보건복지법으로 이 핵심이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개정법에 대해 “비자의 입원요건을 강화하고 퇴원을 촉진함으로써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순기능을 갖고 있는 동시에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마저 요건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제공되지 못하게 하는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퇴원 기준이 증상 호전보다는 타해 위험성 감소에만 방점이 맞춰져 있고 퇴원 이후 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지역사회의 정신보건 유관기관으로의 연계가 불가능한 점은 잘못되었다”라며 “현재의 법안은 치료를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가 모두 떠안게 되는 구조로 국가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환자 인권보장 위해 치료시스템 재구축해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조현병 환자 관련 사회적 불안 감소 및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보장을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재차 발표했다.

학회는 “잘 치료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 못지않게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지만 치료받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경우 예측불가능성과 위험성은 커질 수 있다”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환자에 대한 인권보장과 사회적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강릉 의료진 폭행 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이를 등한시 한 제도적, 시스템적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전에 위험성이 감지돼 수차례 보호관찰소에 신고했음에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법무부의 보호관찰시스템의 문제라는 것.

또한 학회는 환자가 범죄자가 되는 것은 현재의 정신보건시스템에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개정돼 2016년 5월 30일부터 발효된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의무자 2인의 입원 동의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 진단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 ▲정신건강복지심의위원회 등 비자의적 입원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는 심의절차를 마련한 바 있다.

학회는 “입원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것은 환자 인권을 보장하는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라며 “특히 전문의 2인 진단과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 제도는 상호 모순적 내용을 담고 있고 입원 당시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시점이 입원 후 30일 이내라는 것도 시기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절차적 정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입원 초기에 전체 비자의 입원의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와 운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정부가 현장 감각을 상실한 채 서면심사에만 의존해 치료가 더 필요한 환자를 퇴원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학회는 “제대로 된 인권보장을 위해서 비자의적 입퇴원 시스템을 전면 재개정해야 하며 퇴원해서 재발을 반복하는 정신질환자의 치료 유지를 위해 촘촘한 치료유지 및 지역사회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지역사회에서 방치돼 있는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대책 없이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지역사회 기반의 외래치료권고제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개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