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스캠 가짜계정 주의해야...경찰청 사이버범죄 부서 골칫거리 취급

페이스북에 존재하는 피해자의 가짜 계정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최근 SNS를 이용한 신상도용 등의 사기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김시연(41, 가명) 씨는 최근 페이스북 메신저로 오래 전 알고 지내다가 소식이 끊겼던 친구로부터 친구신청을 받았다.

반가운 마음에 친구신청을 수락하고 메신저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의심이가는 부분이 있어 확인해봤더니 친구의 사진을 도용해 만든 가짜 계정이었다.

◇ “SNS속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어요”.‥ 속수무책

신상을 도용당한 피해자는 미국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한국인 김원재(42, 가명)씨다. 알고 보니 피해자는 수개월째 가짜 계정으로 자신의 행세를 하는 가짜 김원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간 가짜 김원재은 "아내가 사망하고 아이들을 혼자 키우고 있으며 현재 은퇴를 앞두고 있어 새로운 동반자를 구한다"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 수법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여성들의 돈을 뜯어왔던 것.

여기에 실존인물의 신상을 도용한 사례여서 피해자는 양쪽에서 발생했다. 사기당한 여성들의 국적과 금액도 다양하다.

독일에 사는 한 여성은 60만 불(약6억 4천만 원),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은 6만 불(약6천400만원)을 사기 당했고 사기당한 여성 중에는 한국인도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짜 계정을 만들어 사기를 친 나이지리아인이 피해자에게 메신저를 보내왔다.

◇ 공통점은 모두 외로운 미망인

뒤늦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아차린 여성들이 진짜 김원재 씨에게 연락을 하면서 김씨의 스트레스는 최근 극에 달한 상태다.

직접 해당 SNS에 신고했지만 최근 이런 신고가 3만 건 이상이 접수돼 감당이 안 된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어요. 제가 신고하니까 가짜 김원재이 화나갔는지 저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어요. 진짜(김원재)와 대화를 할 수 있어 기쁘며 제 덕에 자기 통장에 돈이 들어오고 있어서 감사하다는 황당한 말을 하더라고요.” 라며 사기꾼의 뻔뻔함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오히려 측근들이 가짜 계정을 추적하고 가짜 김원재이 나이지리아인이란 사실까지 알아냈다.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러 개의 가짜 계정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이런 경우 국제 공조를 통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해당 국가가 나이지리아같이 사회기반이 취약한 국가일수록 협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NS상에서 특히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과 친구를 맺는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페이스북에 존재하는 피해자의 가짜계정 사진.

◇ SNS신상도용·로맨스스캠 등 제제할 방안 마련

해외에서는 이처럼 SNS등을 이용한 수법의 국제 사기가 몇 년 전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2016년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도 안전하리란 보장이 없지만 국내 피해 사례는 집계조차 되고 있지 않다. 경찰이 SNS피해 사례만 따로 통계를 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의 처벌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이 사버이범죄를 유형별로 분류해 단속하고 있지만 분류자체가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다 각각 어느 법률에 규정돼 있는지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소비자경제>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청 사이버범죄 부서끼리 서로 핑퐁치는 일이 발생한 것도 이때문이다. 허구와 진실을 구분하기 힘든 SNS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피해를 대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