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과 신뢰 회복이 관건

아워홈 임직원 50여 명이 김치를 담구고 있다. (사진=아워홈)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연말을 맞아 곳곳에서 소외 이웃을 돕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복지단체들의 나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대상은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정원 나눌수록 맛있는 2017개의 행복’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대상은 올해로 11회째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굿네이버스와 함께 다양한 식품을 담은 ‘나눔박스’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대상 임직원들과 청정원 주부봉사단 등 270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대상 사회공헌팀 이보라 팀장은 “연말을 앞두고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더욱 절실한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며 “음식뿐만 아니라 정성과 온기가 가득 담긴 나눔박스로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장류와 조미료를 비롯해 홍초, 카레여왕, 파스타소스 등 총 27종의 식품과 대상 임직원들이 지난 1년간 직접 농사 지어 수확한 쌀이 포장된 나눔박스 2,017개는 서울시 푸드뱅크와 굿네이버스를 통해 전국 소외계층에 전달된다. 
 
아워홈도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사랑의 김장김치 행복나누기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길수 아워홈 사장과 임직원 50여명이 참여해 직접 담군 김장김치 약 250여포기는 보건복지부 독거노인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서울시 용산구의 독거노인 100여 가구에 전달된다.

연말을 맞아 기업들의 사회공헌 행사가 줄을 잇고 있지만 기업 중심의 일회성 봉사로 그쳐 아쉽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용산구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기업들이 홍보 효과를 기대하면서 후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정말 수혜자에게 필요한 후원이 아닌 기업 중심의 보여주기 식 후원이 되는 것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257곳의 올해 3분기 누적 기부금 규모가 총 9천7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1존1천299억 원)보다 13.4% 줄었다.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 이익이 38.1% 늘었지만 기부에는 인색했던 셈이다.

대상 임직원과 주부봉사단 270여 명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대상)

◇ 복지단체들 기부 활동 투명성 확보 시급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복지단체들을 향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단체들의 투명성 확보도 시급해졌다.

직장인 이성희 씨는 작은 복지 단체 두 곳에 후원을 하고 있지만 철회를 고민 중이다. “두 군데 정도 소액 기부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좀 그렇죠. 내가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니까.”

대부분 이름 있는 비영리 NGO단체들은 홈페이지에 한 해 재정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내부 감사 보고 시스템과 공인된 회계법인에 의한 외부 감사 시스템, 연 2회의 정부 감사 시스템까지 3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단체나 후원단체들을 감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을 일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감사하고 관리하는 부처가 다양한데다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후원단체와 후원자간의 온도차도 존재한다. 많은 후원단체가 홈페이지를 통해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후원자는 기부금 사용 내역 항목을 좀 더 세분화 해 알려주길 바란다.

작은 복지단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재정시스템을 갖추려면 그만큼 거기에 쏟는 인력이 필요한데 솔직히 쉽지 않아요. 게다가 인건비 같은 것을 다 공개하면 후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확신이 안서는 거죠”라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 놓았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두은정 홍보팀장은 “회계 기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복지단체들이 투명한 재정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두명이 저지른 기부횡령 사건 때문에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기부 문화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고 전했다.

◇ 기부 트랜드의 변화단체보다는 특정 이슈 동참

최근 SNS를 통한 기부 챌린지가 소외 계층과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훈훈하게 만들가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 워밍코리아를 운영하는 박재범 대표는 연탄 봉사에 쓸 연탄 값이 부족해 고민을 지인에게 말했다. 워밍코리아는 1020 청소년과 청년이 사회 문제에 참여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청소년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이다.

박 대표의 고민을 전해들은 지인이 SNS에 직접 사연을 올려 기부 챌린지를 시작했고 그 날 밤, 워밍코리아에는 200건의 기부금 내역이 찍혔다. 이후 모금은 3일간 지속돼 약 1천만 원이 모였다. 

박 대표는 “적게는 600원부터 수십만 원까지 기부해 주셨는데. 하나같이 후원이 적어서 죄송하고 부끄럽다는 메일을 함께 보내주셨어요. 감동이죠.” 라며 후원자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워밍코리아는 오는 12월 2일, 상계동 소외 이웃에게 기부금으로 구입한 연탄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처럼 단체를 통한 기부에는 인색해졌지만 세월호, 강남역 살인사건, 포항 지진 등 특정 사건이나 이슈별로 진행되는 기부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기부문화연구소 두은정 홍보팀장은 “특정 사건이나 이슈별로 마음을 보내는 분들은 아직 많거든요. 그런걸 보면 제도를 보완하고 기부자들이 얼마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사회 분위기를 조성 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얼마 전 방송콘텐츠진흥재단에서 주최한 1인방송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유보연 씨는 상금을 포항지진피해 성금으로 기탁했다. 유 씨는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졌다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타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도우려는 마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좀 더 투명한 시스템들이 갖춰져서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면 좋겠네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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