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공정위 무너진 위상 회복, 관건은 '내부 개혁'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 적폐가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일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운영지원과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할 ‘경제검찰’ 공정위가 대기업 유착혐의 등으로 검찰수사의 대상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비난 여론과 함께 비대해진 공정위의 조직과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경제검찰’ 공정위 어쩌다 검찰 수사 대상 됐나?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위장계열사 지분의 차명보유 사실을 알고도 봐주기식으로 일관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올 초, 부영 이중근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직원들이 주식 현황 신고 누락 사실을 묵인한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정위의 소극적 대처도 도마위에 올랐다. 21일 공정위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후 공정거래법 제 68조를 위반했지만 고발 조치 없이 경고 처분만 받은 사건이 81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사건을 경고 처분으로 그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현직 간부들이 퇴직 간부들을 유관기관에 몰래 취업시킨 전관예우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전·현직 간부들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기관에 취업하면서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승인 심사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권한을 휘두르면서도 이렇다 할 견제를 받지 않는 공정위가 부패집단으로 전락해 스스로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은 반드시 전면 폐지되어야 합니다'라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공정위 조직 부패의 원인을 막강한 권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의 권한과 범위가 너무 비대해지고 있다. ‘혁신성장’까지 맡겠다고 문어발식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조직이 '비대'해지고 '권한'이 막강해지면, '금감원'처럼 조직 자체가 썩어들어갈 수도 있다”면서 “반드시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공정위의 소송충당부채가 2973억 원에서 5323억원으로 늘어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업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3건 중 1건 꼴로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과징금 취소소송의 패소 비율 증가 등 제재의 칼날이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공정위 늑장대응과 소득적 대처 비판 

# 지난해 섬유업체를 운영하다 부도위기를 맞은 J 씨는 원청과 1차 밴더의 갑질, 을질에 대한 피해를 공정위에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공정위는 피해구제기관이 아니니 소송을 통해 잘잘못을 따져보라는 말뿐이었다. J씨는 한줄기 희망을 알았던 공정위의 싸늘한 반응에 더 크게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21일 공동주최한 ‘공정위 행정개혁 평가 토론회’에서는 공정위의 늑장대응과 소극적 대처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서치원 변호사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인 2017년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50%가 증가한 민원이 접수되는 등 그동안 한국사회에 적체 되어있던 불공정거래행위 문제를 공정위라는 창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인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하면서도 “2017. 7. 발표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에 필수 물품 강제 등 불공정거래행위 금지를 명문화하지 않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힘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집단적 대응권 부여 등의 핵심내용이 빠져있는 점을 질타했다. 

그는 “대리점 분야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 공정위 직원 한명이 전국 수십만 개 대리점 문제를 담당하는 기형적 구조” 때문에 늑장대응이 고착화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감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공정위가 접수한 가맹사업분야 신고 및 민원 37건 중 처리·완료된 24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412일에 달한다”면서 “2013년 10월 신고가 접수됐지만 지난해 7월까지도 조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사건도 있다. 그 사이 신고인 4명중 2명이 폐업해 구제기회를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위의 늑장대응이 가맹점주가 소생할 기회조차 박탈했다는 얘기다. 

서 변호사는 현대중공업 하도급 피해도 예로 들었다. 그는 “2016년 3월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현대중공업 하도급업체로부터 접수한 사건은 2017년 공정위 본청으로, 2018년 5월 부산사무소로 이관됐다. 신고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야 부산사무소 조사관이 신고인에게 초동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해당업체는 현재 폐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불공정행위를 처벌해야할 공정위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당사자에게 신고취하를 종용하기도 한 사례도 지적됐다. 

 서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가 부당한 단가인하, 하도급대금 미지급, 서면미교부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자, 공정위는 약 1년 경과후 신고업체에 취하요청과 함께 재신고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피해자들에게 신고내용 중 부당한 단가인하와 하도급대금 미지급 부분은 빼고 서면미교부에 한정해 재신고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했다는 것. 
 
그는 단기간 해소가 어려운 갑을관계의 특성상, 정권 성향과 무관하게 지속가능한 행정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공정위의 역할을 위임하는 등 조사방식 및 행정절차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전 기자 간담회에서는 경제력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을 재벌개혁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방지가 재벌개혁의 핵심목표라고 입장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벌 개혁도 기업의 자율적 개선에 기대면서 한계가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데도 이를 입법과제로 미루고 있는 점, 2018년 하반기에 금산분리 과제 입법 등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계획이 아직 제시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 재벌개혁 이전, 공정위 내부적폐부터 도려내야 
 

공정위의 내부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검찰의 압수수색과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논의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준비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점을 두고 이번 수사가 양 기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검찰 수사는 오래전부터 지적됐던 공정위의 과거 문제에 대한 것으로 생각된다. 공정위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표명했다"면서 "공정위는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는 내부혁신의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에 제아무리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한들, 공정위 내부 적폐가 심각한 탓에 역부족일 것이란 안타까움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공정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내부 적폐부터 말끔히 도려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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