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칼럼] 한국축구와 한국의료
[이동주 칼럼] 한국축구와 한국의료
  • 소비자경제
  • 승인 2018.07.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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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드림 가정의학과 이동주 원장
해드림 가정의학과 이동주 원장

[소비자경제=칼럼]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표 축구 경기는 항상 모든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그렇다보니 결과가 안 좋으면 그 원인에 대한 많은 말들이 뒤 따르게 되어있습니다. 예전에는 그 원인에 대해 선수들의 정신력이 부족한 것 때문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고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신상태가 틀려먹었다’ ‘투혼이 부족했다’와 같은 얘기로 선수들을 다그칩니다.

 

또 한편으로는 선수 개인의 실수에서 그 실패의 원인을 찾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몇몇 부진한 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팬들의 권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이기까지 합니다.

치명적 실수를 한 선수 개인에게는 가족까지 들먹이며 차마 담지 못할 욕들이 쏟아져서 선수들은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그동안 투혼 축구를 강조하고 개인의 실수를 지적해왔어도 한국 축구의 문제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문제의 원인은 보다 근본적이기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축구 지도자들이나 현장에서 뛰는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시스템의 문제’에서 찾았습니다.

 

이번 예선 1,2차전에 패배하고 나서 각 방송국 해설 위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대표 선수 선발에 대한 간섭, 보여주기식 행정, 선수 육성 시스템의 부재, 실로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오던 한국 축구의 문제점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단지 경기의 결과는 이러한 문제가 결과로 드러난 것뿐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총괄해야할 축구 협회가 각성을 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인데 2014년 월드컵의 실패 이후 똑같은 지적이 있었지만 전혀 변화되지 않는 이 시스템에 대해 더 이상의 기대가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도 있었습니다.

 

한국축구의 문제점에 대해 이러한 논란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이 가지고 있는 모습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의료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를 얘기하면 언제나 의사들의 개인적 희생정신과 도덕성의 문제로 귀결되어 진정한 문제의 원인이 가리어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원가 이하의 비현실적인 의료 수가의 문제를 얘기하면 ‘의사를 돈벌라고 하나? 의사가 그러면 안되지.’라는 말에 모든 논의가 일축되어 버립니다.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인력난에 대해 얘기하면 ‘의사들이 생명을 다루기보다 돈많이 버는 분야로만 몰려가서 그런다’며 그러한 현상의 원인을 찾기보다 의사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그칩니다. 의료진의 과도한 노동시간에 대해 얘기하면 ‘고생하는 만큼 돈 많이 벌잖아.’라는 얘기에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응급실 의료인 폭력문제에 대해 대책을 요구해도 환자단체 연합 대표라는 사람이 ‘폭력이 무서우면 어떻게 의사를 하나’라는 어이없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마치 폭력의 위험을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이겨내라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고 하면 그 원인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기보다 돈독이 오른 의사들의 개인적인 욕심만을 그 원인이라 지적하는데 그치고 맙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그런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대한 성찰보다 의사 개인에 대한 비난과 징벌에 급급하여 진정한 문제의 원인은 덮여지고 맙니다.

 

물론 의사개인의 도덕성은 중요합니다. 의사는 돈을 환자의 건강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환자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이 준비된 사람이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논의는 그런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바른 제도는 개인의 도덕성에 의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까지 의사들의 선의를 법률처럼 규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한국의료도 한국축구와 마찬가지로 일선의 의사들을 욕하고 징벌하고 정신력을 강조할 때가 아니라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을 요구할 때입니다. 평범한 도덕성을 가진 의사들도 자신에게 행하는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다수에게 도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른 의료제도의 역할입니다.

 

경기에 졌다고 상대방 공격수를 막지 못한 우리 편 수비수를 욕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분풀이일 뿐 축구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주지도 않은 채 오직 정신력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폭력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것에 책임을 묻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더디지만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은 한국 축구뿐만 아니라 한국 의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해야할 분명한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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