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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의학 칼럼] '그럴듯한 이야기'
해드림 가정의학과 이동주 원장

 [소비자경제신문 칼럼] ‘평소에 두통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최근 논문에 소개된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두통은 뇌 혈류량이 부족해지면서 혈관에 분포되어있는 신경이 과민해지면서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Houston에 있는 Angeles대학병원의 Joc verlander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머리가 아픈 쪽의 반대편으로 누워서 자게 될 경우 통증이 있는 뇌부위의 혈류가 줄어들어서 통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머리가 아픈 쪽이 아래로 향할 수 있도록 누워서 잘 것을 권유했습니다. 

오른쪽 머리가 아프신 분들은 오른쪽으로 누워서 주무시고 왼쪽 머리가 아프신 분들은 왼쪽으로 누워서 주무시면 두통이 많이 호전 될 것입니다.

 두통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위의 글을 보시고 반가운 정보를 접하게 되어서 기뻐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죄송하게도 위의 글은 제가 5분 만에 만들어 낸 얘기입니다. 만들어 낸 얘기지만 얼른 듣기에는 충분히 그럴듯한 얘기처럼 들리실 것입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머리에 혈류가 부족하여 두통이 생긴다고 하면 충분히 그럴만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생소한 대학병원이나 교수의 이름까지 언급되면 이러한 그럴듯한 얘기에 대해 의심이 끼어들어갈 여지는 더욱 없습니다. 게다가 현직 의사가 그렇다고 하는데 의심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 듯한 이야기는 말 그대로 그럴듯한 이야기이지 사실이 아닙니다. 이러한 그럴듯한 얘기들이 악한 것은 말 그대로 그럴듯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아예 허무맹랑한 얘기들이라면 믿는 사람을 탓할 수 있겠지만 그럴듯한 얘기들은 누가 들어도 그럴듯하기 때문에 단지 속는 사람만을 탓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우리가 접하는 건강에 관련된 정보들 속에는 이러한 그럴듯한 얘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럴듯한 얘기들이 얼마나 쉽게 생산 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서 제가 위에서 말도 안되는 의료 정보를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그럴듯한 얘기, 그럴듯한 건강정보가 정말로 위험한 얘기가 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문가가 등장하는 그럴듯한 얘기입니다. 예를 들자면, 여섯시 내고향에서 지방 특산물 소개하는 시장 아주머니들의 얘기를 들으면 웃음이 나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산물 파시는 아주머니의 말대로 그 특산물만 먹으면 의사가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러나 이걸 먹으면 남자한테도 좋고 피부에도 좋고 노화방지에도 좋다고 말씀하시는 시장 아주머니에게 왜 근거도 없는 거짓말을 하냐고 따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분이 건강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알아서 선별하여 들어야할 정보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들을 시장 아주머니가 아니라 전문가가 얘기한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전문가는 자기 전문분야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 근거 없는 정보를 함부로 말하면 안됩니다. 전문가는 전문가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그럴듯한 건강정보가 심각한 문제를 언급하고 있을 때입니다. 에를 들어 제가 위에 가상으로 만들어 낸 그럴듯한 건강정보는 신뢰한다 한들 사실 큰 피해가 없습니다. 고작 수면 자세 정도 바꾸고 이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더라도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두통을 낫게 할 수 있다며 수백만원짜리 약을 권한다던가 암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며 근거도 없는 그럴듯한 얘기를 한다면 이러한 얘기는 단순히 그럴듯한 얘기라며 웃어넘길 수 있는 얘기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어느 한방 병원의 홈페이지를 보고 적지 않은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 홈페이지 내용 속에는 ‘그럴듯한 얘기’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위에 말씀드린 이유로 이 병원이 하는 ‘그럴듯한 얘기’는 그냥 웃어 넘길 수 있는 얘기들이 아니었습니다. 시장 아주머니들이 하는 얘기도 아니고 무려 17명이나 되는 의사들이 모여 있는 병원이 하는 얘기입니다. 그저 두통이나 감기와 같은 병을 치료하고 기운 나는 보약을 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무려 암을 치료하겠다고 합니다. 암을 고주파 온열치료와 산삼약침으로 치료한다고 합니다. 근거 있는 치료인데 혹시라도 제가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어 홈페이지에 제시하고 있는 근거 논문도 다 읽어봤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들이 말하는 얘기는 그럴듯하지만 악한 얘기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그럴듯한 얘기에 얼마나 많은 비용들이 낭비될 것인지, 이러한 그럴듯한 얘기에 얼마나 많은 애타는 마음들이 매달릴지 생각하게 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 것보다 이렇게 치료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그럴듯한 얘기들부터 평가하고 선별해 내는 것이 국민건강의 측면에서 보나 국민의료비 절감의 측면에서 보나 훨씬 더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듯한 얘기가 들려오면 언제나 의심해보시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참 안타깝습니다. 저 또한 전문가이면서 전문가의 얘기라고 해서 무조건 신뢰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당혹스러움이 지금 우리나라 의료계가 겪고 있는 가장 혼란스러운 지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드림 가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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