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시설 협회 "현실에 역행하는 정책방향과 범죄자집단 낙인 힘들어"

소망에 집에서 생활하는 중증 장애아동 (사진=소망의 집)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올해로 11살이 된 은혜는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배꼽도 떨어지지 않은 채 부모에게 버려져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소망의 집에 입소하게 됐다.

늘 엄마의 정이 그리워서인지 박인숙(가명) 시설장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소망의 집에는 제대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중증장애인 23명이 살아간다. 대부분이 부모에게서 버려졌거나 도저히 키울 수 없어 맡기고 간 아이들이다.

장애인들과 30년 가까이 함께해 온 박 시설장은 얼마 전에도 이 일을 포기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며 우울증에까지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경기도는 10인 이하 개인 신고시설에는 5천660만 원, 1인 이상 20인 이하의 개인 신고 시설에 연8천40만 원, 21인 이상 시설에는 1억 200만 원을 지원해 준다.

소망의 집은 20인 이하 시설이지만 정원을 초과한 상태다. 매 달 670만 원을 지원받고는 있지만 인건비와 장애아동 23명을 먹이고 입히기에는 빠듯하다.

박 시설장은 몇 해 전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을 돌아다니며 양말을 판매한다. 신고를 받고 쫒겨다니는 것이 일상이 됐지만 아이들 부식비라도 보태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

박 시설장은 “생활지도사 월급은커녕 아이들 23명의 생활비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아요. 워낙 중증 장애인들이어서 매 달 들어가는 기저귀 값만도 만만치 않거든요.” 라고 말했다.

복지법인 인가를 받아보려고도 했지만 이를 위해선 목적사업에 맞는 토지와 기본 자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도 시설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사명감 하나로 시작한 일이지만 일부 복지시설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변의 싸늘해진 시선에 상처받기도 일쑤다. “점점 불신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다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을 보면 또 그럴 수가 없고...”

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 일하는 사회재활 교사 역시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장애 공동생활가정의 경우 입주자 4명당 교사 1명이 돌보도록 되어 있다. 장애인 4명의 재활과 생활을 돌보면서 행정 등의 업무를 혼자서 다 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장애인시설협회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시설 1천505개 중 310개가 개인 신고시설이다.

한국장애인시설협회 정책지원실 이상미 과장은 “6년째 장애인거주시설 소규모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다” 며 “공동생활가정, 단기거주시설 등의 소규모시설일수록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부 장애인 시설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모든 장애인 시설이 잠재적 범죄자집단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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