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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 방과후 영어교육 폐지...사교육 부추기는 정부"
"초등 저학년 방과후 영어교육 폐지...사교육 부추기는 정부"
박근혜 정부 들어 없애...사교육 근절 오락가락하는 교육부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7.12.05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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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돼 왔던 방과후 영어교실에 폐지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구 죽전초등학교 방과후 영어교실(사진=유튜브 캡처)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영어강사 12년차인 김지은(가명)씨는 현재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

학원 강사로 일했던 때보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 보람과 자부심도 느껴왔다. 그러나 초등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이 금지될 것이라는 교육부 방침에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

"저 같은 경우는 한 학교에서 주 5일,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를 가르치는데 초등학교 1,2학년이 40%를 차지해요. 학교마다 방과 영어는 초등 1,2학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내년 3월부터 저학년 수업을 못 들어가면 생계가 걱정이죠."

고수진(가명) 씨도 2001년부터 영어강사로 학원가에서 종사하다 2010년부터 방과 후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방과 후 교사들 뿔났다...방과후 영어교사 전국 6천여 명

고 씨는 선행학습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런 조치가 분명 사교육을 더욱 조장하고 소득에따른 영어교육의 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드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가 거절하긴 했지만 얼마 전에도 고액 과외 제의가 들어왔어요. 6살 남자아이인데 하루 두 시간씩 주 5일 가르치고 300을 받는 조건이었어요. 이런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면서 "중산층 이상은 모두 저 학년 때부터 학원으로 갈 것이다" 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1,2학년 수업이 사라지면 나머지 학년 수업까지 힘들어질 것으로 예견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고학으로 올라갈수록 입시에 최적화된 학원을 선호한다.  

고 씨는 “ 현재 제가 가르치는 고학년들은 저학년 때부터 열심히 가르쳐 저를 믿고 배우는 학생들이에요. 그런데 1,2학년 방과후가 없어지면 대부분 학원으로 몰릴 것이고 학원에서 배우다가 갑자기 3학년 때부터 저한테 배우지는 않을 거란 거죠."

방과후 수업을 편성한 교육정책은 2006년 노무현 정부시절 사교육 근절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이후 2014년 선행학습을 막겠다는 취지로 공교육정상화법이 시행되면서 초등학교 1∼2학년 정규교육과정 영어수업은 즉시 금지됐다.

단 방과후학교 영어수업은 3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내년 2월 28일 이후로는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영어수업은 금지된다.

정규교육과정에서 영어를 처음 배우는 시점이 초등학교 3학년인만큼 그 이전에 영어를 배우는 것은 선행학습에 해당되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전국방과후법인연합에 따르면 현재 방과후 영어 교육 종사자는 약 6천 명이다. 

전국방과후법인연합은 초등 방과후학교 영어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60%이상이 1,2 학년이라며 공교육정상화법이 방과후영어강사들의 실직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또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아 결국 사교육비만 증가시키는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학부모들도 걱정, "우리아이 학원 보내야 하나요?"

학부모들 역시 소득 격차가 고스란히 학습 격차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영어교육 기업 윤선생이 최근 학부모 5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81.8%(432명)가 “자녀가 초등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학부모가 선호하는 방과 후 수업(복수응답)은 원어민수업 등 영어가 42.8%로 1위를 차지했다. 방과후수업을 수강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란 응답이 58.1%로 가장 많았다.

주부 김영은 씨는 초등 1,2 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사라진다는 말에 걱정이 커졌다. 4학년인 큰 딸을 1학년 때부터 방과후 영어 교육을 시켰고 7살인 둘째도 방과후 영어교육을 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방과후 영어교육이 사라지면 학원이나 학습지로 눈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 엄마들 보면 이번에도 학원에서 특강하나 듣는데 100만원 넘게 쓰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그럴만한 형편이 못돼요. 1,2 학년 방과후가 사라지면 어째야 하나 고민이네요."

김 씨는 방과 후 영어 교육이 금지되면 4학년인 첫 째 아이의 방과후 영어 수업도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방과후 영어의 주를 이루는 1,2학년 수업이 사라지면 수익을 고려해 업체들이 아예 빠져버리고 교사들도 학원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면서 “방과후교실은 맞벌이 엄마들에겐 자녀를 안전하게 돌봐주는 수단이어서 절실하다”고도 말했다.

대도시처럼 학원이 많지 않은 농어촌에서도 도농간 학력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추세다.

실제로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10월 말 발표한 사교육비 양극화 추이 분석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1년 26만 7783원에서 2015년 52만 4022원으로 1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상·하위 2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액 격차는 2001년 7.6배에서 2015년 11.4배로 뛰었다.

◇유예기간 3년 동안 왜 손 놓고 있었나?

방과후 영어교사들 중에는 유예기간이 3년 있었지만 전혀 알지 못했다는 강사들도 꽤 있다.

방과후 영어 강사 A씨는 유예기간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교사가 먼저 물어보기까지 학교측으로부터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영어는 조기교육이 효과적이라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여전하다. 5살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언어인지 능력을 갖게 되는 시기에 영어를 접하면 효과적이라고 해서 부담은 되지만 월 200만 원이 넘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한 달 교육비가 250만 원이 넘는 영어 유치원 숫자는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52%나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영어 유치원은 2014년 말 306곳에서 올 해 7월 말 현재 총 465곳으로 늘었다. 교육부는 영어 유치원 시장 규모는 2700억 원 대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의 약 60%가 서울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한 초등학교 영어 교사는 "아무리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고 해도 대부분 기초를 배우고 오는 학생들고 있고, 알파벳도 모르고 수업하는 학생들이 있어도 수업 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방과후 영어교육을 금지시킨다는 취지에 맞게 교육부가 시스템을  얼마나  정비하고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가 오락가락 하는 방과후 학습에 대해 뚜렷한 목표와 기준이 없다보니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공교육 강화하고 건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방과후 학교 내실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경제>는 수차례 교육부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국방과후법인연합 김선희 회장은 "교육부가 이쪽저쪽 눈치를 보느라 고민이 깊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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