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회의 기자회견 AIG손해보험,ACE손해,롯데손해 낙제점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15일 국내 14개 손해보험사의 의료실손보험 약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보험사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지급여부가 결정되는 의료손실보험 약관을 전면 개정해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상대로 보험가입을 시켜놓고 해지와 환급이 안된다고 합니다.
보험혜택 하나도 안 받았는데 억울합니다.”

“000손해보험은 사기인가요? 나이 많은 분들의 카드 정보를 사들여 카드 값에 자동 이체 되도록 해 돈을 빼가고는 환급금 없다고 배 째라는 식으로 영업하네요.”

이처럼 인터넷에서 보험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항의 글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액형과 실손의료보험이 포함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국민은 약 73%에 달한다. 시장 규모는 수입 보험료 기준 약 3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실손의료보험은 국민의 약 62%인 3200만 명이 가입, 시장 규모는 위험 보험료 기준 약 3조5,000억 원이다. 하지만 질병 또는 상해가 발생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약관 미비와 모호한 규정으로 보험소비자들과 보험사간에 보험료 지급여부를 두고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실손의료보험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일어왔다.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이 각 보험협회 공시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민원건수(보유계약 10만건당)는 생명보험사가 전년대비 7.3% 감소했으나 손해보험사는 오히려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손해보험사들의 민원발생 건수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2017년 8월부터 올해 3월30일까지 국내 14개 손해보험사의 14개 의료손실보험 약관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에게 추천할만한 특별히 우수한 약관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 약관양호해도 민원은 증가

소비자주권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2015년 63.4%)을 보충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약관이 모호해 보험료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손 보험 약관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평가는 보장성과 지금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명확성,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 평이성, 계약자와 보험사간의 공정성, 4가지 항목으로 이뤄졌다. 4가지 평가항목마다 3단계 등급(양호, 보통, 불량)을 매겨 평가했다.

한계는 있었지만 한화손해보험의 한화실손의료보험(갱신형)∥가 그중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장범위에서 양호(3점)를 받았고 보험의 명확성, 용어해설의 평이성, 계약자와 보험사간의 공정성 부분에서 각각 보통(2점)을 받았다.

그렇다고 한화손보가 보험소비자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은 손해보험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소비자연맹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민원증가율이 28.75건을 기록했다. 25.79건이었던 전년보다 11.5%증가한 셈이다.  분쟁 중 소송제기 비율도 4.93%로 1위인 MG손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가장 낮은 평가 점수를 받은건 AIG손해보험의 무배당 AIG다이렉트 참쉬운건강보험이다. 4가지 항목에서 모두 불량(0)점을 받았다.

AIG손해보험은 AIG 손해보험(에이아이지, American International Group)은 미국계 보험회사다. 한국에는 1954년에 AIUC라는 이름으로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연예인들을 내세워 특유의 BGM과 함께 시도때도없이 광고를 노출시킨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주로 노년층을 상대로 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지만 ‘가입자 유의사항’이나 ‘주요내용 요약서’ 및 ‘용어해설’과 같은 기재해놓지 않았다.

‘소비자주권’은 “상품설명서에도 금융감독원에서 요구하는 ‘보험계약자 권리사항 및 유의사항’ 등 소비자의 권익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사항들을 전혀 기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자색과 크기, 여백, 목차, 이해도 평가, 약관내용의 배열순서 등이 허술하고 조잡해 소비자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내용을 약관을 통해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ACE손해, 롯데손해는 공정성(계약자와 보험사간)에서 각각 보통(2점)을 나머지 항목은 불량(0)점을 받았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사 평가도 썩 좋지 않다. 에이스손보는 보험금 불만족도(0.26%)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불명예를 안았고 롯데손보는 민원건수는 2위(46.48건) 소송건수(2,24%)는 업계 3위에 올랐다.

◇ 의료실손보험 약관 개정 시급

소비자주권은 손보사들이 너무 많은 특별약관으로 보험료를 올리면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보사의 단서조상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치료 목적과 범위가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아 ‘회사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14개 손해보험사 모두 '피보험자의 질병 및 상해보험에서 임신, 출산, 산후기간에는 보험금을 미지급, 그 외 손보사가 보장하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산후기간이 특정되어 있지 않은데다 보험회사가 보장하는 지급사유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암 치료의 경우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 입원 요양할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모호한 규정이 끊임없는 분쟁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들어온 암보험 민원은 2016년 기준 673건으로 약관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소비자주권은 어려운 의학, 법률 용어 뿐 아니라 조사를 맡은 변호사들도 손보사들이 약관에 기재한 용어를 이해 못 할 정도로 암호 수준의 용어들이 약관에 기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 유럽처럼 보험약관의 이해가능 평가제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소비자주권은 금융감독원에 표준약관 개정 권고 요구서를 제출하고 약관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AI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등의 불공정 약관에 관한 보험금 분쟁과 판례를 검토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심사청구를 제기할 예정이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의 주권과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불공정 약관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보험료 반환청구 공동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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