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정책개발팀 손지연 책임연구원

[소비자경제=기고] 최근 시중은행이 수익성 증대를 위해 점포의 수를 축소하고 비대면 채널 거래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소비자의 금융생활에 필수적인 소비자역량으로 온라인 뱅킹 이용 역량이 부상하게 됐다. 그러나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정보화 기기를 활용한 금융 소비생활 역량은 연령대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작년 9월 스마트폰을 소지한 55세 미만 일반소비자 936명과 55세 이상 중고령자 553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3개월간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뱅킹 서비스 이용 경험이 55세 미만 일반인 집단에서는 79.6%로 나타났지만, 연소노인(55세-64세)은 32.0%, 중고령노인(65세-74세) 10.8%, 초고령노인(75세 이상) 2.2%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온라인 뱅킹 이용 역량과 이용 중 체감 불안 수준 역시 55세를 기점으로 역전해 연소노인(55세-64세) 집단 이상에서는 온라인 뱅킹 이용과 관련된 불안(anxiety) 수준이 소비자의 이용 역량(consumer competency)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결과를 보였다. 분석 결과를 종합해보면, 연령 55세 이상은 금융정보화 추세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는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보격차는 흔히 정보화의 진화 단계를 따라 크게 접근수준의 격차와 활용수준의 격차로 구분된다. 접근 수준의 격차가 이용이 가능한 사람과 가능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의미한다면, 활용수준 격차는 이용자와 이용자 사이의 격차를 의미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이번 조사 대상자 전원이 스마트폰 소지자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 문제는 일종의 “활용수준 격차”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이 경험하는 활용수준의 격차가 접근수준의 격차와는 다르게 향후 금융정보화가 더 진전되더라도 자연스럽게 소멸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또한, 금융정보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진전된다면 현재 젊은 연령층이 55세 즈음에 도달하였을 때 유사한 금융소외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온라인 뱅킹 이용 과정에서 금융소외 문제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은 비단 55세 이상 중고령자 뿐만이 아니다. 55세 이상 중고령자 외에도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 등이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 위험군에 해당하고, 신체적 장애, 고령, 경제적 궁핍, 지리적 격리 혹은 사회적 배제 등 취약성으로 인해 이들은 디지털 금융 이용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은행권이 점포 수 축소와 종이통장 발행 중지 등 비대면 채널 거래를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금융거래의 편리성을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 그 방식이 은행의 수익성 증대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권의 금융정보화로 인해 보편적 금융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 권한에 대한 차등, 즉 뱅킹 디바이드(Banking Divide, 디지털금융 분야 금융 소외현상의 일종으로 은행 이용의 격차를 의미)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은행권의 최근 대응은 고무적이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 축소와 종이통장 발행 중지 등 비대면 채널 거래를 강화하는 동시에, 65세 이상 고령자를 위한 종이통장 발행 중지의 단계적 유예방안을 마련하고, 점포에 고령자·장애인 전문 상담원을 배치하는 등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 소비자를 조력하기 위한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이들을 온라인 채널에 성공적으로 적응시키는 데 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의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들의 비대면 거래채널 이용역량 강화를 위한 소비자교육 실시 등 보다 적극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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