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ㆍ금감원 출신 5급이상 고위공직자 취업현황 정보공개

(사진=소비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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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검찰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간부들이 공직자윤리법을 어기고 퇴직 후 대기업과 유관기관 등에 불법으로 재취업한 혐의에 대해 공정위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 

이처럼 공정위 고위공직자들의 재취업 현황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비단 공정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에 날을 세우는 금융당국도 정작 자신들에겐 관대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경제>는 최근 5년간 퇴직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5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재취업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재취업신청자 69명 중 62명이 민간 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거절 건수는 7건에 불과했다. 

재취업기관 유형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전관예우성 채용으로 주로 금융회사(22명) 또는 금융유관기관(18명)에 취업했다. 로펌(4명)에 재취업한 경우도 있었다. 

비금융권이더라도 사모투자펀드에 경영권 매각을 앞 두고 있는 경우나, 정부부처나 정부투자기관, 금융기관 등 공공기간의 정보시스템을 감리하거나 감사하는 IT 통제체제 구축컨설팅 업체, 은행경비원 용역업체도 있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는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은 경우, 퇴직 당일에도 업무와 관련 있는 기업 등에 취직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다. 

2015년 이후에 공직자윤리법개정으로 취엄 심사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2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기관업무를 기준으로 업무 관련성을 재평가 하도록 하는 등, 취업제한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에도 금융위와 금감원 고위공무원 54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는 취업심사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된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료=금융위ㆍ금감원 정보공개청구)
(자료=금융위ㆍ금감원 정보공개청구)

 

◇ 금융당국 고위공무원 90%이상 1년 이내 재취업 성공...로비창구로 활용  

그동안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퇴직공직자들이 금융기관에 계속 취업해오면서, 정부기관의 공정한 직무 집행을 저해한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융위· 금감원 출신자들이 금융업계에 재취업을 하는 것은, 금융당국 고위직 출신을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는 금융회사들과 퇴직 수억 원의 고액연봉과 안락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공직자들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장유식 변호사)도 지난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퇴직공직자 취업실태 보고서 2011~2017>을 발표하고 이를 질타한 바 있다. 

참여연대 보고서를 살펴봐도 금융당국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심사에서 90% 금융계 취업 허용됐다. 참여연대는 보고서에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금감위 출신 감사들이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2017년 9월에는 금융당국의 고위간부 출신 금융지주대표가 금융감독원에 부당 인사 청탁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금융기관 출신의 고위직 공무원들의 재취업 속도는 타 부처와 비교해서도 빨랐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내놓은 2008년부터 2017년 8월까지 10년간 <금융위, 금융감독원의 출신의 재취업 기관> 자료를 살펴보면 이 같은 정황이 잘 나타난다. 

최근 10년간 전 중앙 부처의 고위공직자 재취업 기간 중 1개월 이내 재취업 비율이 35%다. 이와 비교해 금융당국 고위공무원들은 두 배 이상 높았다. 

1년 이내 금융당국 고위공무원들의 재취업 비율은 91%에 달할 정도여서 공직자윤리법이 정하는 3년이라는 재취업 제한기간을 무색하게 했다. 

◇ 새 정권 들어 눈치보는 분위기는 잠깐...금융당국 출신 고위직 인사 선임은 여전

2017년 고위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 숫자는 이전보다 대폭 줄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조심하는 분위기가 읽혀지지만 여전히 금융회사나 유관기관들이 금융당국 출신 고위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일례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금감원 출신 인사의 재취업과 경력세탁 기구로 전락했다"며 낙하산 인사 문제를 비판하고 나섰던  한국금융연구원은 여전히 금융위와 금감원 퇴직자들의 철새 도래지다. 

