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원하는 건 트럼프와의 회담 재개 직접 대화 명분

고동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칼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하고 북한을 윽박질렀지만 여전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자는 직접적인 전화나 공개서한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를 지울 수 없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깍듯이 써가며 심기를 자극하기보다 북미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고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담화를 내놓았다. 하지만 북한이 진정으로 핵대결보다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회담장으로 확실하게 돌아오게 하고 다시는 번복하지 못하게 만들려면 이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김 위원장의 결단이 굴복처럼 보이지 않고 트럼프와 의연하게 대화할 명분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그 명분을 줄 수 유일한 당사자는 문재인 대통령 뿐이다. 이를테면 김 위원장은 "남한이 저렇게 간절히 원하니 위대한 결단을 내렸다"라는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손에 쥐어 주길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이 명분이 대내외 시선을 집중시킬 리더십의 결과로 과시되는 것도 트럼프에 밀리지 않을 쇼맨쉽을 가진 그에겐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만약 이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행동으로 트럼프에게 전화를 건다면 이 역시 놀라운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핫라인 통화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북 약속들의 의지를 설명하고, 70여년만에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북이 함께 항구적인 평화협정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선 김 위원장의 자존심을 조금만 내려놓고 대범하게 나서줄 것을 정중히 요청하는 것만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여진다. 문 대통령이 평소 누누히 했던 말처럼 노벨상이나 공로가 누구에게 가던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가져올 수 있다면 무엇이 부끄러운 일이 겠는가.

현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된다면 문 대통령의 요청과 중재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고 빛을 발할 수 있다. 청와대는 당장에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분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김계관의 담화에서 나타나듯 김정은 위원장도 회담 의지를 아직 저버리지 않고 있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허언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이번 기회를 결코 놓쳐선 안 될 것이다.

북미 정상들의 만남이 늘어지고 기약할 수 없는 시간으로 내몰린다면 그 사이 또 다른 훼방꾼들의 부정적인 잡음들이 끼어들 여지를 줄 수 있고, 또다시 본심과 다른 방향으로 꼬여 흘러갈 공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전쟁이냐 평화냐를 두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야말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갈 절체절명의 공멸위기 앞에 놓여 있다. 앞으로는 그 어떤 구실로도 북핵 문제를 풀어갈 돌파구도, 북미 간의 간극을 좁혀놓을 더 이상의 수단도 없다. 

태평양 넘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아쉬울 게 없다며 회담판을 내키는대로 뒤집어엎고 아무렇지 않게 대북 압박모드의 정치적 수사들을 자기 맘대로 질러댈 수 있겠지만, 수십년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온 핵전쟁의 공포가 언제 터질지 노심초사해야 할 우리의 처지는 다르다.

그렇기에 남북 핫라인 연결은 방해꾼들의 잡음이 무성하기 전에 빠를수록 좋다. 부디 문 대통령은 핫라인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회담에 나설 명분과 함께 결단을 촉구하고 전 세계가 다시 극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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