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탑이 지닌 평화의 의미까지 훼손돼선 안 돼"

[소비자경제=권지연기자] 국정농단으로 얼룩졌던 박근혜 정권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고 역사의 단죄를 받았던 한국 현대사의 기념비적 사건인 촛불혁명이 10일이면 꼭 1년째 맞는다. 

그러나 지난 3.1절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들이 중심이 돼 열린 구국기도회 및 범국민대회 현장에서 희망촛불탑이 불에 타 쓰러졌다.

보수단체들과 시위에 참가한 일부 교계단체와 개신교 신자들이 저지른 촛불탑 방화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교계 내 진보적 인사들이 촛불탑 복원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민족미술인협회 "더 튼튼한 촛불탑으로 복원"

광화문 촛불탑은 민족미술인협회 회원을 추축으로 한 예술인들이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든 8.5미터의 조형물이다.

예술인들이 엄동설한에도 꼬박 107일을 공들여 설치한 광화문 촛불탑은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았다.

민족미술인협회 이종희 서울지회장은 “어떤 모금활동도 없이 예술인들과 뜻 있는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설치된 촛불탑이다. 이렇게 무참히 불타고 쓰러진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전했다. 

그는 “촛불이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 당시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는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생각과 주장이 다르더라도 이런 식의 무력적 행사는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과 비문명의 싸움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은 전했다.

막막하던 차에 촛불탑 복원 운동을 펼치겠다고 나선 것은 한 작은 기독 선교단체다. 현장에 기독교인들이 함께 있었던 것에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며 복원운동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것.

예하운선교회가 무너진 촛불탑 복원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예하운선교회 김디모데 목사는 “태극기 집회에 교회들이 대거 참석했다. 기념시설물도 박살냈는데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그 모습에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안타까운 마음만 갖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희망촛불을 복원하는 운동을 시작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면서 촛불탑 복원 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예하운선교회는 3월 30일까지 모금된 성금 전액을 4월 1일 부활절에 조형물을 제작한 민족미술인협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