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위해 소비자단체와 전문업체들 손 잡는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대 여론에도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최소한의 자기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규제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홍익대 미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 사건이나 유명 유튜버 사진 유출 사건 등을 통해서도 나타나듯 ‘잊혀질 권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 됐다.

◇ 25일 유럽연합 새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

 ​​유럽연합(EU)의 새 ‘개인정보 보호법(GDPR)’이 25일(현지시간) 전면 시행된다. 그동안 EU 회원국들은 별도로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마련해 적용해왔다.

이제 GDPR이라는 법규 체제로 통일되면 더욱 강력한 규제 적용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GDPR가 시행되면 기업들은 사용자에게서 개인 정보 처리에 대한 명확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데이터가 유출되면 72시간 이내에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고객은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보거나 일부 삭제하도록 요청할 권리가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제도일 수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유럽기준인 GDPR를 준수해야 하는데 위반 시엔 세계 매출액의 4%, 또는 최대 2000만 유로(약 254억 원)의 과징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사업체가 EU 지역에 있지 않더라도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재화·서비스를 제공하거나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모니터링할 때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비회원국 기업도 규정을 위한할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한국도 GDPR 대응 및 자기정보통제권 확보 위한 움직임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지부에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대응 지원센터를 개소해 우리 기업들의 인식 제고와 대응능력 강화를 돕는다.

무역협회 GDPR 대응 지원센터는 GDPR 시행계획과 대응 가이드라인 등을 알리고 EU 진출힌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상담도 해줄 예정이다.

한국소비자연맹과 녹색소비자연대, 채용전문기업인 ㈜MJ플렉스, 잊혀질 권리 사업을 진행해 온 ㈜달, 디지털소비자주권강화위원회가 GDPR  대응과 잊혀질 권리 및 자기정보통제권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협약은 유럽 GDPR((EU) 개인정보 보호규정)이 발효되는 5월 25일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홀에서 체결된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사업자의 경우 정보 삭제에 있어 공익의 목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개인의 경우 자기정보통제권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이런 부분을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업무 협약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잊혀질 권리의 필요성을 확산하고 네티즌의 보호를 돕는 ‘전용 웹사이트’도 오는 11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협약을 맺은 단체들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적인 제도 개선과 소비자 교육사업, 캠페인, 잊혀질 권리 실현을 위한 사회적 기업 설립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장기적으로 개헌안에 포함되어 있는 자기정보통제권을 충실히 수행하고 미래 선도적인 소비환경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 나가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잊혀질 권리와 자기정보 통제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무료 어플리케이션과 솔루션도 배포한다.

◇ 잊혀질 권리 논의 시작은?

잊혀질 권리가 처음 거론된 것은 2014년 유럽 사법재판소가 "구글 검색 결과에 링크된 정보를 합법적인 경우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최종 판결을 냈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2010년 스페인의 변호사인 마리오 코스테자 곤잘라스가 구글에서 자기 이름을 검색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조회됐다. 1998년 연금을 제 때 내지 못해 집이 경매에 처해졌던 내용이 담긴 신문 기사 내용이었다.

그는 이제 형편도 좋아졌고 빚도 다 갚았으니 개인정보보호차원에서 기사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이 기사는 삭제하지 않더라도 구글 검색 결과 화면에서 관련 링크를 없애라는 결정을 내려준 것을 시작으로 ‘잊혀질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게 됐다.

한국에서도 2014년도부터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는 뜨겁게 진행돼 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잊힐 권리의 국내 도입방안을 위해 2014년부터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반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물로 2016년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강원도는 2015년 세계최초로 잊혀질 권리(디지털소멸) 지원 조례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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