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소비자경제=장병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길이 70m가량의 '도보다리'까지 40여 분간 산책하며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특히 도보다리 끝부분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아 취재진과 수행원을 모두 배제하고 27분간 도보다리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도보다리는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 지어진 T1, T2, T3 회담장과 동쪽 중립국감독위원회 캠프 사이에 위치하며, 과거 유엔사가 부르던 '풋 브리지'(Foot Bridge)라는 명칭을 직역한 이름이다. 다리 끝에는 의자와 탁자가 있으며, 이날 두 정상의 대화를 위해 물 등이 미리 준비됐다.

양 정상은 이날 기념식수식을 마친 오후 4시36분께부터 산책을 시작했으며, 두 사람 모두 비교적 편안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산책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손동작을 곁들여 김 위원장에게 장시간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위치한 도보다리 끝부분에 도착해선 녹슨 표지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김 위원장에게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 오후 4시42분께 도보다리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서는 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북한 사진기자가 밀착해서 두 사람의 대화 모습을 촬영하자 김 위원장은 잠시 웃음을 짓다 손을 저어 물러가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3분여가 지난 오후 4시45분께 취재진과 경호원 등이 모두 자리를 비켜줬고, 두 정상은 이로부터 5시12분여까지 27분간 오로지 둘만의 대화를 나눴다. 사실상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이 이뤄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이미 전날부터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 등에서는 이날 산책을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로 규정하며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지에 많은 관심을 보냈었다.

이와 관련,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전날인 26일 공식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거론하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내일 정상 사이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양 정상이 도보다리 산책 과정에서 비핵화에 대해 정상 사이에서만 나눌 수 있는 심도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가능성도 점쳐졌었다. 청와대 측은 "도보다리가 '평화, 새로운 시작'의 역사적 현장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밀담은 비록 근접 취재나 경호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20~30m 밖에서 영상 촬영은 허용됐다. 영상에 잡힌 두 정상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다 중간 중간 서로 웃기도 했고, 김 위원장은 대화 도중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고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기도 했다.

비교적 꼿꼿한 자세로 앉아 대화를 시작한 문 대통령은 대화가 20분 이상 이어지면서 점차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한 자세를 취했으며, 김 위원장 역시 상체를 문 대통령 쪽으로 기울인 자세로 긴장을 풀고 대화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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