금융노조의 강력한 투쟁으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금융연구원 재취업은 무산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시절 금융위윈회 위원장을 지내다 퇴직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둥지를 옮기는데 성공했다. 올해 3월에도 한국금융연구원장에는 금감원 전략기획본부장(부원장보)를 지낸 손상호 씨가 선임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991년 은행연합회 금융경제연구소를 사단법인으로 분리, 독립시키면서 설립됐다. 현재까지도 총회 및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 은행연합회와 동일하고 은행연합회 감사가 금융연구원 감사를 겸할 정도로 유착돼 있다. 

예산은 회원사인 은행들이 낸 비용으로 충당한다. 2017년 기준 금융연구원의 총 예산 221억1000만원 중 95.8%인 211억8000만원이 사원 분담금이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자체 조달 수입은 9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은행연구원의 역할 가치를 따져볼 때, 회원사 은행들이 이만한 비용을 충당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의구심이 드는 건 무리가 아니다. 

올해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출신 고위공무원의 금융기관 재취업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금융감독원 감사 등을 지낸 문재우 씨와 지난해 1월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에서 퇴직한 김영기 씨는 올 해 4월, 각각 금융연수원장과 금융보안원장에 취임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금융보안원의 원장은 줄줄이 금감원 부원장들이 역임하고 있다.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김영린 씨가 1대 원장을, 금감원 부원장보였던 허창언 씨가 2대 원장을 지냈을 정도다. 

민간 금융사에도 금융당국 출신 퇴직 공무원들이 줄줄이 보직을 차지했다. NH농협은행은 금감원 부원장보와 금융보안원장을 지낸 김영린 씨가 감사직에 연임됐다. 
 
전북은행은 올해 3월 신상균 전 금감원 부국장을 감사로 선임했고 허창언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12월 신한은행 감사에 선임됐다. 변대석 전 금감원 국장은 대구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신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정권교체 후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되면서 상근부회장직이 공석이었다. 여신협회의 전무에 지난 5월 오광만 전 기획재정부 과장이 선임됐다.

비(非) 금융당국 출신이 선임됐지만, 관피아 논란을 피해가기엔 부족한 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저축은행중앙회 전무이사 자리에 이번에도 금융감독원 출신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은수 전 금융감독원 국장은 지난달 29일 공직자윤리위원회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에서 저축은행중앙회의 2인자격인 전무 취임 승인을 받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더케이호텔에서 회원사 총회를 열고 하은수 전 금융감독원 국장의 전무이사 선임을 최종 확정한다.

승인을 위해서는 79개 저축은행사 중 과반수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과거 선례에서 부결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하은수 전무 후보자는 표결을 무난히 통과해 전무 자리에 연착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 후보자는 선임이 확정되면 3년 임기의 업무를 당일부터 시작하게 된다. 

저축은행중앙회 전무이사 자리는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금감원 출신이 도맡아 왔다. 다른 금융협회 전무직도 금융당국과 협조적이고 업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의 송재근 전무, 손해보험협회의 서경환 전무, 은행연합회의 홍재문 전무 등도 모두 금융위원회나 금감원 출신들이다. 

◇ 재취업심사 엄정한 제재 기준 필요... 심사위원 공개해야 

이에 금융위, 금감원 출신의 재취업 심사에 있어 업무관련성에 대한 엄정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 고위공무원들이 관련 업계를 쉽게 승인받아 재취업하고 있는 행태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새 정부 들어서도 이런 관피아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의아한 일”이라면서 “이 부분에 대한 엄격한 제재와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신동화 간사는 “2015년 공직자윤리법이 취업심사를 하는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됐지만 심사가 매우 온정주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 간사는 이어 “시행령상에 4급 이상의 경우는 업무관련성평가를 해당과를 업무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저축은행국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저축은행으로 가더라도 해당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면서 업무관련성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아울러 “취업심사와 관련해서 독립적으로 심사위원회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공직자윤리위원회사 취업심사를 좀 더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사무처를 둔다든지 하는 조직적인 개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업심사위원들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심사 위원들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어떤 위원들이 어떻게 심사를 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관피아 오명을 씻는 첫 걸음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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