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원 "택배 업체 심각한 불신 초래...소비자거래법 아닌 형사법 적용해야"

송장이 뜯겨져 새로운 상자에 붙여진 증거. (사진=소비자 제보)

[소비자경제=오아름 기자] 한 소비자자 물품과 현금을 택배박스에 동봉해 배송 업체에 맡겼다가, 중간 과정에서 자신의 허락도 없이 박스가 뜯기고 다른 박스로 재포장 되는 과정에서 현금만 빼돌려진 채 물품만 배송된 황당한 피해를 당했다.

피해 당사자인 황모씨는 24일 <소비자경제>를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떨어져있는 딸에게 음식과 옷, 그리고 현금 20만원을 한진택배로 보냈다”며 “며칠 뒤 딸이 받아본 택배는 송장이 뜯겨져 새로운 박스에 붙여진 채로 배달됐고,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옷1점과 현금 20만원이 없어졌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해당 배송회사인 한진택배는 직원이 황씨가 애초에 맡긴 택배박스를 허락도 없이 뜯어 새 박스로 옮겨 담아 배송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택배박스에 동봉했던 현금이 빼돌려진 것에 대해선 자체 규정을 들어 보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황씨는 해당 업체를 상대로 배송직원과 택배박스를 수거해간 배달기사에게 항의했지만 박스 안에 넣어 보냈던 현금이 사라진 것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진택배 본사로 알아보니, 박스를 교환한 사실을 수긍했다”며 “내용물이 없어진 부분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으나, 대리점에서 해준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보름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택배 직원들이 택배 박스를 통해 전달하는 현금이 분실될 경우 보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악용해 박스 바꿔치기를 하면서 물품과 동봉한 현금을 탈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진택배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황씨는 고객센터에 불만을 제기했을 때, 현금 20만원이 없어진 부분은 말하지 않았다”며 “한진택배 뿐만 아니라 모든 택배에서도 현금을 보내는 것은 안되고, 거기에 보상은 해줄 의무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황 모씨가 옷 1점에 대해서 보상을 원한다면 그 보상은 충분히 해줄 것”이라며 택배 박스에 동봉된 현금이 분실된 것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그러나 한진택배 측의 해명과 달리 황씨는 “현금 20만원 분실에 대해 수십번 고객센터에 말했다”며 “한진택배의 뻔뻔한 태도에 너무 어이가 없고, 상자를 바꾼 점부터 이것은 고객기만과 절도행위”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소비자원 법제연구팀 이승진 선임연구원 역시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소비자거래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 단순 절도 사건이고 형사법으로 적용될 문제”라며 “해당 택배회사 직원들이 고객이 믿고 맡긴 택배 물품에 손을 대는 것은 택배 물류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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